[월요기획] “하나로 통했다.” 아이템BIZ 대세, 넥스트는?

강우현 기자 (noblekang@fashionbiz.co.kr)|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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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 이미스, 락피쉬웨더웨어, 마르디메크르디, 어티슈 등 최근 떠오르는 브랜드의 공통 분모는 무엇일까. 바로 한 아이템을 중심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제안하는 ‘아이템 비즈니스’다. 풀컬렉션으로 브랜드 전체의 서사를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단일 상품을 중심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제안하는 아이템 비즈니스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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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패션 마켓에 하나의 강력한 제품에 주목하는 ‘아이템 비즈니스’가 급부상하며 브랜드의 성공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풀컬렉션 중심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단일 아이템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신규 소비자를 유입시키는 것. 이후 확보한 팬덤을 바탕으로 상품군을 확장하며 볼륨을 키우는 방식이다.


‘천송이 선글라스’로 큰 화제를 모았던 아이아이컴바인드(대표 김한국)의 ‘젠틀몬스터’부터 볼캡과 에코백을 중심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미스(대표 박민주)의 ‘이미스’, 국내에 레인부츠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글로벌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에이유브랜즈(대표 김지훈)의 ‘락피쉬웨더웨어’, 상징적인 로고 IP를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빠른 속도로 볼륨을 확장한 피스피스스튜디오(대표 박화목 · 서승완)의 ‘마르디메크르디’까지. 단일 아이템으로 시작해 탄탄한 성장을 이루는 흐름은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3년에 론칭한 컬렉트피시스(대표 김대봉 · 정영신)의 캐주얼 브랜드 ‘컬렉트피시스’는 기존 S/S와 F/W 시즌에 맞추지 않고 개별 상품을 단발적으로 선보이며 론칭 초기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티셔츠와 후디, 토트백 등을 개별적으로 발매하며 출시할 때마다 품절 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젠틀몬스터의 전개사 아이아이컴바인드에서 최근 새롭게 론칭한 ‘어티슈’도 시즌에 구애받지 않고 모자 카테고리에 집중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단일 아이템 히트 → 브랜드 성장 흐름 타야


이러한 전개 형태의 배경에는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영향이 크다. 이들은 주로 SNS 등 온라인 채널에서 패션 브랜드를 접하는 경우가 많아 단일 아이템을 통해 브랜드를 인식하는 흐름에 매우 익숙하다. 또 신학기, 장마철, 핫서머 등 특정 시기에 맞춘 스타일링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개별 상품에 대한 관심가 높은 편이다.


무신사, 29CM, W컨셉, EQL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도 아이템 중심의 전개 형태에 힘을 실어준다. 이들은 많은 브랜드를 한 번에 보여줘야 하는 플랫폼 특성에 맞춰 브랜드보다 개별 상품 위주의 페이지를 구성했다. 플랫폼 내 상품 랭킹, 아우터와 상 · 하의 등 제품을 형태별로 구분하는 방식의 구성은 브랜드보다 아이템이 소비자에게 먼저 인식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졌다.


신광철 국제패션디자인학교 교수 겸 에코그램 부사장은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유통 구조가 변화하며 아이템 중심의 브랜드가 초기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게 된 점에 주목하며 “브랜드 입장에서는 단일 아이템만으로도 볼륨을 키워 나갈 수 있게 됐고, 특정 아이템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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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소비층 MZ세대, 브랜드보다 아이템 본다


무신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풀컬렉션이 중심이었고, 소비자들도 브랜드 전체의 가치와 세계관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받아들이며 소비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SNS의 활성화와 취향의 세분화로 인해 브랜드 단위보다는 상품 단위로 트렌드가 나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라며 “특히 온라인 커머스 환경에서는 하나의 아이템이나 기획전만으로도 고객 유입과 구매전환이 가능해졌다. 아이템 노출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까지 높이는 구조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무신사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특정 제품명이나 속성을 직접 입력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났다. 또 무신사 랭킹을 통해서도 신규 유입과 구매 전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최근 무신사는 이러한 흐름에 따라 패션 카테고리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특화 매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 · 슈즈 · 캡 · 뷰티 등 콘셉트스토어 오프라인 전략을 가동해 타깃 공략에 속도를 내는 전략이다.


또 이러한 아이템 중심 전개의 장점으로는 효율적인 운영도 있다. 풀컬렉션을 운영할 때보다 단일 아이템에 집중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것. 아이템 중심 비즈니스는 소규모 자본만으로도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시장의 전체적인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으며 실험적인 아이디어와 뚜렷한 개성을 가진 신규 브랜드가 시장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키 아이템 통해 브랜드 인식 생산 · 마케팅 효율↑


플랫폼 내 기획전이나 큐레이션 등 콘텐츠에서도 키 아이템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특정 상품이나 카테고리에 맞춰 기획전 등 프로모션을 진행했을 때 조회수나 전환율에서 높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브랜드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초기 기획 단계부터 앵커 상품을 염두에 둔다. 플랫폼 측에서도 고객 반응 등 예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아이템이 매출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 고려하며 큐레이션한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단일 아이템 중심 전개 구조에는 장점만 존재하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아이템 비즈니스의 강점이 명확한 만큼 그 한계와 리스크도 분명하다고 말한다. 트렌드 변화에 따른 대응 실패와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장의 한계로 인한 지속가능성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유통 채널별 고객군에 따라 차별화된 제품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도, 동일한 이미지만 반복 노출될 경우 브랜드 포지셔닝이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아이템의 히트로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더라도 이후의 행보가 중요하다는 것. 트렌드 덕분에 빠르게 주목받은 만큼 교체되는 속도도 빨라야 하기 때문에 단일 상품에만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가능성은 떨어질 수 있다. 개별 제품이 히트한 이후 소비자에게 새로운 충격을 줄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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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만 있는 건 NO, 지속가능성 등 한계 ‘명확’


젠틀몬스터의 경우 히트 아이템으로 주목받은 이후 해당 상품에 멈추지 않고 실험적이고 과감한 오프라인 공간 디자인과 다채로운 상품 구성을 선보이며 단일 아이템 의존 구조에서 벗어났다. 이미스, 락피쉬웨더웨어, 마르디메크르디 등 브랜드의 경우도 동일하다.


이미스는 볼캡과 에코백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나 상품 라인을 다각화하며 선택의 폭을 넓혔고 락피쉬웨더웨어도 기존 레인부츠 중심의 브랜드에서 사계절 패션 브랜드로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마르디메크르디는 로고 IP 기반 아이템 외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며 신규 소비자 유입에 성공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디자인과 디테일, 가격 등 어떤 요인으로 고객이 구매를 결정했는지 정확하게 이유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상품 구매 후기 수와 주문 수량 등 정량적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성적 데이터도 종합적으로 파악해 ‘넥스트 히어로 아이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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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DNA 활용… ‘넥스트 히어로 아이템’ 필요


단일 아이템으로 인한 신규 고객 유입 이후, 새롭게 주목받을 만한 상품을 개발하거나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 세계관이나 콘텐츠, 해당 카테고리 외 다양한 제품 라인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에 머무르며 한 아이템에 집중하는 움직임은 오히려 브랜드의 퇴보를 앞당길 수 있다.


SNS를 통한 브랜드 접근성,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유통 구조, MZ세대의 구매 패턴 등 아이템 중심의 소비 형태는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단일 상품 중심 구조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히트 아이템 이후 브랜드 전체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제품 라인 구축과 세계관 형성의 움직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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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신광철 l 국제패션디자인학교 교수 겸 에코그램 부사장

‘제품’에서 ‘브랜드’로 구조 전환 필요

 

최근 소비자 구매 행태 변화에 따라 브랜드보다는 아이템이 갖는 기능과 디자인, 가치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조가 심화되고 있다. 개인 SNS 채널을 통해 취향과 스타일링을 공유하는 변화된 트렌드가 아이템 중심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


브랜드가 특정 아이템에 집중해 전개할 경우 풀컬렉션 중심으로 운영할 때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고객에게 강하게 인식시킬 수 있어 생산과 마케팅 등 운용의 효율성이 증가한다. 또 브랜드의 특정 카테고리 아이템이 시그니처 상품으로 자리 잡을 경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풀컬렉션 구조보다 더욱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초기 자본 부담도 덜 수 있다.


아이템 중심의 비즈니스는 단기적으로 효율성의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따른 위험, 마켓 규모, 유사 제품, 내부 디자인 역량 등 구조적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의 제품으로 브랜드가 주목을 받았다면, 이후에는 제품에서 브랜드로 축을 이동해야 한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상품 라인을 확장할 수 있도록 구조를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또 브랜드가 갖고 있는 DNA를 활용해 고객에게 브랜드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며 팬덤 소비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과 이벤트, 소통 등 커뮤니티 팬덤을 통해 아이템 비즈니스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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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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