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포트] 트럼프 보복관세 여파 '메이드 인 USA' 부활 조짐

백주용 객원기자 (bgnoyuj@gmail.com)|25.10.14 ∙ 조회수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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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산 수입품 전반에 걸쳐 추가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이는 모든 중국산 상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의류·신발 등 소비재 산업에 대한 조치 가능성 역시 제기되며 패션 업계는 물론 너 나 할 것 없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새 관세 도입을 11월 1일부터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 모든 행정 절차가 끝나지는 않은 상태다.


이같이 불안정한 흐름 속에 ‘메이드 인 USA’ 제조 부활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LA를 기반으로 한 캐주얼 브랜드 '벅메이슨(Buck Mason)'은 일부 티셔츠와 셀비지 데님 라인을 미국 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며, 품질과 재고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벅메이슨은 일찍부터 해외 공장의 대규모 최소 주문량(MOQ) 요구를 피하고, 소량 생산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초기 위험을 최소화했다. 현지 생산을 통해 소재와 제작 과정 전반을 면밀히 관리할 수 있어 제품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빠른 리드 타임, 재고 최소화, 소량 맞춤 생산으로 트렌드 변화에 맞춰 제품을 신속히 변경하거나 소량으로 실험적 라인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했다.


‘메이드 인 USA’만을 고집하는 소비자는 이미 전부터 존재해 왔다. 제3국 생산 제품 보다 몇 배의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미국 감성을 고집하는 이유는, 수십 년 전 리바이스 청바지 같은 ‘진짜 워크웨어’가 미국에서 제조됐던 것처럼 그 향수와 고품질 때문이다. 실제로 리바이스는 헤리티지를 강조하며 프리미엄화된 '리바이스 빈티지 클로딩 (Levi’s Vintage Clothing)' 라인을 전개하고 있다.


같은 정신을 공유하는 독립 브랜드 '임오진 + 윌리(Imogene + Willie)'는 미국산 데님과 캐주얼 의류를 로스앤젤레스 자체 재봉실에서 제작하며, 전통적 작업복 미학과 현대적 패션 감각을 결합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엔지니어드 가먼츠 (Engineered Garments)는 좀 더 집중적으로 ‘메이드 인 뉴욕’을 강조한다. 이들은 빈티지 원본을 현대적으로 다시 구현하고 거기에 디자이너 특유의 실루엣과 패턴을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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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스 가먼츠


비슷한 길을 걷는 브랜드로 '랜디스 가먼츠(Randy’s Garmetns)'가 있다. 디자이너 브랜든 포르텔리(Brandon Portelli) 역시 뉴욕 생산을 고집하며 “제품을 해외에서 생산하면 가격을 절반 이상으로 쉽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미국 워크웨어 브랜드가 아니며, 존재할 필요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미제’는 감성을 구매하는 소비자 외에도 미국 내 일자리 유지와 지역 경제 지원, 국가적 자부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꾸준한 지지를 얻고 있다. 원조 ‘대드 슈즈’ 격인 뉴발란스 역시 일부 라인은 꾸준히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주에서 생산을 이어왔다. 자국 제품에 대한 사랑과 편안한 착화감 덕분에 미국 내 수많은 아저씨들의 발에 신겨지게 되었다. 이러한 소비 행태는 ‘메이드 인 USA’를 단순한 멋, 프리미엄에 의한 패션 물품 구매를 넘어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담은 선택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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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칼하트 / 출처 이베이


또 하나의 미국 아저씨와 노동자의 대표 브랜드로 칼하트가 있다. 한 틱톡커는 매장에 방문해 제품 하나하나 택을 뒤집어 가며 원산지를 확인했다. 대부분이 제3국 제조임을 확인하며 실망한 표정을 드러냈고 코멘트를 남긴 다른 유저들 역시 같은 심정을 표했다. 이를 통해 많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메이드 인 USA’의 진정성과 자부심을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칼하트는 본래의 타깃층을 넘어 패션 브랜드로서 크게 성장하였는데, 패션 시장 소비자들 역시 현행 칼하트 제품보다는 빈티지를 선호하고 있다. 중고 마켓에서 웃돈을 줘가며 구멍 나고 물 빠진 제품을 구매하는데 그 이유는 워크웨어로서의 감성뿐만 아니라 과거 미국에서 생산되었다는 증표, ‘메이드 인 USA”라고 적힌 다른 태그 하나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 의류 시장에서 “메이드 인 USA’ 제품의 비율은 3% 미만으로 여전히 낮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이어진 리쇼어링(Reshoring) 트렌드와 윤리적 생산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결합되면서 미국 내 생산의 전략적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


R. 리베터(R. Riveter)는 미 전국 각지의 장인, 소규모 제작자를 연결하는 분산 제조 네트워크를 활용해 ‘메이드 인 USA’ 모델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회사는 처음 설립 당시 군 복무로 인해 자주 이사해야 하는 군인 배우자들을 위해 유연하고 이동 가능한 소득원을 제공하고자 이 모델을 고안했다. 


R. 리베터의 모델은 단일 대규모 공장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을 분산시킴으로써, 물류비용을 줄이고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와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장점이 있다. 각 제작자가 자택이나 소규모 작업장에서 참여하며, 생산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윤리적·사회적 가치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브랜드 스토리와 소비자 신뢰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정책 덕분에 미국 브랜드들이 자국 생산 전환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관세와 공급망 리스크를 고려하면, 미국 내 소량 생산으로 빠르게 대응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라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 사이에서도 “메이드 인 USA 제품은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품질과 윤리적 생산이라는 가치를 고려하면 선택할 만하다"라는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미국 내 생산 제품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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