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아이콘’ 미스치프, 론칭 15주년 브랜드·유통망 리뉴얼

미스치프 2025 F/W 룩북

서울 기반 패션 레이블 미스치프(대표 서지은 정지윤, MSCHF)가 올해 론칭 15주년을 맞이해 또 한 번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2010년 빈티지 의류를 재구성한 핸드메이드 가방으로 시작해 서브컬처 기반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하며 한국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패션을 중심으로 문화와 감각을 연결하는 브랜드로 확장하려고 한다. 도산 플래그십 리뉴얼, 한남 쇼룸 오픈, 글로벌 협업까지 이어가며 15년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이를 기념해 지난 8월 브랜드 15년의 히스토리를 압축한 ‘15th Anniversary Presentation’을 선보이는 동시에 2025 F/W 컬렉션도 함께 공개했다.

이번 F/W 컬렉션은 그동안 미스치프가 축적해온 여유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성숙함과 도전성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무게감 있는 컬러 팔레트와 패턴을 기반으로 한 완성도 높은 디테일과 착용자가 직접 여러 스타일로 형태를 변형할 수 있는 플렉서블(flexible) 설계가 돋보인다.

이번 시즌 대표 시그니처 아이템으로는 하이넥 더블 집 디자인의 ‘모토 집 재킷’, 드레이퍼리한 실루엣에 변형 가능한 버튼 구조로 활용도가 높은 ‘커브드 플라킷 셔츠’, 은은한 광택의 ‘새틴 덕빌 캡’ 등이 있다. 이와 함께 리사이클 새틴, 이태리산 울 혼방 데드스톡 원단 등 친환경 소재 사용도 강화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브랜드 철학을 이어간다.

2025 F/W 시그니처 제품인 모토 집 재킷 / 커브드 플라킷 셔츠 / 새틴 덕빌 캡

헬리녹스·휠라 등 ‘협업 맛집’ 미스치프

미스치프 특유의 빈티지한 색감이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S/S 시즌 블리치드 라인에 이어 이번 시즌 워시드 저지 셔츠가 동일한 빈티지한 톤을 이어가고 있어 고객들의 관심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디자인은 기본, 실용성까지 만족시키는 하네스 백팩과 같은 가방 등 액세서리 아이템들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또 협업으로도 유명하다. 국내 여성 브랜드 최초로 시계 브랜드 '카시오'와 협업을 진행했으며, '헬리녹스' 등 다양한 브랜드 및 아티스트와 협업을 전개하며 ‘협업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9월 말에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휠라’와 함께 포멀부터 캐주얼까지 폭넓은 스타일링이 가능한 협업 스니커즈 ‘에샤페 LX’를 출시했다.

컬래버 제품은 휠라의 헤리티지 아카이브 모델인 ‘테레인 크러셔(Terrain Crusher)’를 기반으로 레트로 무드와 스포티한 감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니커즈다. 휠라의 시그니처 라인에 미스치프 특유의 실험적 디자인 언어를 더해 불필요한 디테일을 덜어낸 미니멀한 라인, 정교한 스티치 디테일, 그리고 포멀부터 캐주얼까지 아우르는 스타일링 유연성을 강조했다.

10월 초에는 브랜드 15주년을 기념해 보그(VOGUE)와 그동안 각기 다른 프로젝트를 통해 미스치프와 인연을 맺은 10인의 여성 아티스트가 함께 패션과 음악, 문화가 결합된 특별한 ‘복싱 클럽’ 콘셉트의 스페셜 화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미스치프 x 헬리녹스 컬래버

미스치프 x 휠라 협업 스니커즈 ‘에샤페 LX’

자사채널 집중, 도산매장 리뉴얼·한남 쇼룸 오픈

미스치프는 최근 유통 구조를 재정비하며 자사 채널 중심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새로워진 미스치프의 브랜드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채널에서 브랜드 경험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중심에는 리뉴얼을 마친 도산 플래그십스토어와 오는 10월 중순 오픈 예정인 한남 쇼룸이 있다.

도산 매장은 강문식 디자이너와 협업해 ‘미스치프 하우스(MSCHF HOUSE)’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규칙적이거나 일률적인 구조 대신 의도된 비대칭, 불규칙한 색감을 통해 공간 전반에 리듬과 긴장을 형성하며 단순한 진열을 넘어 브랜드의 고유한 기질을 드러내도록 했다. 이를 통해 브랜드의 새로운 방향성과 실험성을 시각화해냈다. 기존에는 2층을 매장, 3층을 오피스로 활용했지만 오피스를 한남동 본사로 이전하면서 현재는 두 개층 전체를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3층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다양한 협업과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브랜드 정체성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국내외 로컬 아티스트를 꾸준히 지원하며 음악 신과 긴밀히 호흡해온 미스치프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반영된 부분이다. 최근에는 ‘STRETCH PROMO × Alex Zhang Hungtai’ 이벤트를 이곳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오픈 예정인 한남 쇼룸은 총 5층 규모의 미스치프 한남 본사 1층에 자리한다. 93㎡(약 28평) 규모로 브랜드의 핵심 아이템과 시즌 무드를 밀도 있게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다른 공간에서는 볼 수 없는 컬렉션 샘플 피스와 아카이브 제품을 공개해 브랜드의 역사와 현재를 함께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한남 쇼룸은 예약제로 운영할 계획이며, 추후 미디어 행사 및 이벤트 역시 이곳에서 진행할 생각이다. 미스치프는 이 두 공간을 통해 브랜드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향후 협업이나 프로젝트의 베이스캠프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미스치프 도산플래그십 매장 전경

국내 넘어 일본·유럽 무대 겨냥

작년 더현대글로벌과 연계해 일본 파르코백화점에서 팝업을 진행해 12개 브랜드 중 매출 4위를 기록했다. 도쿄에서의 성공적인 팝업 경험을 기반으로 올해 5월 오사카에서 두 번째 팝업을 진행하며 일본 매거진에 소개되면서 브랜드 인지도도 점차 쌓아가는 중이다. 특히 일본은 해외 시장 중 매출과 반응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던 시장으로 앞으로 기대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와 동시에 유럽 시장에도 관심이 크다. 지난해 초 파리에서 오프닝 파티와 쇼룸을 진행했을 때 미스치프 스타일에 대한 현지 소비자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해외 진출 방향성은 특정 국가보다 브랜드 스타일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과 방식을 선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과거에는 에이전시를 통해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브랜드 스타일에 맞게 어느 국가에 진출하는 것이 적합한지 그리고 그 국가 소비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먼저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본 도쿄 팝업 포스터

올해 미스치프의 목표는 이번 시즌 메시지처럼 한층 성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브랜드가 나아가는 흐름과 가치를 명확히 드러내는 데 집중하며 스토어 리뉴얼과 신규 오픈을 통해 공간 속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

15주년을 맞은 감회에 대한 질문에 서지은·정지윤 미스치프의 두 대표는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꾸준히 즐기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복이 아닐까 싶다. 노력한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한국의 패션 브랜드 역사에 일정 부분 자리매김한 것 같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점이 미스치프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올해는 더욱 많은 도전을 하게 될 포문을 여는 해이기도 한데 우리답게 즐겁게 해내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스치프 론칭 15주년 기념 '15th Anniversary Presentation'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