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포트] 복잡한 구매 지형 'Z세대'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KEY는?
루이비통
Z세대의 디지털 기기를 통한 온라인 소비, 관계 중심적이고 가치에 따른 의사 결정, 팬덤 기반의 브랜드 충성도를 중요시 여기는 등 복잡한 구매 지형이 럭셔리 브랜드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최근 뉴욕을 방문한 프랑스 출신의 24세 플뢰르 아르벨과 크리스토프 카이루즈는 루이비통 뉴욕 플래그십스토어 입구를 장식한 모노그램 기린과 타조 조형물에 매료돼 매장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루이비통의 강렬한 로고와 스타일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느껴지기에 실제 구매는 다른 브랜드 매장에서 할 예정이다.
카이루즈는 “루이비통은 어떤 면에서는 럭셔리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루이비통이 뭔가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르벨과 카이루즈와 같은, 1998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가 명품 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전세계 명품 소비의 4%를 차지하는데 불과했지만 2030년까지 이들의 점유율이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랜드 경영진이나 컨설턴트, 애널리스트들은 'Z세대들이 이전 세대들보다 특정화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전세계적인 소셜 미디어 환경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기존 유명 브랜드의 제품과 트렌디한 브랜드의 제품을 믹스매치해 틱톡부터 중고품 매장까지 다양한 곳에서 쇼핑하는 경향이 있다. 레거시 브랜드(Legacy brand-오랜 역사와 명성을 가진 브랜드)들은 Z세대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 인플루언서, 팝업 스토어, 그리고 핸드백 참과 같은 저렴한 품목을 활용하여 이 세대에 어필하고 있다.
팬덤 중요시하는 세대, 선호 채널에서 소통해야
Z세대와 적극 소통하는 코치
Z세대와 잘 호흡하는 레거시 브랜드로는 코치와 랄프로렌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엔트리 레벨의 명품 브랜드들은 이같은 세대 교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난 한해 매출도 6.8% 증가하는 등 상승세에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치가 팬덤을 누리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하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전략 등을 통해 Z세대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코치의 총 매출은 6월 마감 기준 지난 12개월 동안 9.9% 증가한 약 56억 달러를 기록했다. 태피스트리의 스콧로는 "Z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더 많아졌기 때문에 브랜드가 Z세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가 더 어렵다. 시장을 선도하려면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share of voice)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갖기 위해서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태피스트리는 5월 실적 발표에서 팬데믹 이전 매출의 3%였던 마케팅 지출을 올해 10%로 늘렸지만 Z세대를 특별히 타깃으로 한 마케팅 지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속가능성 · 밈 · 포용적인 캐스팅 활용
레거시 브랜드들은 ‘콜리나스트라다(Collina Strada)’같은 힙한 신생 브랜드나 메리 케이트와 애쉴리 올슨 자매가 론칭한 럭셔리 브랜드 더로우와 같은 소규모 럭셔리 브랜드들과 경쟁하고 있다. 더로우는 최근 ‘리스트 인덱스(Lyst Index)’에서 가장 인기 있는 럭셔리 브랜드 순위에서 두 계단 상승하여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콜리나스트라다
콜리나스트라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힐러리 테이무어는 Z세대가 단순 정보 노출보다 브랜드와의 소통, 팬덤 형성을 중시하는 만큼 2020년부터 디지털 광고를 통해 그들을 타겟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콜리나스트라다는 현재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브랜드 전체 매출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Z세대가 좋아할만한 지속가능성과 장난기 넘치고 밈 중심적인 미학을 응용하고 있다. 광고 켐페인이나 웹사이트에는 인클루시브(포용적인)캐스팅과 이색적이고 다양한 런웨이 쇼를 통해 젊은 고객들이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저렴한 상품이 젊은 쇼핑객을 사로잡는다
명품 그룹에서는 케링그룹 산하의 ‘보테가 베네타’ 프라다 그룹 산하의 ‘미우미우’ LVMH 그룹 산하의 ‘로에베’와 같은 명품 브랜드가 Z세대에게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신 트렌드, 사회적 가치(환경, 윤리 등), 개인적 경험을 중시하고 SNS와 커뮤니티에서 얻은 정보와 평가에 큰 영향을 받는 Z세대에게 트렌디하고 영한 스타일을 잘 풀어내는 브랜드 미우미우는 현재 리스트 지수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로에베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특히 미우미우의 매출은 2024년 대비 2025년 상반기에 49% 증가했으며 240달러에서 1250달러 사이의 가격대에 판매되는 ‘핸드백 참’은 명품 구매를 처음 시작하는 엔트리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저렴한 품목은 젊은 명품 쇼핑객들을 끌어들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나이 든 세대보다 예산에 더 민감하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에 따르면 8월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1978년 이후 출생)의 지출은 전년 대비 0.5% 증가에 그쳤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지출은 2.4% 증가했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26세 켄달 스틸은 “명품 쇼핑을 할 때 무엇이 오래 갈까를 생각한다. 기왕 한 아이템에 많은 돈을 투자할 것 같으면 5년이나 10년 후에도 질리지 않을 물건을 사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힘 베르그(Achim Berg) 패션 싱크탱크 패션사이츠(FashionSIGHTS) 설립자는 “미우미우와 같은 브랜드가 성공한 이유는 단품으로도 브랜드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Z세대 소비자들은 굳이 전체 룩을 살 필요 없이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구찌 케링그룹 매출 · 소셜 미디어 순위 급하락
일부 럭셔리 브랜드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케링(Kering)그룹이 소유한 구찌의 매출은 지난 2분기에 25% 감소했다. 구찌는 9월 17일, 취임 9개월 만에 CEO 스테파노 칸티노(Stefano Cantino)를 경질했고 발렌시아가를 성공시킨 뎀나 그바살리아에게 구찌를 맡기면서 회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Z세대 연구 기관으로 사용자 생성 콘텐츠(User Generated Content-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만든 콘텐츠)의 언급과 상호작용을 추적하는‘dcdx’ 데이터에 따르면, 구찌는 지난 1년 동안 명품 브랜드 중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부상할 다음 주자가 독창적이고 조각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는 밀라노 베이스의 ‘우마 왕(Uma Wang)’이나 제니가 입어 화제가 됐던 상하이 베이스의 러블리한 컨템퍼러리 ‘슈슈/통(Shushu/Tong)’과 같은 중국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슈슈통
9월 16일 ‘뉴욕 경제 클럽(The Economic Club of New York)’에서 연설한 샤넬 CEO 리나 나이르(Leena Nair)는 "아시아에서 신생 중국 브랜드들이 디지털 활용과 마케팅, 중국의 국가적인 정체성을 강조하는 능력 덕분에 젊은 쇼핑객들에게 점점 더 각광 받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브랜드와의 소통, 팬덤, 가치관을 중시하며 독창적이고 개성있는 스타일 추구하는 등 기존 세대와는 다른 소비 패턴을 보이는 Z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만큼 앞으로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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