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2년 간 20개사 소멸' 흔들리는 이커머스, 돌파구 없나?

이지은 기자 (zizi@fashionbiz.co.kr)|2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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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패션비즈


쿠팡과 네이버, 대기업발 플랫폼들의 입지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 이커머스 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2년간 플랫폼 시장에서 사업 철수 및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기업은 20개사 이상으로,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해답을 찾지 못한 업체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만 서울스토어(패션), 펀샵(장난감), 집꾸미기(인테리어) 등이 영업종료를 알리며 문을 닫았고, 지난 3월에는 1세대 온라인 명품 플랫폼으로 꼽히던 ‘발란’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9월에는 서울스토어와 함께 패션 플랫폼 ‘브랜디(여성)’와 ‘하이버(남성)’를 운영하던 뉴넥스(대표 서정민)도 재정 악화를 이유로 회생절차를 신청해 논란이 불거졌다. 


2014년 여성 의류 쇼핑몰로 시작한 브랜디는 풀필먼트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몸집을 키웠다. 한때 8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으며 누적 투자금 500억원을 유치하기도 했지만, 과도한 초기 투자로 발생한 채권 등으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됐다. 


‘8000억 브랜디 회생 개시’ 1세대∙신규도 울상 


브랜디는 2024년 뉴넥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기존에 함께 운영하던 하이버와 서울스토어를 각각 하이버, 인벤트로 법인 분할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대규모 구조 조정, 비용 절감, 추가 투자 유치 등 영업손실폭 개선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힘썼지만 유동성은 결국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뉴넥스의 자본 총계는 -306억원으로, 지난해 말까지 쌓인 미처리 결손금도 243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대비 66% 감소한 19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에는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버티컬 플랫폼∙유명 종합 이커머스 업체들의 영업 종료 및 기업회생 사태가 이어졌다. 특히 온라인 명품 시장 축소에 따라 이에 특화된 기업들의 위기가 심화됐는데 캐치패션(3월), 한스타일(10월) 럭셔리갤러리(12월) 등이 연달아 사업을 접었다. 


패션 기업에서 신규 시장 개척 및 온라인 판매 강화를 위해 선보인 플랫폼들도 빛을 보지 못했다. 무신사(대표 조만호 박준모)의 3040 여성 타깃 ‘레이지나잇’, 신원(대표 박정주)의 패션 종합몰 ‘쑈윈도’가 대표적으로, 산업 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철수 단계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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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패션비즈


라이프스타일∙B2B 업계, 폐업 작년 10곳 이상


라이프스타일∙B2B 업계는 더 힘들었다. 지난해만 10개에 달하는 쇼핑몰들이 폐업 소식을 전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9월에만 ‘1300K(디자인 상품)’ ‘1200M(가구·생활)’ ‘소쿱(편집숍)’ ‘위투MRO(기업용)’ ‘사자마켓(공동구매)’ 등의 플랫폼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알렛츠(가전·가구)’ ‘문고리닷컴(인테리어)’ ‘바보사랑(문구)’도 파산 혹은 영업 종료 소식을 알렸다. 


전문 플랫폼과 함께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로는 단연 큐텐그룹의 ‘티메프 사태’를 꼽을 수 있다. 티메프 사태는 ‘티몬’과 ‘위메프’가 작년 7월 1조 2790억원 가량의 대규모 판매대금을 미정산한 사건이다. 두 플랫폼이 지난해 9월 회생 신청을 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큐텐의 자회사 ‘인터파크커머스’까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며 판매자의 불안감은 더 가중됐다. 


현시점 티몬은 오아시스마켓(새벽배송)이라는 새 주인을 찾아 재출발했지만. 소비자 반발 및 신용카드사들의 결제 서비스 제공 거부 등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접을 위기에 처했다. 위메프는 지난 9월 서울회생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파산 수순을 밟고 있으며, 인터파크커머스는 다시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 자릿수 성장률’ 국내 이커머스 한계 직면했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은 2021년 21%에서 지난해 5.8%로 급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성장률은 ▲2021년 21% ▲2022년 10.4% ▲2023년 8.3% ▲2024년 5.8%으로, 2023년 이후 한 자릿수 성장에 머물어 있다. 거래액은 매년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진출, 경쟁 심화, 내수 시장 포화 등으로 성장률은 해마다 줄어들며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패션 카테고리에서는 대기업∙유니콘 기업에 인수된 전문몰만 두각을 드러냈다. 한때 브랜디와 ‘플랫폼 3대장(브랜디, 에이블리, 지그재그)’으로 불렸던 지그재그는 2021년 카카오(카카오스타일)에 인수되며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같은 해 29CM와 W컨셉은 각각 무신사, 신세계그룹(SSG닷컴)에 흡수되며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 종료와 기저 효과로 온라인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포화된 시장 속에서 브랜드들은 중소 플랫폼보다 자사몰∙대형 쇼핑몰에 집중하는 추세”라며 “고객 유입 비용은 상승하는 반면 충성도는 낮아 마케팅 효율이 떨어지고 있으며, 특히 패션 분야에서는 오프라인 회귀가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높은 반품률과 물류 비효율성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MZ세대를 중심으로 합리적∙가치 지향적인 소비로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어, 이러한 변화를 읽지 못하는 기업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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