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니엘 콘 디렉터 "하글로프스, 테크니컬로 아시아 인지도 확대"
스웨덴 테크니컬 아웃도어 ‘하글로프스(Haglöfs)’가 9월 5일 도봉산 초입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며 한국 시장에 재입성했다. 한국 전개 파트너는 에이치에이와이엘(대표 이지환, 이하 HAYL)로 수입 아웃도어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는 국내 소비자에게 더욱 정밀하고 분명해진 하글로프스만의 상품과 문화를 전달하기 위해 최근 많은 준비를 해 왔다.
하글로프스는 2012년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가 2017년 사업을 종료하고, 8년 만에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2023년 12월, 브랜드 주인이 일본 기업 아식스에서 홍콩 기반 라이언록캐피털로 바뀌면서 유럽 중심 비즈니스에서 중국 및 아시아로 눈을 넓혔고 이번 한국 진출도 그 일환이다.
<패션비즈>는 지난 9월 초 하글로프스의 한국 플래그십스토어에 방문한 다니엘 콘 하글로프스 리테일 파트너 영업 총괄 디렉터를 만나 새로운 브랜드 전략과 한국 시장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다니엘 콘(Daniel Cohn) 하글로프스 리테일 파트너 영업 총괄 디렉터 (사진 - 구경효 기자)
Q. 하글로프스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시장을 경험했다. 8년이 지난 지금, 한국 시장의 어떤 점을 보고 다시 진출을 결정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이전에 한국에서의 운영 방식은 시장에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안착하는 하글로프스의 장기적 비전에 부합하지 못했다. 2023년 12월 브랜드 오너가 바뀌면서 2012년 처음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던 때보다 브랜드 방향성이 더욱 간결하고 분명해졌다.
기존의 하글로프스는 상품 개발에 중점을 둬 모든 아웃도어 활동에 걸맞은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것이 목표였으나 지금의 하글로포스는 ‘테크니컬’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다. 다른 프리미엄 아웃도어가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확장하는 것과 달리 하글로프스는 ‘슈퍼 테크니컬’한 브랜드로서 모든 상품 개발과 영역 확장의 기본을 기능성에 둔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변화를 모색해 왔고, 2년 전 HAYL을 만나면서 마침내 한국 시장에 맞는 적합한 유통 파트너를 찾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또 때마침 한국과 중국 시장의 아웃도어 소비자 니즈도 테크니컬에 집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진출을 결정했다.
Q. 한국 시장의 첫 파트너는 정광호 대표 그다음은 아식스코리아, 이번에는 HAYL이다. 특별한 파트너 선정 기준이 있었나.
솔직히 결정 과정은 명료했다. 머리와 가슴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면 그것은 옳은 길이다. 이런 직관과 함께 2년 동안 HAYL이 갖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의 경험과 네트워크, 실무 역량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
그동안 많은 한국의 기업이 우리에게 접촉해 왔는데, 우리는 2년 전부터 HAYL과 오랫동안 협상하고 논의하며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이번 파트너십은 단순히 전략적 협력을 넘어 아시아 지역에서 하글로프스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중요한 출발점이다.
Q. 최근 한국 시장은 프리미엄 및 수입 아웃도어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아졌다. 하글로프스의 유통 채널과 가격대 등 브랜드 포지셔닝은 어떻게 결정했나.
한국 진출을 위한 전략을 세우면서 이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썼다. 초기에는 브랜드의 본질적인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유통망 확장보다는 프리미엄 아웃도어의 기술적인 완성도와 브랜드 헤리티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통해 추후 점진적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상품과 가격은 입문용부터 고기능 및 프리미엄까지 폭넓게 구성했다. 경쟁이 심한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가 우리의 상품을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L.I.M.(Less is More)’이라는 경량 상품군을 중심으로 가능한 많은 소비자가 우리의 상품을 통해 아웃도어를 경험하고 즐기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둔다.
물론 그 어떤 경우에도 품질에 있어 타협은 없다. 같은 고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비슷한 가격대의 재킷이 다양하게 있을 때 ‘왜 하글로프스를 사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실질적인 상품력과 가치로 주려고 한다.
Q. 하글로프스는 110년이 넘는 히스토리를 갖고 있는 브랜드로 알고 있다. 한국에 이 헤리티지를 어떻게 전달할 계획인가.
HAYL이 잘 전달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웃음). 소비자들의 소비 취향이나 목적에 맞춰 다각도로 친밀하게 접근하기 위해 방식을 고민 중이다. 무엇보다 하글로프스의 핵심 헤리티지는 상품을 통해서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에 집중하고, 점진적으로 아웃도어 커뮤니티를 포함한 여러 채널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알릴 생각이다.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첫걸음으로 한국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오픈했다. 글로벌 콘텐츠 전략을 기반으로 하되, 고유한 언어와 문화적 뉘앙스를 반영한 콘텐츠로 소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을 강화할 것이다. 상품 면에서도 접근성 좋은 액세서리나 소품을 많이 늘려 한국 소비자들의 최근 트렌드에도 대응할 예정이다.
Q. 하글로프스의 글로벌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하글로프스는 22~25개국에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고,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서는 12개국에 서비스하고 있다. 매년 판매 지역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으며, 매출 규모는 2024년 기준 총 1110억원대다. 2023년 12월 이후 아시아 특히 중국 등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면서 연 40%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존에 탄탄하게 비즈니스를 전개해 온 유럽은 하글로프스의 영향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중국 · 한국 ·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북미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북미는 홀세일 중심으로 10개 리테일러와 꾸준히 소통하며 거래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시장이 가장 안정돼 있다. 파트너 변동은 있었으나 20년째 전개 중이며, 매우 테크니컬한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준야 와타나베의 ‘꼼데가르송’과 일본 한정 상품을 협업으로 선보였고, 해당 상품이 파리와 도쿄 패션위크에서 솔드아웃되기도 했다. 현재 일본은 플래그십스토어 1개, 파트너스토어 2개, 리테일러스토어 70개를 통해 유통 중이다.
Q. 현재 글로벌 아웃도어 시장에서 하글로프스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직접적이고 눈에 보이는 특징을 꼽자면 로고에 들어간 스웨디시 알파벳 ‘ö(o 움라우트)’를 들 수 있다. 어떤 브랜드 로고에도 들어가지 않은 우리만의 색깔이라고 생각한다. 또 대표 상품인 다운의 경우 핏과 보온성도 좋지만, 착용하면 포근하게 안긴 느낌(Hugged warmly, Snuggled in)이 정말 다르다. 한국 소비자가 매장에 와서 꼭 입어봤으면 한다.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근본에 충실해야 한다. 하글로프스의 근본이라면 스웨덴에서 탄생한 기능성 제품이라는 정체성과 독특하고 영감을 주는 디자인 철학에 있다. 트렌드는 변하지만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 뚜렷한 목적에 따라 진화하는 브랜드는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다. 단순하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경험을 창조하는 브랜드가 결국 승자가 될 것이다.
소매 관점에서는 매장이 정말 중요하다. 하글로프스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눈사태 안전 교육이나 강연을 듣거나, 바로 구운 페이스트리와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될 수 있다. 이런 순간들이 소비자와 브랜드를 감정적으로 연결해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커뮤니티로 발전할 수 있게 한다.
이 때문에 하글로프스는 매장 스태프가 모든 소비자를 응대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매장의 상품을 소비자의 체형이나 구매 목적, 추구하는 스타일에 맞춰서 적절하게 소개하고 맞춤 상품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한다. 상품 정보를 전달하거나 응대하는 태도 등 소비자 접점에서 하글로프스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글로벌 중장기 비전은 무엇인가. 한국에서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은 하글로프스의 아시아 주요 시장 중 하나다. 일본과 중국에 이어 한국이 하글로프스의 아시아 상위 국가로 올라올 수 있도록 HAYL과 함께 견고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아시아 전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고, 나아가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 테크니컬 기반의 아웃도어 브랜드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 다니엘 콘(Daniel Cohn) 하글로프스 리테일 파트너 영업 총괄 디렉터 프로필
· 2025년 ~ 현재 하글로프스 리테일 파트너 영업 총괄 디렉터
· 2019 ~ 2025년 하글로프스 글로벌 수출 담당 매니저
· 2014 ~ 2019년 하글로프스 남아메리카 세일즈 매니저
· 2014년 고프로 및 피크퍼포먼스 인하우스 포토그래퍼
· 2009 ~ 2014년 스노우보드 포토그래퍼
· 2007 ~ 2012년 익스퍼트스웨리예 세일즈 매니저
■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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