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포트] 패션 렌털계 No.1 ‘눌리’ 주목, 美 의류렌털 MS 60% 장악

정해순 객원기자 (haesoon@styleintelligence.com)|2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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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털은 리세일에 비해서 아직 개발이 덜 된 패션사업 부문이지만,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일을 원하는 젊은 세대의 니즈를 바탕으로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렌털 산업계에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눌리(Nully)’의 전략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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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렌털은 초기 투자와 물류 관리의 전문성이 필수이고 재고 확보와 산업형 클리닝 등이 요구되는 까다로운 사업으로 기업이 진출을 꺼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사업이기 때문에 기회의 사업이기도 하다. 


‘눌리(Nuuly)’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9년 URBN(어반아웃피터스 그룹)이 론칭한 패션 렌털 구독 서비스(fashion rental subscription service)인 눌리는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던 고정관념을 깨고 패션 렌털 시장에서 고속성장해 론칭 6년 만에 7000억원 매출을 올리며 성장했다. 이 기업은 미국 의류렌털 시장에서 60%를 점유하며 미국의 No.1 패션 렌털기업(2023년 10월 기준, Indagari.com)으로 떠올랐다.


눌리는 새로운 시장에 일찍 진출해서 입지를 굳히며 성공했다. 동시에 젊은 세대의 패션 렌털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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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형 패션 렌털 서비스를 실용화


의류를 대여하는 사업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행사에 필요한 드레스나 턱시도 같은 포멀슈트를 대여하는 것은 전통적인 사업 형태다. 이러한 렌털이 온라인과 결합하자 이용이 더 쉬워지면서 대중화됐다. 특히 2009년 창립한 패션 렌털 스타트업인 ‘렌트더런웨이(RTR, Rent The Runway)’는 2016년부터 구독형 렌털을 시작하면서 패션 렌털계의 개척자로 주목받았다.


렌트더런웨이는 월별 구독료를 지불하고 한정된 수량의 의류를 대여하는 구독형 패션 렌털 서비스로 이벤트용 럭셔리 드레스 등을 제공하면서 미국의 젊은 여성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인기와 색다른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렌트더런웨이는 2021년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문제는 개척자이지만 승자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이벤트가 취소되고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자, 렌트더런웨이의 구독자 수가 반토막 나면서 매출이 정체됐고, 2024년 1 · 4분기를 기점으로 눌리에 추월당해 업계 2위로 밀려났다. 렌트더런웨이가 구독형 렌털서비스를 개척했다면, 눌리는 이를 실용화해서 이익이 나는 비즈니스로 개발한 패션 렌털 부문의 리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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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4배 성장 비결, 모기업의 이점 활용


눌리의 지난 3년간 평균 분기별 성장률이 94%를 기록하는 등 눌리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특히 2023년에는 론칭 4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면서 패션 렌털의 신화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이는 렌트더런웨이가 론칭 후 아직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대조되면서 패션 렌털 부문을 넘어 패션계와 투자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 눌리의 매출은 60% 성장한 5290억원, 이익은 150% 오른 182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발표된 올해 상반기 사업(7월 마감) 매출은 56% 성장한 3690억원을 기록헤 올 회계연도 매출 목표인 7000억원을 가뿐히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눌리의 선전은 모기업(URBN) 주가가 지난 12개월간 113%나 뛰는 데 크게 공헌했다.


성공 비결은 패션 리테일러인 모기업의 전격적인 투자와 함께 생산 기반을 활용한 것이다. 눌리는 그룹의 물류관리 시설 및 노하우를 공유하고 그룹 내 브랜드(앤스로폴로지 · 프리피플 · 어반아웃피터스)의 상품을 원가(홀세일 바잉가 대비 2분의 1 이상 저렴)로 바잉해서 재고를 갖추면서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현재 눌리의 재고 중 모기업 브랜드 상품은 2분의 1을 차지한다.


URBN은 또한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눌리의 사업개발에 이미 1400억원을 투자했으며, 이러한 펀딩에 힘입어 눌리는 지난해 2월 레이모어(Raymore, Missouri) 지역에 5만721㎡(약 1만70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추가로 지었는데, 이를 계기로 운영 용량을 3배로 늘릴 수 있게 됐다. 이는 눌리의 고속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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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옵션 + 럭셔리보다 저렴한 포지셔닝 


현재 눌리는 모기업 브랜드를 포함해서 500개 브랜드 등 2만개에 달하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리바이스’ ‘리포메이션(Reformation)’ ‘비아지걸(VRG GRL)’ ‘바버, 프레임’ ‘하우스오브서니(House of Sunny)’ 등 럭셔리보다 가격대가 낮고 좀 더 실용적인 브랜드다.


상품 가격이 수백만 원대가 아닌 수십만 원대인 것은 다른 렌털 업체 대비 차별화가 되는 동시에 수익성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140만원의 럭셔리 상품과 14만원의 눌리 상품을 대여한다고 하면 눌리는 손익분기를 위한 대여 횟수가 럭셔리만큼 많이 필요하지 않다. 결국 이익을 내는 것이 럭셔리보다 쉬워지는 것이다.


눌리에서 제공하는 의류 카테고리는 광범위하다.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캐주얼, 웨딩, 파티, 여행, 오피스, 페스티벌 등 의류는 물론 빈티지까지 실로 다양한 스타일로 구성한다. 구독자가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렌털이 가능하다. 특히 한 번의 구독으로 모든 상황과 니즈를 커버하겠다는 의도다. 


젊은 고객이 중심, 38만명의 구독자 베이스


이와 함께 구독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성과를냈다. 지난 2년간 눌리의 구독자 수는 3배 증가해 현재 38만명 이다. 이들 대부분은 35세 이하의 MZ세대다.


MZ세대가 중요한 것은 현재 패션 렌털의 주요 고객이 20~35세 중심의 MZ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용의 효율성과 지속가능한 패션의 대안으로 렌털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Z세대는 아웃핏을 빠르게 바꾸는 것을 좋아하고 매일 다르게 입는 것을 선호해 이들의 쇼핑 및 패션 습관은 렌털과 잘 맞는다. 실제로 55%의 Z세대는 이미 의류를 대여한 경험이 있었다.


또 눌리는 렌털업계에서 구독자 유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구독 1년 후에도 구독을 계속 유지하는 비율은 90%에 이르며, 3~5년 후에도 구독을 유지하는 비율이 40%가 넘는다. 이처럼 높은 구독 유지율은 눌리의 성장과 수익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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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구독료 98달러, 눌리의 패션 렌털 서비스


눌리의 패션 렌털 구독 서비스는 ‘1~6~$98’로 요약된다. 1(개월간)~6(개 아이템을)~98달러(약 13만7000원)에 대여하는 것이다. ‘매월 좋아하는 6개 아이템을 고르세요. 나머지는 모두 우리가 할게요’라는 눌리의 광고 멘트처럼 구독자는 눌리의 온라인 사이트나 앱에서 원하는 대여 아이템을 주문해서 사용한 후 UPS를 통해 반송하면 된다. 반송 레이블이 스캔되면 눌리는 다음 렌털 상품의 배송을 시작하는 등 고객이 최대한 빨리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한다.


현재 미국에서 주요 패션 렌털의 월 구독료는 14만원 내외다. 아무아(Armoire)는 12만5000원(4개 아이템 · 월)부터 시작하며 렌트더런웨이도 경쟁사인 눌리를 의식해 구독료를 내려서 현재 13만8600원(5개 아이템 · 월)에 제공한다. 하지만 럭셔리 잡화와 주얼리 상품을 대여하는 플랫폼(Vivrelle, Switch 등)의 구독료는 좀 더 높은 편(월 16만7000 ~ 43만3000원, 수백만 원의 아이템 1 ~ 2개 · 월)이다.


눌리는 렌털 서비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빠른 배송(익일 배달)보다는 5일 안 배달을 고수한다. 이는 창고 내 아이템 픽업과 보관 등에서 최대한 자동화를 활용해 시간과 자원을 줄이고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수익성 유지를 위해서 비용절감을 고민하지만 클리닝과 수선 관련 비용은 제외할 수 없는 필수 요소다. 직원은 세탁된 의류를 하나씩 확인하고 필요하면 수선하거나 얼룩을 제거한다. 이 때문에 클리닝 및 수선 등은 렌털에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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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렌털의 동기? 비용절감 + 지속가능성


2010년대부터 시작됐던 패션 렌털에 대한 관심과 니즈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추락했다 코로나19 포스트 팬데믹에 다시 상승하면서 렌털 사업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특히 의류 가격이 인상되고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렌털은 좋은 대안이 된 것이다. 인플레이션 된 가격의 신상품을 사지 않으면서도 나의 옷장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게 대여하는 것은 비용면에서 매우 효율적 방법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최신 스타일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렌털은 고가의 신상품을 구매하고 싶지만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유용하다.


대여는 구매에 비해서 지속가능한 패션 소비 방식이기도 하다. 새로운 의류를 생산하는 데 사용하는 자원을 줄여서 환경적 영향을 낮추는 것과 함께 각 의류의 수명을 연장하는 순환형 패션에 기여한다. 패션 렌털의 이러한 측면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패션 렌털은 의류 리테일러에 유리?


눌리의 성공은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에 기인한다. 특히 패션 리테일을 운영하는 모기업에 업혀 가는 이점이 있다. URBN의 생산기반을 공유하는 것 외에도 눌리는 자매 브랜드의 고객을 사업 개발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렌트더런웨이 등의 온라인 패션 렌털 플랫폼은 독립된 사업으로서 재고 확보, 물류관리, 배송, 클리닝 등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도전에 대해 패션 렌털 플랫폼은 패션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좀 더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마이워드롭(My Wardrobe HQ), 바이로테이션(By Rotation), 허(Hurr), 하이어스트리트(Hirestreet) 등의 렌털 플랫폼은 브랜드와 함께 그들의 컬렉션을 재고로 활용하면서 브랜드 상품을 대여하면 대여료의 일부를 수수료로 지불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재고 구매를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이게 된다.


플랫폼들이 활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틈새시장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아웃도어 의류나 남성복 디자이너 아이템 등에 집중하는 것이다. 소비자 니즈가 확실하지만 재고 규모나 물류관리에서 덜 복잡하기 때문에 운영이 비교적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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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렌털 시장의 잠재성


글로벌 의류 대여시장은 지난 2016년부터 2023년 사이에 2배 이상으로 커졌으며 2027년까지 10조3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친환경 패션 소비와 비용 효율 측면에서 젊은 세대의 큰 공감대를 얻고 있다.


눌리는 지난 6년간 고속성장과 흑자 경영을 통해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부상했다. 올해 매출액은 700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장기적으로 1조4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눌리는 고(高)비용과 저(低)수익이 정설로 받아들여진 패션 렌털 시장에서 흑자가 나는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모델을 보여줬다. 이는 생활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재고의 가성비 있는 방식을 제공한다.


눌리의 성공은 패션계와 투자계에서 패션 렌털 사업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높이고 있다. MZ세대에게 새로운 패션 및 소비 옵션으로 떠오른 것이다. 렌트더런웨이가 온라인 패션 렌털 구독을 시작한 후 눌리는 이를 흑자산업으로 전환하면서 이 시장은 ‘온라인 패션 렌털 2.0 시대’로 전진하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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