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정호진 넬슨스포츠 대표, "아크테릭스 동행 끝, '코토팍시' 등 뉴BIZ 집중"
국내에서 1개 수입 아웃도어 브랜드의 25년 파트너로 꾸준히 성과를 낸 인물이 얼마나 있을까. 심지어 그 브랜드를 들여오면서 국내 수입 아웃도어 시장의 활성화를 주도하고, 1600억 매출까지 기록한 인물. 바로 정호진 넬슨스포츠 대표다. 극강의 테크니컬 브랜드인 ‘아크테릭스’를 국내에 소개한 지도 벌써 25년, 정 대표는 방향성도 철학도 완전히 다른 브랜드 ‘코토팍시’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25년 전, 모든 아웃도어 유저에게 꼭 필요한 브랜드를 찾아 소개하는 것이 넬슨스포츠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는데요. ‘아크테릭스’와의 파트너십이 종료된 후 가장 먼저 선보이는 ‘코토팍시’는 기존에 넬슨이 하던 것과는 방향성이 다르죠. 기존에 잘하던 것을 또 하면 더 잘할 수 있겠지만, 더 먼 미래의 넬슨스포츠를 위해서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길 없는 암벽에서 루트를 개척하듯, 궁금하면서도 두근대는 마음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에 임하고 있습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구루 중 한 명인 정호진 넬슨스포츠 대표의 말이다. 2001년 ‘아크테릭스’를 론칭하며 국내 수입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을 연 정 대표는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로 매출 1600억원이라는 역대 기록을 세운 후 원점으로 돌아와 경영자로서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그가 이번에 국내 아웃도어 소비자들에게 소개할 브랜드는 미국의 신예 지속가능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코토팍시(cotopaxi)’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여행을 좋아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알음알음한 브랜드로, ‘GEAR FOR GOOD(좋은 것을 위한 장비)’이라는 미션하에 지속가능한 소재 사용, 윤리적 생산과 공정무역, 사회적 기여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공익을 위한 브랜드 ‘코토팍시’로 새로운 도전
정 대표는 “넬슨스포츠는 고기능성 아웃도어를 중심으로 사업을 해왔습니다. 그동안 글로벌 전시회를 다니면서 코토팍시를 접할 때 우리가 찾는 브랜드와 다르다고 여겨왔지만, 어느 순간 ‘우리가 꼭 고기능 아웃도어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며 “아크테릭스는 목적성을 갖고 고기능 · 프리미엄 상품을 판매하는데 소비자는 백 가지, 만 가지 혹은 그저 마음에 든다는 한 가지 이유로 아크테릭스를 찾더란 말이죠”라며 새로운 브랜드를 전개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고객은 우리를 통해 그동안 아크테릭스를 많이 경험했고, 우리는 아크테릭스를 통해 이색적인 니즈로 아웃도어에 유입되는 2030세대 신규 소비자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코토팍시라는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우리는 또 한 번 기존과는 다른 상품·마케팅·유통을 경험하고, 소비자는 또 다른 브랜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코토팍시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실제로 코토팍시는 국내에서는 아주 새로운 개념의 브랜드다. 비슷한 문화를 가진 것으로 ‘파타고니아’를 꼽을 수 있는데, 코토팍시는 브랜드 정신뿐 아니라 설립 목적 자체도 미국에서 공익 기업(PBC; Public Benefit Corporation)으로 분류될 정도로 진지하다. 비즈니스를 하는 목적이 공익에 있는 기업이다.
글로벌 2800억 규모, 매력적인 투자처로 주목
공익을 위한 회사라고는 하지만 최근 미국의 투자자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PBC 중 하나로 수익성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2014년 창립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동시에 진정성도 인정받고 있다. 2022년에 매출 1억달러(약 1400억원)였으나 지난해 기준 2억달러(약 2800억원)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토팍시의 창립자인 데이비스 스미스(Davis Smith)는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낸 남미 에콰도르에 위치한 코토팍시 화산에서 영감을 받아 2014년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목격한 빈곤과 불평등의 현실을 토대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코토팍시를 전개 중이다. 최근 근로 환경 기준을 어긴 대만의 한 생산 공장과 거래를 끊는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코토팍시의 모든 상품은 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든다. 재활용 원단을 사용하고, 윤리적으로 조달된 인증받은 원자재를 사용하며 제조 과정에서 폐기물을 최소화한다. 공정 무역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하며, 지역 사회 고용 창출과 공정한 노동 환경 조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때문에 코토팍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ESG 인증인 ‘비콥(B Corp)’ 인증을 획득했다.
팝업과 정식 매장 등 공간 경험 통해 소통 예정
코토팍시의 대표적인 제품은 알록달록한 여러 색의 원단을 활용해 만든 ‘델디아(Del Dia)’ 라인의 가방이다. 제조 과정에서 버려지는 ‘데드스탁(deadstock)’ 원단을 매입해 제작하는 업사이클링 상품이다. 공장 제작자에게 색상 조합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상품이 탄생되는 게 특징이다. 물론 솔리드 컬러에 실용성과 기능성을 가진 의류와 용품도 풍성하게 전개 중이다.
다만 한국 소비자에게는 생소한 문화를 가진 브랜드이기 때문에 정 대표는 최근 어떻게 이 진정성과 히스토리, 상품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한 브랜드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경험한 터라 매장에 방문하는 소비자가 상품, 브랜드의 컬처, 실용성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와 상품 구성, 직원들의 교육까지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본 코토팍시 매장의 좋은 사례를 접목해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품에 깃든 노력, 친환경에 대한 진정성, 실용적이면서도 멋스러운 면모 등을 잘 전달하고 싶어요. 대표 상품인 델디아의 경우 1개밖에 없는 상품이기 때문에 많은 아이템 중 ‘자신만의 델디아’를 찾는 재미도 경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길 없는 암벽에서 루트를 개척하는 마음”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젊은 시절 사업을 할 땐 잘 몰랐는데, 이제야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즈니스는 나만 이익을 보려고 하면 안 되고, 그렇게 되는 일도 없다.’ 잘 되려면 나뿐 아니라 관계된 모든 이들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이익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더라고요”라고 운을 뗐다.
“코토팍시는 작은 브랜드이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관계자에게 이익을 준다면 크건 작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우리 직원들의 개인적인 성장과 수익, 유통사의 이익, 소비자의 만족과 효용 등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충분해요. 넬슨이 앞으로 발굴하는 브랜드는 이런 기준하에 선택하고, 이 원칙으로 전개할 생각입니다”라고 말을 마쳤다.
그동안 아크테릭스와 더불어 ‘빅아그네스’ ‘스카르파’ 등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는 물론 ‘더기어샵’이라는 아웃도어 컬처 편집숍을 운영하며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이끌어 온 정 대표는 새로운 브랜드 전개에 앞서 마치 첫 사업을 시작하는 것 같은 긴장감과 기대감을 보여줬다.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의 현지화와 장기적 성장 전략에 강점을 가진 넬슨스포츠의 노하우에 따라 코토팍시가 한국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 profile | 정호진 넬슨스포츠 대표
1954년 서울 출생
前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前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코오롱스포츠’ 기획팀장
1998 넬슨스포츠(구 넬슨산업) 설립
2001 ‘아크테릭스’ 론칭
2010 ‘스카르파’ 등 론칭
2013 블랙다이아몬드코리아 설립
2025 ‘코토팍시’ 론칭
■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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