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명선 l 기빙플러스 ESG위원장 재개봉 ‘원령공주’ 속 공존 · 지속가능성은?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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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명선 l 기빙플러스 ESG위원장 재개봉 ‘원령공주’ 속 공존 · 지속가능성은? 3-Image


지브리스튜디오가 창립 40주년 기념 상영작으로 재개봉한 영화가 주목받고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이웃집 토토로> 등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로 묘사하며,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른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해 왔다. “자연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일부일 뿐이다.” 


지난 1997년에 개봉한 <원령공주>는 동화적 판타지가 아니라 인간 문명의 탐욕과 환경 파괴, 공존의 가능성을 치열하게 탐구한 작품이다. 


기후위기, 생물 다양성 붕괴, 과잉 개발로 인한 환경 갈등이 심화되는 지금 <원령공주>가 던지는 ‘공존’의 메시지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 과거의 걸작이 아니라, 지금 세대에게도 시의성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철학의 집약체이자 시대를 초월한 작품이다. 지브리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상징한다는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패션산업에도 강한 울림을 준다.


오늘날 패션산업은 거대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지난 15년간 의류 소비는 두 배로 증가했으며, 매년 수십만 톤의 의류 폐기물이 쏟아지고 있다. 소각과 매립은 온실가스와 미세플라스틱 확산이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소비 습관의 문제가 아닌 근본적인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한 구조적 문제다. 패션의 미래는 빠른 소비와 폐기의 길이 아니라 ‘순환’의 길이어야 한다. 오래 입을수록 가치가 깊어지는 옷, 고쳐 입고 다시 쓰이는 옷, 자연과 사람을 함께 배려하는 옷은 지속가능성 시대의 새로운 해답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선택만으로는 부족하다. 생산자 책임 확대(EPR), 미판매 재고 소각 금지, 순환경제 기반 산업 육성, 소비자 정보 공개 강화, 공공 · 기업의 지속가능 의류 구매 의무화 같은 정책적 장치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시행됐지만, 구체적 성과와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기술적 ·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재고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 마련, 소비자 대상의 탄소발자국 정보 제공 등 현실적인 정책보완이 절실하다. 전기차 보급을 위해 정부가 1조원 이상을 보조금으로 투입했듯이 패션산업의 ESG 전환을 위해 투자하는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너는 숲의 신과 함께 살아가라. 나는 인간들과 살아가겠다. 그러나 우리는 함께 살아가자.” 아시타카와 산의 대화처럼 인간과 자연은 서로 다른 길을 가더라도 결국은 공존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저가 의류와 과잉 생산은 막대한 폐기물을 낳고, 소각과 매립은 토양과 해양오염을 가중한다. 숲을 파괴하려던 인간이 오히려 파멸을 자초한 이야기는 더 이상 영화 속 스토리텔링이 아니다. 40여 년이 지나도 아이맥스 스크린에서 빛나는 <원령공주>처럼 ‘지속되는 아름다움’의 패션 브랜드도 가능하지 않을까!


오래가는 가치에 주목할 때, 패션은 단순히 입는 것을 넘어 ‘지구와의 약속’이 될 수 있다.

“이 땅은 아직 살아 있어요. 우리가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다시 푸르게 될 거예요.”

이 말은 단순한 애니메이션 속 대사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이며 자연과 공존할 시간을 벌어주는 일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을 재개봉 만화 영화가 다시금 일깨워 준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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