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근재 l 바이스벌사 대표 바이브코딩 ‘창의성 & 협업’ 열다
“개발자는 더 이상 혼자 코드를 짜지 않는다.” 최근 테크 업계에서 자주 들려오는 말이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바이브코딩(Vibe Cod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있다. 단순히 AI가 몇 줄의 코드를 대신 써 주는 수준을 넘어 복잡한 소프트웨어와 대규모 프로덕트를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방식이다.
바이브코딩은 ‘코드를 짜는 행위’가 혼자 하는 고독한 노동이 아니라 AI와 함께 리듬을 주고받듯이 상호작용하며 개발하는 과정을 뜻한다. AI가 코드를 제안하면 사람이 그것을 조율하고, 다시 AI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식이다. 중요한 점은 방향을 정하는 것은 여전히 개발자나 기획자라는 사실이다. 사람이 문제를 정의하고, 의도를 디렉팅하며, 큰 틀을 제시하면 AI가 그 위에서 수많은 변주를 시도한다. 이런 구조 덕분에 평범한 개발자도 과거 천재 개발자만 다루던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고, 더 나아가 인간이 떠올리지 못했던 방식의 코드 패턴까지 도달할 수 있다.
패션과 콘텐츠 산업도 전통적으로 인간의 창의성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AI가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기획자가 던진 아이디어를 AI가 수십 가지 방식으로 확장 · 구체화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예컨대 디자이너가 추상적인 무드를 설명하면, AI는 즉시 다양한 시각적 변주를 제시한다. 기획자는 그중에서 선택하거나 다시 방향을 제시하며, 혼자였다면 닿지 못했을 창작의 세계로 나아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AI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 의도를 잡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사람이 디렉팅한 방향 위에서 AI는 속도와 변주를 더하며 창의성을 증폭시킨다. 이는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창의성 영역 자체를 확장하는 것이다.
AI가 바꿔 놓은 것은 창작의 방식만이 아니다. 브랜드와 마케팅의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브랜드는 독자적으로 모든 기획과 마케팅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AI를 매개로 커뮤니티와 집단적 협업이 가능해졌다.
대표적 사례가 2026 S/S 서울패션위크에서 등장했다.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 ‘줄라이컬럼(JulyColumn)’은 국내외 패션학과 학생들과 AI 커뮤니티가 함께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협업에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결과물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브랜드, 커뮤니티, AI가 동시에 협업하며 무대를 완성한 것이다.
이는 AI가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브랜드와 기획자가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면 그것을 구체화하고 확장해 주는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AI를 여전히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 생각한다. 하지만 핵심은 다르다. AI는 ‘나의 가능성을 확장해 주는 동반자’다. 내가 얼마나 깊이 AI와 대화하며, 어떤 방식으로 의도를 디렉팅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수준은 완전히 달라진다.
바이브코딩과 AI 기반 기획의 등장은 바로 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다. 사람이 기획의 나침반을 쥐고, AI가 그 위에 수많은 가능성을 펼쳐 보이며 협업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패션이든 소프트웨어든, 기획자와 개발자가 만들어낸 의도를 AI가 증폭해 새로운 창의성과 협업의 리듬을 세상에 울려 퍼지게 하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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