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성장 속 '나이키'만 2년 연속 마이너스인 이유?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5.09.25 ∙ 조회수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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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2조원 규모를 이룩했던 나이키코리아(대표 구준원)가 2년 연속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5월 결산 법인인 나이키코리아가 최근 2024년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의 실적을 공개했는데, 매출은 1억8913억원으로 전년대비 5.7%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378억원으로 4.2% 줄었다.


현재 국내외 정치·경제 현황이 어렵고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는 하지만 국내 수입 스포츠 브랜드 시장은 러닝 붐으로 인해 전에 없이 활발한 상황이라 의아하기도 하다. 같은 시기는 아니지만 2024년 말 기준 대표적인 글로벌 직진출 스포츠 브랜드들과의 실적과 이번 나이키코리아의 성적을 비교해 보면 나이키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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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스포츠 강자로 군림할 것 같던 나이키가 2년 연속 부진을 기록하게 된 이유로는 역시 팬데믹 시기 야심차게 추진한 D2C(소비자 직접 판매) 강화 전략 실패와 그로 인한 스포츠 전문성 약화를 들 수 있다.


나이키는 팬데믹이 시작되자 누구보다 빠르게 오프라인 주요 도·소매 파트너는 물론 아마존 같은 온라인 공룡과도 계약까지 중단하면서, 자체 온라인과 직영 매장에 집중했다. 온라인의 중요성이 대두되던 시점이라 이 전략 역시 미래를 위한 결정으로 보였으나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준비 없이 줄여버린 결과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판매처가 대폭 줄어들다 보니 재고가 심각하게 쌓였고, 이 때문에 일부 프리미엄 한정판 상품 외에는 할인을 남발하며 브랜드 가치를 깎아 먹었기 때문이다. 자사몰에서는 1년 내내 할인 이벤트가 벌어지고, 한편에서는 쉴 틈 없이 한정판 상품을 발매했다.


성급한 D2C 속행 및 단일 매뉴얼 추구 등 전략 실패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2020년대 나이키는 '스포츠 정신을 잃었다'는 평이 나올 만큼 전문성도 잃게 됐다. 상품은 남성과 여성, 키즈로 카테고리를 단순화하고, 러닝이나 농구 등 기존에 리더십을 갖고 있던 분야의 전문성을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혁신보다는 잘 팔리는 라이프스타일 상품만 꾸준히 찍어냈고, 국내에서는 특히 '범고래'로 불리던 덩크 라인이 그 피로감의 끝을 보여줬다.


그 사이 로컬 친화력, 기술 기반 전문성, 헤리티지를 무기로 삼은 경쟁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이키가 글로벌 단일 매뉴얼에 집중한 것과 달리 '아디다스'는 한국을 단독 마켓으로 격상 시키고, 한국 아티스트 및 상권과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들이 매장에 올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헤리티지를 살린 신발 라인도 트렌드를 이끌며 승승장구 중이다.


그동안 부진했던 '푸마'도 국내 맞춤형 상품, K-팝 스타 로제를 앞세운 문화 친화적 마케팅 등 로컬라이징 전략으로 큰 성과를 냈다. 작년 기준 매출은 1473억원으로 17.2% 늘었고, 영업이익은 66억원을 찍으며 흑자전환했다. 직수입은 아니지만 글로벌 브랜드인 뉴발란스와 데상트 역시 전문성과 탁월한 소비자 친화적 전략으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아디다스·푸마 등 로컬라이징·신발로 두 자릿수 성장세 기록


러닝이 스포츠 시장 핵심 카테고리가 되면서 신발이 강한 브랜드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특히 '편안한 신발'을 내세운 '스케쳐스'의 조용하면서도 급진적인 성장이 두드러졌고, 트레일러닝과 러닝에 특화된 '호카'와 '온'도 빠른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차근차근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아식스'는 2022년 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대폭 줄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음에도 온라인 유통 강황, 파워풀한 상품력, 이슈를 놓치지 않는 마케팅 파워로 오히려 우상향 매출 그래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매장은 단 28개, 매출은 작년 기준 1437억원으로 전년대비 31%나 성장했다.


'미즈노'는 축구 분야에서 리더십을 확실히 굳혔다. 축구화는 물론 K리그 구단 후원에 팬들과 함께 하는 브랜드데이 등 전문성을 기반으로 접점을 확장하면서 라이프스타일 라인까지 그 인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골때녀' 등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해 여성 소비자들의 축구 및 풋살 시장 진입이 증가하는 와중에 그 시장을 빠르게 잡은 것도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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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스포츠 브랜드로의 회귀' 공표... 다시 벤더 중심 유통 전개로


나이키는 지난 6월 실적 발표회 현장에서 '스포츠 브랜드로의 회귀'를 공표했다. 앨리엇 힐 CEO가 직접 "시장을 놀라게 할 혁신적인 운동화’를 내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자사몰과 직매장 직접 판매 비중을 늘리던 전략을 중지하고 백화점, 편집숍, 유력 온라인 플랫폼 등 벤더 중심 유통 전개를 다시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ABC마트 등 대형 벤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마케팅 협업을 진행하고, 무신사나 백화점 주력 점포 등 유통별 독점 상품을 차별화되 소비자 타깃별 공략을 다각화하는 등 판매 전략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나이키의 매출이 6% 가깝게 떨어졌지만, 매출 규모가 독보적인 만큼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은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에서 대대적으로 진행 중인 개편이 언제쯤 성과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포츠 유통 전문가들은 “나이키가 ‘범고래(덩크)’ 등 캐시카우 상품 물량을 줄이면서 관련 매출이 20~30% 줄어든 것으로 안다. 올 하반기부터는 생산 및 유통 파트너사와의 계약 조정을 통해 가격 인상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올해 안에 매출이 크게 뛰는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형 브랜드인 만큼 영향력과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향후 얼마나 혁신적인 상품으로 다시 이목을 집중시키느냐에 따라 시장 주도권 탈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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