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패션모델의 가벼움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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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4-36. 쓰리사이즈의 이상형이라고? 갈수록 여성의 체형 목표는 더 가벼워져간다. 거리마다 지면마다 광고에는 죄다 깡마른 것들만 나오는 더러운 세상.. 언제까지 참을 수 있나?


“패션모델”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 스키니하면서도 초췌한 느낌의 여성상이 등장한다. 패션광고, 패션쇼에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모델들로 가득 차있었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패션브랜드라면 더욱 그 오랜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최근 ‘자라’(ZARA)의 패션 광고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앙상하게 뼈만 보이는 마른 모델이 등장하는 자라의 패션광고가 영국 광고심의위원회(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ASA)에 의해 퇴출당했다. “건강에 해로울 정도로 마른” 모델이 등장한 광고들에 금지 처분을 내리던 ASA는 이미 ‘막스 앤 스펜서(Marks & Spencer)’와 ‘넥스트(Next)’ 광고를 틀어막았다. 다리의 날씬함을 너무 강조하는 무책임한 자세가 지적당했다. 여성의 매력은 롱다리 쭉쭉빵빵이라고 모태 세뇌를 당해오던 대중에게는 충격이었다. ASA가 지금 저체중 모델 관련 60건의 광고를 심의하는 것을 비롯하여 프랑스 등 유럽은 깡마른 여성 체형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고정관념과 전쟁 중이다.

 

2006년 라모스 모델 자매의 초강도 다이어트 사망, 2010년 거식증 캠페인을 벌이던 모델 이사벨 카로의 희생을 계기로 저체중 모델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패션 최전방을 이끌던 프랑스가 2017년 마른 모델을 고용하는 모델 에이전시, 브랜드에 벌금 및 징역형을 부과하는 법을 시행하자, 그동안 인권 사각지대에서 스키니 체형을 강요 받던 모델들은 다소 숨퉁이 트였다. 나아가. 이 법은 실제보다 더 말라보이는 몸매 보정 사진에 이를 명시하는 의무까지 부과하면서, 많은 여성들의 섭식장애를 유발하던 마른 몸매 강박증에 강타를 날렸다.

 

패션기업들도 광고 뿐만 아니라 SNS에 만연한 “스키니” 문화화, 일상화를 선제적으로 경계하고, 더 건강한 여성상에 공감했다. 일정 사이즈(한국 기준 44/XS) 이하 모델을 금지하는 공동 헌장을 마련했던 LVMH와 케링 그룹은 감시 기구까지 운영하였다. 케링그룹은 "모든 여성들의 존엄성 존중"이 최고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여성 속옷의 대명사 “빅토리아 시크릿”은 마른 모델들이 현란하게 등장하는 패션쇼를 전격 중단하고, 여느 일반인들처럼 뚱뚱한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등장하는 속옷 광고를 통하여 여성 신체의 다양성을 존중하고자 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스키니가 슬그머니 돌아오기 시작했다. 플러스사이즈 모델 캐스팅은 급격히 줄어들고 스키니 모델이 런웨이와 광고를 장악하더니, 빅토리아시크릿 역시 2023년부터 패션쇼를 재개했다. “자기 몸 긍정하기” 대신에 “남의 마른 몸 공경하기”에 다시 빠져들었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관심 대상이자 목표 지점이 마른 백인 소녀이다 보니, 결국 인종차별과 여성 혐오에 갇히는 것이다. ESG 흐름까지 감안한다면, 럭셔리일수록 다양한 사이즈를 제공하고 모든 형태의 아름다움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아직 마른 모델에 대한 규제 또는 보호의 인식조차 깜깜하다. 인권위, 공정위 등의 무관심이 소리 소문없이 문제를 더 키우는 중이다. 케이팝(Kpop) 산업은 오히려 ‘스키니 체형’ 위에 성장하고 있고, 성형 다이어트 시장도 여성 신체 다양성에 역행하고 있다. 패션 광고는 이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억압되었던 여성 신체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과업도 패션의 몫이다. 모델조차 참을 수 없는 가벼움보다 우리 모두 견딜 수 있는 무거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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