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개막, 세일즈는 '글쎄' 2026 S/S 서울패션위크 어땠나
서울시(시장 오세훈)가 주최한 ‘2026 S/S 서울패션위크’가 9월 7일 ‘므아므’ 쇼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9월 1일부터 7일까지 이어진 이번 행사는 런웨이 15개, 프레젠테이션 9개, 오프쇼 3개, 수주 전시 76개, 쇼룸 투어 30개 브랜드로 구성돼 도심 전역을 무대로 다층적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번 시즌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일간 진행하는 위크 다운 편성과 ‘서울다움’을 강조한 공간 전략으로 변화를 꾀했다. 개막 무대를 DDP가 아닌 덕수궁길에서 진행하며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흥천사, 문화비축기지, 몬드리안호텔, 성수동 등 곳곳에서 쇼와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가며 도시의 결을 패션과 함께 드러낸 점도 인상적이었다.
케이팝과 글로벌 콘텐츠 확산으로 한류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장소를 런웨이로 전환한 시도는 서울의 정취를 패션과 함께 국내외에 알리려는 기획 의도를 분명히 보여줬다. 관람객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전통과 미래가 한 프레임에 담긴 공간에서 한국적인 럭셔리를 볼 수 있었다”는 평가처럼, 한국적 공간을 무대로 한 연출이 신선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76개 브랜드 참여, 서울다움 강조한 무대 ‘신선’
다만 야외 개막 무대와 3개의 오프쇼가 선사한 볼거리만큼 아쉬움도 남았다. 야외 형식 특성상 기상 변수에 취약했고, 실제로 앤더슨벨 무대는 시작 직전까지 강한 비가 이어졌으나 진행 관련 사전 안내가 부족했다. 현장 도착 후에도 좌석 배치와 동선 공지가 미흡해 관람객 혼선이 발생했다.
일부 쇼는 시작 20분 전까지 리허설을 이어가며 현장 진행 모습과 관계자의 직설적인 멘트를 관람객에게 그대로 노출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20~30분을 넘는 지연도 야외 무대에서 다수 반복됐고, 이에 대한 안내가 충분치 않아 관람 편의 측면에서 친절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간과 수용력 문제도 부각됐다. 야외에서 진행된 앤더슨벨을 제외하면 주요 런웨이는 DDP 아트홀 1관과 2관에서 열렸는데, 2관은 공간이 협소하고 좌석 규모 역시 작아졌다는 체감이 컸고, 1관 역시 전 시즌 대비 좌석을 줄여 관람 기회가 축소됐다는 아쉬움이 나왔다.
야외쇼 ‘우왕좌왕’ DDP는 공간&좌석 ‘협소’
좌석 배분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전체 좌석에서 서울시 배정분이 10%를 차지하는 가운데, 1~2열(VIP석) 총 64석 중 40석이 운영 측으로 배정돼 브랜드 측 초청 운영이 어려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실질적 비즈니스로 연결 가능한 바이어 좌석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현장에서 난항을 겪었다. 쇼를 보려는 바이어 수요가 높았지만, 사전 정보가 부족해 좌석 확보가 지체됐다는 지적이다.
한 디자이너는 “쇼 시작 전 우리 쇼를 보는 바이어가 4명에 불과하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문의 회신도 늦어 대응이 어려웠다. 트레이드쇼 현장에서도 많은 바이어가 쇼에 참석하길 희망했지만 서울시 배정 좌석 내에서도 자리가 부족하고 사전 정보가 없어 좌석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일정 설계에 대한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성수·이태원 등 외부 쇼룸 미팅과 트레이드쇼가 겹치며 현장 바이어 밀도가 크게 낮아진 것. 당일 트레이드쇼 현장은 브랜드 대표와 실무진만 자리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또 동기간 진행된 Kiaf, Frieze와의 일정 중첩으로 VIP 유치 부담이 커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VIP 입장에서는 잦은 이동으로 피로도가 높고, 매년 트레이드쇼 장소가 동일해 방문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진 디자이너, 서울패션위크 문턱 높아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번 트레이드쇼 바이어 매칭 시스템도 말썽이었다. 시스템 오류로 사전 확정된 명단이 아예 달라졌고, 시간대도 오전, 오후 단위로만 안내돼 정확한 타임슬롯이 제공되지 않았다. 그 결과 디자이너가 현장에서 장시간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 브랜드 대표는 “트레이드쇼 바로 전날 시스템 오류로 이메일 링크를 확인하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전과 전혀 다른 일정표가 도착해 당황했다. 시간도 오전·오후로만 표기돼 바이어 도착을 예측할 수 없어 대기가 길어졌다”고 전했다.
신진 디자이너 지원 문턱도 높아졌다. 서울시 서울패션위크 예산이 2024년 62억원에서 올해 55억원으로 약 7억원 감소했고, 이에 따라 지원 규모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서울시 예산 62억 → 55억, 지원금도 DOWN
실제 지원금은 지난해 약 1000만원에서 올해 500만원 수준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서울패션위크를 발판 삼아 인지도를 넓히고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려는 신예들에게 비용 부담이 크게 전가된 셈이다. 또한 모델 캐스팅이나 오디션 등 실무를 지원하는 전담 창구가 부재해 준비 단계부터 난관으로 작용했다.
한 디자이너는 “예전 ‘제너레이션넥스트’가 부활했으면 한다. 당시에는 패키지 형태로 금전·정보 지원이 충분해 신진도 수월히 무대에 오를 수 있었지만, 통합 이후 지원금이 줄고 실무를 돕는 담당자도 없어 준비가 더 힘들었다. 패션쇼 선정 브랜드 발표도 예정보다 늦어 전반적으로 준비가 촉박했다”고 토로했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서울패션위크는 단순한 쇼를 넘어 디자이너·바이어·미디어를 잇는 산업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지향한다. 그러나 내부 운영을 들여다보면 미흡한 지점이 적지 않고, 현재 구조로는 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장애물이 존재한다.
한국 패션의 미래를 이끌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집중하고, 세일즈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편성과 예산 배분이 절실하다. 또한 시스템, 일정, 공간을 아우르는 운영 표준을 명확히 하고 바이어 동선과 미팅 효율을 높이는 구조적 개선이 병행될 때 비로소 서울패션위크가 '실질적인 비즈니스 장'으로서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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