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광철 l 국제패션디자인학교 교수 겸 에코그램 부사장 '‘케데헌’으로 본 스타트업 3가지 전략'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5.09.05 ∙ 조회수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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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광철 l 국제패션디자인학교 교수 겸 에코그램 부사장 '‘케데헌’으로 본  스타트업 3가지 전략' 3-Image


“애니메이션이 다 그렇지. 뭐가 다르겠어?”

디즈니가 만든 <겨울 왕국>의 렛잇고(Let it go)가 전국에 울려 퍼진 이후에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OST 골든(Golden)과 커버 챌린지가 폭발적으로 SNS를 강타했다. 


“노래 참 좋은데, 여자 아이돌 팝송인가? 그런데 한국어가 들리네~” 

지난 6월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헌터스’는 K-팝을 애니메이션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여자 아이돌 그룹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국의 악귀 신화와 전설을 탐구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는 케이팝 데몬헌터스가 실제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 독특한 시도였다.


매기 강 감독은 이 프로젝트를 9년 넘게 진행했다. 처음에는 대형 제작사가 아닌 20명 내외의 소규모 창작 스타트업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성공 전략을 스타트업 관점에서 3가지로 정리해 봤다.


첫째, 최소 기능 제품(MVP) 대신 최소 가치 경험(MVE)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가 ‘히트 IP’를 확보한 후 기획에 들어가는 반면 데몬 헌터스는 처음부터 팬덤을 기반으로 세계관을 만들었다. 팬들을 단순한 팔로워가 아닌 IP공동 확장자로 연결해 캐릭터와 세계관에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해 로고, 음악, 배경, 아트, 커버댄스, 코스프레, 리액션 영상, 숏폼 등 콘텐츠 확산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했다. 


둘째, SNS를 단순한 마케팅 채널이 아니라 제2의 무대로 만들었다.

‘케이팝 데몬헌터스’는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서 매주 에피소드와 함께 팬들이 만든 2차 창작물이 폭발했다. OST 후렴은 챌린지 댄스가 됐고, 캐릭터의 대사는 밈이 돼 SNS를 점령했다. 이건 단순한 바이럴이 아니라 콘텐츠 그 자체가 팬들에게 무대를 제공한 셈이다. 이를 통해 팬들은 ‘자기화’할 수 있는 서사와 구조를 만든 것이다. 


셋째, 세계관이 곧 사업모델이 됐다.

케이팝 데몬헌터스는 단순한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한류만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K-팝 아티스트가 무대에서 느끼는 외로움, 팬이 느끼는 사랑과 불안, 세상을 구하고 싶은 열망을 이야기했다. 그 감정은 국경을 넘어 공감받았고, 특히 1020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팬덤이 형성돼 진정성을 가진 로컬 감정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세계관을 기반으로 OST, 굿즈, 웹툰, 댄스 챌린지, 인터랙티브 팬 투표, 심지어 AI 캐릭터 라이브 방송까지 연결됐다. 이건 단순한 트랜스 미디어 전략이 아니라 스토리를 비즈니스 엔진

으로 전환한 구조화된 글로벌 콘텐츠 설계다.


결과적으로 케이팝 데몬헌터스는 창작 스타트업이 팬을 이해하고, 세계관을 설계하고, 감정에 기반한 콘텐츠로 확장할 때 얼마나 거대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기술과 자본이 부족해도 괜찮다. 팬의 마음을 이해하는 감각과 그 감정을 콘텐츠로 구조화하는 능력만 있으면, 당신의 스타트업도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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