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럭셔리 브랜드 “이젠 주얼리” 핸드백 대신 귀금속 확장

정해순 객원기자 (haesoon@styleintelligence.com)|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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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럭셔리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LVMH그룹이 케어링그룹 등 거대 럭셔리 기업이 주얼리 시장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 럭셔리 시장의 캐시카우 역할을 핸드백 대신 주얼리가 대신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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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후 글로벌 럭셔리 시장은 침체를 겪고 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하락(1%)을 기록한 이래 올해에는 2~5%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Bain/Altagamma). 록다운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22~29% 성장했던 극강의 럭셔리 파워가 사라지면서 일부에서는 럭셔리가 존재론적 위기를 맞았다고 본다. 물론 에르메스와 브루넬로 쿠치넬리 같은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슈퍼 럭셔리 브랜드는 아직도 승승장구하지만 속도가 확연히 느려진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 발표된 럭셔리 기업의 분기 실적을 보면 글로벌 No.1 럭셔리 그룹인 LVMH그룹(회장 베르나르 아르노)도 럭셔리 침체를 피하지 못하고 2/4분기 동안 매출이 4% 하락했고, 케어링그룹(CEO 루카 데 메오)은 같은 기간에 15%나 매출이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리치몬트그룹(대표 요한 루퍼트)은 3대 럭셔리 기업 중 유일하게 최근 분기 매출이 6% 성장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 비결은 리치몬트그룹에서 판매하는 주얼리 브랜드가 만들어 낸 매출 증가(11%)에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현재 하락세를 보이는 럭셔리 시장에서 주얼리는 가장 실적이 좋은 부문으로서 LVMH그룹과 케어링그룹의 경우 사업이 어려운데도 성장하는 유일한 부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케어링그룹의 ‘부쉐론(Boucheron)’은 서구와 일본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했으며, LVMH그룹의 ‘티파니(Tiffany & Co)’도 분기별로 9%씩 성장하는 등 주얼리는 현재 럭셔리 부문에서 가장 핫한 종목이다. 럭셔리 기업은 이러한 주얼리 붐에 편승해서 주얼리 부문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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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대신 주얼리’ 가성비 가격정책의 승리


다른 카테고리 대비 경기 변화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부문이 주얼리다. 이처럼 럭셔리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주얼리를 구매하고 다른 럭셔리 아이템 대신 주얼리를 선택하는 것은 소비 경향이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럭셔리 소비 경향이 구매에서 ‘가성비(value for money)’를 고려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지난 4년간 럭셔리 브랜드가 패션과 잡화의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상한 데 따라 모든 럭셔리 핸드백은 50% 이상 비싸졌다. 실제로 ‘루이비통’의 스피디 백과 ‘샤넬’의 플랩 백은 2019년 이후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 이에 비해서 주얼리 브랜드는 가격 인상에 매우 보수적이었다. 루이비통 핸드백의 경우 매년 10%씩 가격을 올린 것에 비해서 ‘까르띠에’는 매년 3%씩 인상했다(BOF).


핸드백과 비교하면 주얼리가 저렴한 것이다. 실제로 샤넬의 2.55 미니 레더 핸드백은 795만원으로 까르띠에의 링(클래시 링, 18K 소재, 449만~767만원)보다도 비싸다. 또한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프린트 티셔츠와 데님셔츠의 가격은 156만~288만원으로 티파니의 ‘엘사 페레티(Elsa Peretti)’ 실버라인 주얼리(37만4000~304만원)와 까르띠에의 러브 링(224만원)과 유사한 가격대다. 오를 대로 오른 핸드백이나 의류를 사느니 비슷한 가격대의 주얼리를 구매하는 것이 가성비와 투자 가치가 높다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가격과 가치의 균형은 주얼리가 럭셔리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인기 카테고리로 떠오른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다. 요한 루퍼트 리치몬트그룹 대표는 지난 5월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향후 3~4년간 경쟁사 대비 가격 인상에 더욱 신중할 것이며 공정한 가격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가격이 주얼리 성장의 키가 됐다는 것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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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소비와 남성 주얼리 부상


현재 리치몬트그룹은 주얼리 부문에서 브랜드 및 논(non)브랜드 주얼리로 마켓셰어를 차지했다. 이는 부유층이 주얼리를 구매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의류와 레더 상품을 사던 사람들이 주얼리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주얼리는 핸드백과 의류에 비해 귀중하고 오래가기 때문에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경향이 변한 것이다.


레더와 패션 부문에 의존하는 LVMH그룹의 사업이 부진한 데 비해서 주얼리 매출이 70%를 넘는 리치몬트그룹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그만큼 주얼리 소비자층이 강하다는 것이다. 자료(True Luxury Global Consumer Insights, BCG/Altagamma)에 따르면 현재 가장 부유한 럭셔리 소비자(top tier, 전체 럭셔리 인구의 0.1% 비중)가 럭셔리 주얼리 지출의 34%를 차지하는데 이러한 초부유층은 다른 럭셔리 고객이 구매를 꺼려도 주얼리를 계속 구매한다고 한다.


그동안 남성용 주얼리는 소규모 시장으로 인식됐으나 최근 몇 년간 인기와 니즈가 높아졌다. 특히 해리 스타일스, 티모시 샬라메, 패럴 윌리엄스, 숀 멘데스 등의 셀러브리티가 남성 주얼리를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남성 주얼리 사용이 확산됐다. 실제로 글로벌 남성 주얼리 시장은 2024년 49조6000억원 규모에서 향후 10년간 연평균 8.6%씩 증가해서 2034년까지 105조2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Prophecy Market Insights).


특히 남성의 파인주얼리 연평균 성장률은 7.3%로 여성 부문(4.6%) 대비 1.6배나 높다(Euromonitor). 이를 반영하듯 루이비통은 지난해 1월 남성용 파인주얼리 컬렉션 ‘Les Gastons Vuitton’을 론칭했다. 이는 18피스의 유니섹스 분위기의 주얼리로 골드, 티타늄, 다이아몬드를 사용했다. 반지 · 펜던트 · 목걸이 · 팔찌 · 귀걸이 등이며, 가격대는 310만~2350만원 선이다. 티파니도 남성용 주얼리를 선보이고 있다. 유니섹스 및 남성용 디자인으로 56만~4400만원 가격대의 200여 개 상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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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마켓과 하이주얼리 동시 성장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럭셔리 주얼리의 가격대는 690만~1억3860만원대로 여기서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매출 중 30~70%가 나온다(Bain). 중간 가격대 상품은 심플한 주얼리(진입가격대, 140만~410만원)와 최고급 주얼리(하이주얼리, 1억3860만원 이상)의 차이를 잇고 있어 인기가 많다. 대표적으로는 ‘불가리’의 ‘투보가스(Tubogas)’, ‘까르띠에’의 ‘트레사지(Tressage)’, ‘스위스’의 주얼리 메종, ‘무와와드(Mouawad)’의 ‘윙스오브원더(Wings of Wonder)’ 등이 있다.


브랜드는 전략적으로 이러한 가격대를 늘리고자 하는데, 이를 위해서 진입 가격대(entry price level)상품 디자인을 격상하고 하이주얼리 디자인을 단순화해서 중간 가격대 상품을 보강하고 있다. 티파니는 2020년 LVMH그룹이 인수하면서 중간 가격대 상품의 매출을 2025년까지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고 품질의 보석을 사용해서 장인들이 만드는 유니크한 디자인의 하이주얼리(high jewellery/haute joaillerie)는 웨어러블 아트라고 불릴 정도로 가장 창의적인 주얼리다. 가격은 일반적으로 1억3860만원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지난해 불가리는 554억원으로 알려진 140캐럿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고가의 하이주얼리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그 가치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옥션하우스인 소더비에 의하면 하이주얼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구매 가격보다 리세일 가격이 높아지는 등 가치가 상승한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오트쿠튀르 패션이 가치절하되는 것과 대조된다. 결국 초부유층의 고객은 경기변화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투자상품으로 하이주얼리를 구매하는 것이다.


주얼리 부문에서 수익성이 가장 좋고 급성장하는 분야인 만큼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 루이비통, ‘포멜라토(Pomellato)’ 등이 하이주얼리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주얼리는 브랜드의 매출을 늘리는 중요한 채널이 되는 동시에 잠재고객에게 주얼리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LVMH그룹이 티파니와 루이비통의 하이주얼리 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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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브랜드, 앞다퉈 주얼리로 확장


‘까르띠에(리치몬트그룹)’ ‘불가리(LVMH그룹)’ ‘부쉐론(케어링그룹)’ 등 주얼리 메종을 넘어서 패션과 레더하우스 ‘샤넬’과 ‘루이비통’도 성공적으로 주얼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1993년 이후 주얼리를 주요 상품으로 제공하는 샤넬은 전체 매출 중 주얼리가 15% 내외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4년 론칭한 루이비통의 주얼리 사업은 1조6200억원을 초과했다.


이러한 샤넬과 루이비통의 주얼리 성공에 고무돼서 최근 몇 년간 럭셔리 브랜드의 파인주얼리 론칭이 잇따랐다. 그동안 패션과 잡화로 다져진 명성을 파인주얼리로 전달하겠다는 의도다. ‘아르마니’와 ‘구찌’는 2019년 파인주얼리를 론칭했으며 그 후 ‘프라다’(2022) ‘발망’(2022) ‘펜디’(2023) ‘생로랑’(2023) ‘질샌더’(2024) ‘보테가베네타’(2024) 등이 파인주얼리 사업에 진입했다.


관건은 ‘소비자들이 주얼리 전문 브랜드 대신 패션 브랜드의 주얼리를 선택할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서 럭셔리 하우스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프라다는 추적가능한 100% 재생 골드를 사용하고, ‘랑방’은 윤리적으로 소싱한 금을 사용해서 성별에 관계없는 중립적인(gender neutral) 디자인을 제공하는 등 전통적인 주얼리 메종과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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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로컬 주얼리 ‘라우푸골드’, 스타로 떠올라


‘라우푸골드(Laopu Gold)’는 현재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주얼리 브랜드다. 2025년 상반기 매출이 250% 내외로 성장했는데, 이는 중국 내 부유한 고객의 럭셔리 지출이 저조한 상황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귀금속계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라우푸골드는 2009년 슈 가오밍(Xu Gaoming)이 창립했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주얼리 하우스로 중국 럭셔리 주얼리 시장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된다. 중국의 전통적인 금세공 장인기술과 문화적 상징주의, 희귀성 등으로 해외 브랜드의 인기를 뛰어넘고 있다. 주로 순금(24K)을 사용하며 중국 전통문화의 모티프인 용 · 불사조 · 연꽃 등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가격은 210만~970만원 선이며 상품에 따라 4900만원을 넘기도 한다. 경제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 금은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라우푸는 투자가치와 중국의 문화를 결합해서 성공했다.


현재 중국에 40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매출은 165% 성장한 1조6400억원, 이익은 3배 오른 284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홍콩에서 상장한 이래 주가는 1600%나 폭등하는 놀라운 실적을 보이면서 중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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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주얼리는 기회의 시장?


전반적인 럭셔리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주얼리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지속되면서 럭셔리 주얼리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 관세로 인한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거시경제가 불안하지만 초부유층은 럭셔리 브랜드를 구매하고 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럭셔리 주얼리는 럭셔리 기업을 침체에서 구해줄 수 있는 희망이 되고 있다.


주얼리로 명성을 다진 까르띠에와 불가리 등은 초고가의 하이주얼리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2022년 이후 럭셔리 브랜드들의 파인주얼리 론칭이 줄을 잇고 있으며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럭셔리 상품 시장에서 패션과 핸드백 등에 비해 주얼리 부문은 논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60% 내외를 차지하고 있으며(Vogue Business), 럭셔리 브랜드(브랜드 주얼리)가 이를 점차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럭셔리 소비자는 주얼리를 가성비 높은 품목으로 보며 투자 아이템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로 까르띠에 주얼리의 평균 리세일 가치는 79%이며, 아이템에 따라서 106%까지 올라가기도 한다(Clair Report). 럭셔리에서 주얼리 구매해 럭셔리를 즐기면서 동시에 투자도 하는 일석이조의 구매 트렌드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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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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