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상반기 희비교차' 패션 대기업, 글로벌에 미래 달렸다
국내 패션 마켓을 이끄는 조(兆) 단위 패션 대기업들 대부분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 암울한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에는 실적을 돌파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패션 외 라이프스타일까지 확장하거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패션 대기업들의 자구책을 살펴봤다.
패션 업계 전반의 세대교체,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조단위 패션 대기업들마저 뒷걸음질 치고 있다. “패션 외 뷰티사업,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겠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겠다” “자체 브랜드를 키우겠다” 등 다양한 자구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덩치가 큰 기업인 만큼 방향 키를 돌려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국내 패션 마켓을 견인해 온 조단위 패션 기업 9곳의 상반기 실적은 엇갈렸다. 이랜드월드 · 미스토홀딩스 · LF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상승한 데 반해 영원무역홀딩스 · 삼성물산패션 · 에프앤에프 · 한섬 · 신세계인터내셔날 · 코오롱FnC 등은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삼성물산패션부문, F&F,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등 정통 패션 대기업들은 불황을 비켜가지 못했다. 패션 대기업들은 어려운 시장 환경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핵심역량과 전문성에 집중해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자체 브랜드의 글로벌화에 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보고 적극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이랜드 패션부문 상반기 8690억 ‘5년 연속↑’
올해 상반기 선방한 이랜드그룹(대표 박성수)은 패션, 유통, 외식 등 주요 사업 부문의 고른 매출이 성장을 뒷받침 됐다. 이 회사의 상반기 누적 매출은 2조7431억원, 영업이익 1560억원으로 각각 4.6%, 8.9%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이랜드월드의 패션부문은 상반기 869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5년 연속 성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스포츠 부문에서는 ‘뉴발란스’와 ‘뉴발란스키즈’가 각 13%, 20%가량 성장했다. 뉴발란스키즈는 2014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론칭한 이후 국내 아동복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SPA 부문에서는 ‘스파오’가 10% 성장률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2020년 론칭한 ‘스파오키즈’ 또한 매년 2배 성장을 기록하며 힘을 더했다. 이와 함께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가 올 상반기 20% 성장세를 보이며 효자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외식사업 법인 이랜드이츠는 상반기 매출 2764억원을 기록, 지난해 대비 29% 증가했다. 영업이익 또한 50% 가량 늘어나 매출과 수익을 동시에 잡았다. 또 킴스클럽과 팜앤푸드로 구성된 이랜드리테일의 하이퍼부문 매출은 올해 상반기 46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영업이익도 71% 성장했다.
뉴발란스키즈
미스토홀딩스, ‘아쿠쉬네트 · 휠라’ 실적 견인
미스토홀딩스(대표 윤근창)는 상반기 매출 2조4652억, 영업이익 3446억원을 올리며 전년대비 각각 4.6%, 13.6% 성장세를 보였다. 미스토 부문은 ‘아쿠쉬네트’와 ‘휠라’가 매출을 견인했다. 또 중화권에서 ‘마리떼프랑소와저버’가 중국 상하이 신천지에 중화권 첫 매장을 오픈하는 등 K-패션 확장에 본격적인 속도를 내고 있다.
미스토홀딩스는 사업 운영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화권 전역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인 브랜드 재정비와 전략적인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아쿠쉬네트 부문은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Pro V1 및 Pro V1x를 비롯해 클럽, 기어 제품군 전반의 수요가 견고하며, 미국 관세 정책 변화 등 외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브랜드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원무역홀딩스, 상반기 영업익 전년비 5.9% 감소
영원무역홀딩스(대표 성래은)는 상반기 매출이 전년대비 13% 늘어난 2조1836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2951억원으로 5.9% 떨어진 성적표를 받았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에 영원무역과 영원아웃도어의 영업이익이 떨어지며 그룹 전체 수익성에 타격을 줬다.
영원무역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2.5% 줄어든 1457억원을 기록했다. OEM 매출액은 노스페이스, 아크테릭스 등이 주축이돼 10% 성장했지만 지난해 낮은 원가 기저가 정상화되고, 인원 증가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을 떨어졌다.
삼성물산패션부문, 상반기 영업익 37%↓ “2조 유지할까?”
삼성물산패션부문(부문장 이준서)은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이 1조140억, 영업이익은 670억원으로 전년대비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36.8% 감소했다. 지난해 2연속 2조대 연매출을 올리며 선방했던 삼성물산패션부문은 올해 3연속 2조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 기로에 서 있다.
삼성물산패션부문은 현재의 위축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자체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는 필리핀 유통 대기업 수옌(Suyen)과 파트너십을 맺고 동남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최근 필리핀 마닐라에 1 · 2호점을 연이어 선보였고, 올해 안에 3호점 출점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신규 브랜드 론칭을 이어가며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2022년 캐주얼 ‘샌드사운드’, 2023년 여성복 ‘디애퍼처’에 이어 2024년 여성복 ‘앙개’, 올해 자체 편집숍 ‘비이커’의 PB인 진캐주얼 ‘스티치컴스블루’를 론칭하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또 대표 브랜드인 ‘빈폴’은 하반기 브랜드 앰배서더로 배우 주지훈을 선정하는 등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으며,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는 중국 · 미국 · 유럽 시장에 홀세일 비즈니스를 확대해 글로벌 마켓에서 위상을 높이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에잇세컨즈 필리핀 마닐라 매장
LF, ‘헤지스 · 던스트 · 아떼’ 해외 유통망 속속
LF(대표 오규식 · 김상균)는 상반기 매출액이 886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2% 줄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44억원으로 60.7% 늘었다. 이 회사의 매출 비중은 패션사업 74.4%, 식품사업 16.3%, 금융사업 9.0%, 기타사업 0.3%로 나타났다.
LF는 패션 · 뷰티 · F&B · 금융 등으로 비즈니스 범위를 넓히면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패션 사업은 글로벌 마켓으로 확장하는 것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내수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움직임이다. 대표적으로 ‘헤지스’와 ‘던스트’가 글로벌 마켓 공략에 적극적이다.
헤지스는 중국, 베트남, 대만 등 주요 해외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해외에 약 6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이 브랜드는 올 하반기 인도에도 진출한다. 3년 안에 인도에 10개 매장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자회사인 씨티닷츠를 통해 전개하는 던스트 역시 글로벌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반응이 좋아 지난해 F/W 시즌부터 티몰, 샤오홍슈샵, 도우인샵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 입점은 물론 전용 라이브 스튜디오를 신설해 중국 내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뷰티 브랜드인 '아떼'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일본을 비롯해 베트남과 영국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던스트
글로벌 향하는 F&F, ‘테일러메이드’ 인수 본격화
‘엠엘비’에 이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중국 진출로 호기를 잡았던 에프앤에프(대표 김창수)도 2분기 실적이 줄어들면서 상반기 매출이 전년대비 떨어졌다.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은 8845억원(-1.6%), 영업이익은 2076억원(-6.5%)을 기록했다.
F&F는 올해 2분기 중국 시장에서 소폭 회복했지만, 국내 소비 위축에 전체 실적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 F&F는 ‘테일러메이드’ 브랜드 인수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자체 브랜드 확보와 글로벌 사업 확대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글로벌 골프 브랜드의 주주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전 세계를 타깃으로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적 적신호 한섬, ‘글로벌 · 신사업’ 뉴엔진 집중
한섬(대표 김민덕)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대비 2.3% 줄어든 7184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4% 떨어진 225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82% 감소하며 상반기 매출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한섬 측은 오프라인 매출이 줄어든 반면 온라인 매출은 2분기에 3.4% 늘어난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 브랜드별 마켓 흐름에 맞춰 변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섬은 다른 패션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자체 브랜드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에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시스템’에 이어 ‘타임’도 글로벌 마켓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국내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한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는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 ‘시스템파리’ 플래그십스토어를 열고 브랜드를 적극 알렸다.
타임은 지난해부터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해 글로벌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글로벌 마켓을 겨냥한 ‘더타임’으로 구성해 해외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한섬은 ‘비전2030’을 발표하고 타임 · 시스템의 해외 시장 확대, 수입 패션 포트폴리오 확장, 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 개척 등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또 2022년에서 2024년까지 3여 년간 ‘아워레가시’ ‘토템’ ‘무스너클’ ‘아스페시’ 등 10개의 해외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했다.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는 ‘누크더캐시미어’가 지난 3월 정식 매장을 오픈했다.
시스템 파리패션위크 2026 S/S
‘상반기 영업익 90%↓’ SI, 뷰티사업은 선방
올해 2분기 영업손실 23억원으로 적자전환한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윌리엄김)은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이 24억원으로 전년대비 90.3% 떨어졌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대비 2.8% 줄어든 6128억원을 올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 사업은 고전하는 반면 뷰티 사업은 계속해서 성장하는 점이 주목된다.
화장품은 자체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 모두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 인수한 자회사 어뮤즈가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며 브랜드 설립 이래 가장 높은 성과를 거뒀다. 어뮤즈는 올해 상반기 매출 322억원(+26.8%), 영업이익 30억원(+57.9%)을 달성했다.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매출 목표인 600억원 중반대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패션 사업은 계속해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강하면서 턴어라운드를 노리고 있다. 올해 여성복 ‘지컷’을 중단하면서 F/W 시즌에 25~34세 여성을 타깃으로 한 일상 속 믹스&매치 콘셉트의 ‘자아(JAAH)’를 론칭한다.
패션부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올해만 해도 지난 4월 미국의 ‘앙팡리쉬데프리메’와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한 데 이어, 6월에는 일본의 3D 니트웨어 ‘CFCL’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내년 S/S 시즌부터 스위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아크리스’의 국내 유통권을 확보해 본격적으로 전개하게 된다. 더불어 지난해 ‘더로우’ ‘에르뎀’ ‘피비파일로’ 등 글로벌 인기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패션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자아
코오롱FnC, ‘디아티코’ 등 수입 비즈니스 확장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유석진)은 올해 상반기 매출 5593억원(-6.8%), 영업이익 68억원(-63.2%)을 올렸다. 회사 측은 매출 감소에 따른 영업이익 축소, 신규 브랜드 론칭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도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 지속적으로 노크하면서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코오롱스포츠’ 경우 중국에서 매출 성장세가 좋아 올해 2분기 전년 동기대비 93%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중국 안타(ANTA)와 합작 법인을 통해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전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또 코오롱FnC는 최근 프렌치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드롤드무슈’와 이탈리아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 ‘디아티코’를 론칭했다. 이어서 하반기에는 ‘헬리녹스어패럴’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를 4개월 남겨 놓은 현재까지 패션 시장의 경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으며, 패션을 ‘옷’으로 한정 짓지 않고 화장품과 라이프스타일로 카테고리를 넓히는 것도 계속 도전해야 할 과제다. 신사업을 중심으로 불황을 뚫고 나가겠다는 패션 대기업들의 전략이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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