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션산업 전 영역 확산··· LF · 코오롱FnC · F&F 등 전사 도입 활발
패션산업 체인 곳곳에서 AI 솔루션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패션 기업들은 이미 AI 시스템을 전사적으로 도입한 곳이 많고, 대기업의 경우 사내 시스템과 연동 가능한 맞춤형 AI 솔루션을 속속 적용 중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다양한 AI 솔루션을 시험 도입하며 ‘실질적인 적용 가능성은 있는지’ ‘업무에 가장 잘 맞는 솔루션은 무엇인지’ 등을 테스트하는 단계였으나, 올해는 검증을 마친 일부 기업들과 전사 계약을 하며 본격적인 도입에 나서는 분위기다. 효율화를 중요시하는 LF는 이미 전사적으로 3개 이상의 AI 솔루션을 유료로 사용 중이며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신성통상, 에프앤에프 등 리딩 기업들도 테스트 단계를 지나 전사용 AI 전문 솔루션 계약을 진행했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패션 특화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부 국내 기업은 올해 흑자 전환 또는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AI 솔루션 기업의 기술 발전 속도는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LVMH 등 글로벌 럭셔리 그룹에서도 한국 솔루션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몇몇 해외 기업은 이를 실무에 도입했다. 후발주자임에도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콘텐츠 중심의 AI 도입, 마케팅이 가장 빨라
기획, 디자인, 생산, 마케팅, 판매, 재고 및 상품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패션산업 전반에 걸쳐 AI 기술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기술이 도입되고 있는 분야는 ‘마케팅’이다. 특히 상품과 관련된 콘텐츠 제작, 즉 ‘상품 이미지 컷’ ‘모델 컷’ ‘상세 페이지’ ‘온라인 콘텐츠’ ‘영상’ 등 시각 기반 마케팅 자료를 생성 · 지원하는 AI 솔루션이 많다.
<패션비즈>가 국내에 본사를 둔 패션 특화 AI 솔루션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마케팅 관련 기업 비중이 전체의 5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다수가 ‘콘텐츠’, 특히 생성형 이미지 AI에 집중돼 있었다. 이는 한국 패션산업에서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과 시간과 에너지가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한 솔루션 기업 대표는 “과거 브랜드를 직접 운영해 봤는데, 상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보다 이후의 마케팅 단계에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요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상품 컷과 모델 컷을 촬영하는 데 드는 자원과 이를 활용한 2차 마케팅 작업이 오히려 중심이 됐고, 이 같은 고충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겪는 문제”라며 “이 모든 과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고안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SPA 및 OEM 기업, 디자인 & 작업지시서 자동화
또 다른 솔루션 기업 대표는 “과거 무인 촬영 스튜디오를 운영한 적이 있다. 당시 스튜디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가장 불편한 점을 물었더니 예약, 촬영, 보정, 상세 페이지 제작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이 너무 길고 번거롭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촬영은 패션 분야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사용되는 작업이라서, 이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만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마케팅 다음으로 AI 솔루션의 활용은 이커머스 분야(23%)에서 두드러진다. 세계적으로도 온라인 쇼핑이 가장 빠르게 발전한 한국 시장에서는 소비자 경험을 촉진하거나 기업이 온라인 유통 채널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AI 기술들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쇼핑처럼 실감 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3D 시각화 기술, 맞춤 상품을 제안하는 AI 추천 시스템, 자동 응답이 가능한 AI 상담 시스템 등이 도입되고 있다.
디자인 부문에서도 AI 활용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고유한 감성과 디테일을 중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는 아직 도입이 제한적이지만, 대량의 디자인 작업이 필요한 SPA나 OEM 기업에서는 AI 솔루션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하는 디자인 사양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도식화된 디자인 시안과 샘플 제작을 위한 주문서 생성을 비롯해 3D 실물 시뮬레이션까지 생성되고 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와 MD(머천다이저)의 업무 효율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워라밸’ 중시하는 업무 문화에 AI 도입 가속
패션산업에서 AI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배경에는 업무 환경 변화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아직도 패션산업은 디자인부터 생산 · 유통 ·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사람의 손길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노동 집약형 산업이다. 특히 빠른 주기로 신상품을 출시해야 하는 특성상 다른 산업에 비해 업무 강도도 높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근 없는 근무 문화’와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업무 효율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앞으로도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유입이 많아질수록 효율 중심의 시스템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는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고, 더 중요한 판단과 창의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패션비즈>는 8월호에 AI의 개괄적인 현황을 짚고, 9월호에서 패션산업 전반에 걸친 AI 기술 도입 사례를 심층 분석한다. 디자인 · 기획, 마케팅, 생산, 운영 관리 등 산업 전 과정에 AI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다루며 패션산업 특화 AI 솔루션의 대표 사례들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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