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권의 카리스마 리더십' 인동에프엔, 여성복 군계일학 일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인동에프엔(대표 장기권)은 여성복 트로이카로 손꼽히는 대현과 바바패션 3개사 가운데 위상이 가장 약했다. 패션 대기업으로 구분되는 삼성물산패션,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에는 경쟁사로 감히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여성복 전문 기업으로서 포지셔닝을 강화하고, 직소싱 기반의 내부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면서 꼴찌의 반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실적 기준 대현과 바바패션을 제치고 명실상부 여성복 전문기업 가운데 No.1 자리에 우뚝 올라섰다. 특히 ‘쉬즈미스(SHESMISS)’ ‘리스트(LIST)’ ‘시스티나(SISTINA)’ 단 3개 여성복 브랜드로 회계기준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하며 효율성과 생산성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업이 됐다.
그중 모 브랜드이자 주력 브랜드인 쉬즈미스는 여성복 브랜드에는 ‘마의 고지’로 알려진 단일 브랜드 기준 판매가 2000억원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성공적인 볼륨 확장에 이어 이번 F/W 시즌부터는 전체 물량의 16% 비중으로 ‘블랙라벨’을 출시하는 등 브랜드 고급화에 나선다. 영 컨템퍼러리를 지향하는 ‘리스트’는 차근차근 브랜드 파워를 키워 나가면서 여성복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고,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시스티나도 차근차근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맹활약 덕분에 인동에프엔의 매출도 2022년 2504억원, 2023년 2854억원, 2024년 3015억원으로 꾸준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대다수 1세대 여성복 기업들이 M&A로 주인이 바뀌거나, 역성장 추이를 보이는 것과 달리 인동에프엔은 여성복의 군계일학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어떻게 이토록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일까? 인동을 잘 아는 패션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기권 회장의 카리스마 리더십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패션업은 최소 시즌 1년 전부터 상품기획에 들어가며, 이어지는 생산 판매 물류 마케팅 등 전 공정이 물 흐르듯이 흘러가야 한다. 매 순간 순간이 의사결정의 연속이기 때문에 최고경영자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거나 판단을 실수한다면 그 결과물은 하늘과 땅처럼 벌어진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트렌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 때문에 항시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며, 각 부서 간, 협력업체 간 유기적인 협업체계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장 회장은 이 모든 과정을 앞장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장 회장은 만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일할 때가 가장 즐겁고, 가장 성취감을 느낀다”라는 것이다. “철저한 건강관리로 조르지오 아르마니처럼 패션 현장에서 오래오래 활동하고 싶다”라는 그의 바람이 결코 공염불은 아닌 것 같다.
카리스마 리더십의 장 회장이 패션업에서 가장 중시하는 영역은 원가경쟁력 확보다. 디자인의 고도화를 통한 정상 판매율을 높이거나, 왕성한 마케팅 활동을 통한 할인율을 낮추는 등 여러 경영지표가 있지만 장 회장은 원가 경쟁력 확보를 가장 중시한다.
한때 이 영역은 패션업 생태계에서 가장 낮은 단계였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패션기업 내부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으로 직소싱과 직생산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오너가 이 분야에 키를 쥐고 있다면, 물샐틈없는 관리가 가능하다. 인동에프엔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며, 최근 이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실제 인동은 지난해 9월 베트남에 인동VINA1 공장을 완공하고, 일부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인동 VINA 공장은 실건축면적 1만9800㎡(약 6000평), 연인원 2만5000명이 투입된 초현대식 봉제공장으로, 두 개의 공장동과 두 개의 부속 건물에 최신 기계 설비를 갖추고 있어 고품질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인동에프엔은 한국 본사의 뛰어난 기술력과 노하우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인동 VINA에 전수하며, 공장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최고의 품질을 보장하고 있다. 직소싱과 직생산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퀄리티 높은 제품 공급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까지 마련했다. 향후 3년 안에 직영 공장 두 개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도 세웠다. 이를 통해 자체 브랜드 생산뿐만 아니라 홀세일 비즈니스로도 확장해 여성복 전문기업으로 지속성장할 계획이다.
여성복 사업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장 회장의 거침 없는 경영 행보는 조로증을 앓고 있는 한국 패션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여성복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그의 힘찬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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