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편집숍 캐시카우' 스티치컴스블루·LCDC™·이니어, PB 넘어 브랜딩 진화
‘비이커’ ‘LCDC’ ‘에이트디비젼’ 등 국내 주요 편집숍들이 PB 키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랜드 큐레이션을 넘어 고유의 정체성과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기존 편집숍이 보유한 유통 인프라를 활용하고 소비자 취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스토어의 정체성을 반영한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 비이커의 ‘스티치컴스블루’와 LCDC의 ‘엘씨디씨티엠’, 에이트디비젼의 ‘이니어’ 등 최근 3년 이내 론칭한 PB를 조명했다.
최근 소규모 로컬 편집숍뿐만 아니라 대기업 산하 편집숍까지 자체 기획 브랜드(Private Brand products, 이하 PB) 개발에 힘쓰고 있다. 단순한 브랜드 큐레이션을 넘어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새로운 브랜드를 전개하는 것이다. 기존에 보유한 유통 인프라와 소비자 취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스토어의 정체성을 반영한 브랜드 론칭이 활발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빔스(BEAMS)’나 ‘키스(KITH)’ 등 탄탄한 기반을 갖춘 편집숍 브랜드들이 자체 기획 브랜드를 운영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이미 얻고 있다. 강력한 PB를 구축한 편집숍은 유통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독자적인 인프라를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강력한 확장성을 얻을 수 있다. PB와 입점 브랜드와의 협업, 자체 채널을 통한 브랜드 마케팅 등으로 소비자에게 더 쉽고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다.
자체 브랜드 기획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아이덴티티를 살리지 못한 기획이나 스토어 내 타 브랜드 대비 미약한 브랜드 파워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 편집숍 담당자는 “PB에 주력하다 보면 스토어가 가진 정체성을 해치는 경우도 있으며 기존 소비자가 이탈하는 경우도 생긴다”라며 “타 브랜드와 품질과 가격, 디자인 등에서 비교를 당하기 쉬운 배경에 놓여 있다”라고 전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최근 3년 이내로 새롭게 론칭한 신규 PB를 소개하며, 이들의 전개 현황과 방향성, 브랜드 차별화 전략과 중장기적 비전에 대해 살펴봤다.
비이커, 두 번째 PB ‘스티치컴스블루’ 론칭
삼성물산패션부문(부문장 이준서)의 편집숍 ‘비이커’는 지난 3월 말 새로운 자체 브랜드 ‘스티치컴스블루’를 론칭했다. 데님 전문 브랜드로 일본과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소재를 사용하고 차별화된 핏을 강조한 데님 팬츠류를 주력으로 선보이고 있다. 옷을 정성 들여 짓는다는 의미의 ‘스티치(Stitch)’와 데님을 연상하게 하는 ‘블루(Blue)’를 결합해 이름을 붙였다.
비이커는 지난 2012년 컨템퍼러리 무드의 일상복을 메인 콘셉트로 첫 번째 자체 브랜드 ‘비이커오리지널’을 선보였다. 이후 두 번째 PB인 스티치컴스블루를 론칭했다. ‘데님’이라는 특정 카테고리를 선정한 배경에 대해 묻자 이상우 비이커사업부(오리지널) 그룹장은 “데님 소재에 대한 수요 증가, 시장의 성장성, 고객 경험 확장 등 복합적인 요소를 검토했다”라며 “다만 시장이 성장한다고 해서 무조건 진행할 수 없기에, 비이커가 기존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스토리와 상품 디자인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접근하려 한다”라고 전했다.
스티치컴스블루는 30대 고객을 메인 타깃으로 프리미엄 데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비이커의 큐레이션 감각과 실험정신을 계승해 데님 카테고리 안에서도 독자적이고 신선한 디자인을 제안한다. 고급 데님 소재로 평가받는 일본과 이탈리아산 소재를 비롯해 다채로운 실루엣과 고급 워싱 디테일을 활용한 정교한 제작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둔다.
30대 소비층 겨냥 ‘프리미엄 데님’ 제안
첫 시즌에는 커브드와 스트레이트, 와이드와 플레어, 배기 등 다양한 실루엣의 데님 팬츠 36개 상품을 선보였다. 가격대는 30만~40만원대로 구성했다. S/S 시즌에는 팬츠 아이템에 집중하고 이후 F/W 시즌에는 품목을 확장해 데님 팬츠와 코디 가능한 아우터, 셔츠, 티셔츠도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비이커 한남 · 청담 · 성수 플래그십스토어, 전국 비이커 백화점 · 쇼핑몰 매장,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패션 · 라이프스타일 전문몰 SSF샵 등에서 전개 중이며 지난 4월에는 비이커 청담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론칭 기념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이 그룹장은 “비이커 내부에서 일정 규모의 판매 볼륨을 확보하게 되면 추후 본격적인 모노 브랜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라며 “플랫폼 내에서 전개 중인 다른 브랜드와 경쟁하며 성장하면 중장기적으로 독립 브랜드를 바라볼 수 있겠지만, 우선은 단기적으로 내실을 갖추고자 한다. 고객이 먼저 찾을 수 있는 데님 레이블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전했다.
SJ그룹 ‘엘씨디씨티엠(LCDC™)’ 글로벌 MZ 공략
에스제이그룹(대표 이주영)의 ‘엘씨디씨티엠(LCDC™)’도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사세를 넓히고 있다. ‘캉골’과 ‘헬렌카민스키’ 등 여러 글로벌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유통한 에스제이그룹은 복합문화 공간인 ‘엘씨디씨서울(LCDC SEOUL)’, 편집숍 ‘숍엘씨디씨(SHOP LCDC)’와 함께 지난 2023년 컨템퍼러리 패션 브랜드 엘씨디씨티엠을 론칭했다. 엘씨디씨티엠은 에스제이그룹이 처음 자체 기획한 브랜드로 숍엘씨디씨의 시그니처 브랜드로 선보이고 있다.
엘씨디씨티엠은 ‘구조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 모듈웨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여러 건축물과 산업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미니멀리즘과 해체적인 구조를 결합한 실루엣을 개발하고 있다. 실루엣이 강조된 아우터, 실험적 디테일의 셔츠와 드레스 등 원단 선택부터 봉제 디테일까지 균형 잡힌 디자인을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MZ세대를 겨냥한 컨템퍼러리 무드의 디자인으로 론칭 초기부터 젊은 소비자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트렌드에 맞춘 유연한 상품 기획과 MZ세대의 취향과 가치관을 반영한 실험적이고 다채로운 콘텐츠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18% 성장했다. 프랑스의 프렝탕 백화점을 포함해 6개국 21개 편집숍에 입점했으며 향후에도 글로벌 유통망을 추가로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1분기 218% 성장, 프렝탕 백화점 입점
정은진 LCDC 패션본부 본부장은 “엘씨디씨티엠의 글로벌 확장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브랜드가 처음부터 지향한 방향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시작해 세계와 연결되는 동시대적 감도’였기 때문”이라며 “특히 파리·도쿄·뉴욕과 같은 도시의 리테일러들이 엘씨디씨티엠의 구조적 디자인, 젠더 뉴트럴한 접근 방식, ‘서울 감성’에 강한 관심을 보이면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기회가 열렸다”라고 설명했다.
엘씨디씨티엠은 콘텐츠 중심의 플랫폼을 지향하는 숍엘씨디씨의 시그니처 브랜드답게 제품을 넘어 공간과 이미지, 스토리텔링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브랜드 경험을 제안하고 있다. 체험형 팝업스토어와 함께 전시, 커스터마이징 등 고객이 브랜드 안으로 들어와서 참여하고 외부로 확장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한다. 숍엘씨디씨가 지향하는 콘텐츠와 스토리 중심의 아이덴티티를 계승한 것. 정 본부장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제품을 통해 도시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본격적으로 독립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만큼 올해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 강화를 목표로 움직인다. 프랑스를 포함한 주요 국가 중심의 유통망을 확장하고 해외 브랜드와의 협업, 아이템 카테고리 확장, 시즌별 내러티브 강화를 통해 ‘서울 컨템퍼러리’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정 본부장은 “우리가 지향하는 ‘국제적 감도’란 단순히 해외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창조성과 현실성, 디지털 감각을 재해석한 독립적인 언어로 글로벌 MZ세대와 소통하는 것이다. 엘씨디씨티엠은 앞으로도 패션을 매개로 도시 · 세대 · 문화를 잇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허브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에이트디비젼 자체 기획 ‘이니어’ 아이템 확장
뉴스탠다드(대표 박상호 · 오인찬 · 허신구)의 라이프스타일 캐주얼웨어 ‘이니어’는 론칭 후 소비자에게 많은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팬덤을 모으고 있다. 이니어는 해외부터 국내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감도 높은 큐레이션으로 국내에 많은 고객층을 거느리고 있는 편집숍 ‘에이트디비젼(8DIVISION)’이 기존 PB ‘에이트디비젼RTW’에 이어 지난해 4월 새롭게 선보인 자체 기획 브랜드다.
이니어는 ‘개인의 기념품(Individual souvenir)’이라는 이름에서 출발해 하루의 움직임과 계절의 흐름, 시간의 변화에 조화롭게 반응하는 옷을 선보이고 있다. 과장된 장식보다 덜어낸 형태와 소재에 집중해 일상 속에 조용히 스며드는 유니섹스 라이프웨어를 제안하고 있다. 총괄 디렉팅을 맡은 허신구 뉴스탠다드 대표가 편집숍 운영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동시대의 하위문화와 음악, 일상에서 받은 영감으로 다채로운 상품을 구성했다.
헤비웨이트 코튼과 빈티지 워싱을 중심으로 디자인한 스웻 팬츠, 후드 집업, 후드 롱슬리브 티셔츠 등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지난 1분기에는 나파 양가죽 소재의 후디드 집업 재킷을 선보였다. 허 대표는 “이니어 제품들은 실루엣과 원단 등에 집중하고 번잡스러운 디테일은 지양하는 방향으로 기획하고 있다”라며 “지난 시즌 발매했던 가죽 재킷 아이템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F/W 시즌에는 가죽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더 확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디렉터 직접 소통하며 팬덤 확보 ‘내실화 집중’
이니어는 지난해 론칭한 이후 빠르게 팬덤을 모으며 좋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에이트디비젼 전체 매출 내에서 이니어 제품 매출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 한 달에 한두 개 상품을 발매하던 방식에서 올해부터는 1년을 4개로 나눠 쿼터별로 아이템을 드롭한다. 현재 에이트디비젼 명동 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온라인 자사몰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추후 이니어 단독 온라인스토어도 오픈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일본의 젊은 층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총괄 디렉터인 허 대표의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시즌 준비 과정과 기획, 작업 모습 등을 공유하며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허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상품을 넘어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디렉터 등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스토리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이러한 수요에 맞춰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집중 개발하고 고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접점을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유니섹스 기반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추후 여성 고객 비율을 늘릴 예정이다. 사이즈와 핏을 추가하고 전용 아이템 개발을 통해 여성 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다. 허 대표는 “수요가 많아도 아이템 수량과 카테고리를 급격하게 늘리지 않고 내실화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접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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