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성장 동력으로" 유니클로가 쓰는 뉴 패러다임은?

이유민 기자 (youmin@fashionbiz.co.kr)|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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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환경 규제와 소비자 의식 변화라는 이중 압력에 직면하면서 탈(脫)패스트패션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패스트리테일링(대표 야나이 타다시)의 글로벌 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기업 고유의 선순환 사업 모델을 구축해 환경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기업 성장을 이루며 주목받고 있다. 


패션산업이 친환경 전환에 속도를 내는 지금. 글로벌 패션 기업 ‘유니클로’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고차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패션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 가까이 차지하는 고탄소 산업이다. 그중에서도 ‘패스트패션’은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소비하고 빠르게 버리는’ 구조로 대량 폐기물을 양산하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빠지지 않고 지목되고 있다. 


주요 패스트패션 기업들은 환경규제와 소비자 의식 변화라는 이중 압력에 직면하면서 ‘탈(脫)패스트패션’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글로벌 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옷’이라는 라이프웨어 철학을 핵심으로 ‘슬로패션’을 지향하며 지속가능성을 비즈니스 모델에 적극적으로 통합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발표한 ‘유니클로 선순환 사업 모델’이 그것이다. 이는 생산부터 판매, 회수, 재활용까지 옷의 전 생애 주기를 지속가능성에 맞춰 재편함으로써 환경적 책임을 다하면서 기업 성장을 이루려는 전략적 시도다. 



‘아리아케 프로젝트’ 실행, 규모↑ 재고↓


선순환 사업 모델 출범 이후 유니클로는 고객 피드백을 중심으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개발 및 강화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지속가능성을 비즈니스 핵심 경쟁력으로 내재화하며 글로벌 시장 내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강력한 모멘텀을 마련했다.  


이러한 모멘텀의 핵심 동력 중 하나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적용된 ‘아리아케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2017년 2월 도쿄 물류 창고 6층에 ‘유니클로 시티 도쿄’를 오픈하고 물류센터와 본사 기능을 집약한 것에서 시작됐다.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상품기획, 제조, 판매 등 생산 프로세스 전반에 반영해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한 상품을 적절한 시점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필요한 만큼만 공급함으로써 불필요한 재고와 폐기물 발생을 현저하게 줄이고 있다. 


실제로 아리아케 프로젝트를 통해 유니클로 비즈니스 규모는 70% 성장했지만 실 생산량은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즉 재고는 줄고, 물류는 최적화되면서 궁극적으로 지속가능성과 사업 성장이 공존하는 패션산업 모델을 구현한 것이다. 



글로벌 피드백 → 전 세계 히트 상품으로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자 피드백 수집은 인하우스 고객 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고객의 컴플레인 대응뿐만 아니라 피드백과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서비스 센터가 아웃소싱이 아닌 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전사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빠르게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다. 


또 나라별 유니클로 고객 센터도 전부 인하우스로만 운영돼 일본 내 소비자 피드백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고객 피드백까지 빠르게 수집해 본사와 협력한다. 이 순기능은 폐기물 감축뿐만 아니라 소재, 제품 R&D로 이어지면서 글로벌적으로 히트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일례로 과거 수플레얀 스웨터 제품에 대해 ‘입었을 때 감촉이 간질거려 불편하다’라는 고객 의견이 많아지자 소재 개발에 착수해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방풍 기능과 발수 기능이 탑재된 ‘블록 테크 파카’도 좋은 사례로 꼽힌다. 


블록 테크 파카는 유럽 소비자들이 우천 시 우산 대신 후드나 방수 의류를 선호한다는 피드백을 반영해 제작된 상품이다. 이 제품의 경우 유럽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제작했으나 현재 글로벌적으로 베스트셀러로 손꼽히는 아이템이다. 이처럼 글로벌 소비자 피드백을 기반으로 신제품 개발과 기존 제품 강화에 적극 활용하며 실질적인 성장을 꾀했다. 



수거함 속 헌 옷 ‘리유니클로’ 통해 생명 연장  


판매 이후에는 ‘리유니클로’를 통해 옷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리유니클로는 옷의 선순환을 추구하는 유니클로의 이니셔티브로, 주요 활동으로는 수선, 자수, 재사용, 재활용 등이 포함된다. 고객 차원에서 이것을 실현하는 공간은 리유니클로 스튜디오로 사람들이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수선 및 자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 8월 독일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시작돼 전 세계 매장으로 확대됐고 현재 22개 국가의 59개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국내는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과 동성로점에서 전개 중이다. 


“사람들이 왜 옷을 버리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리유니클로 스튜디오는 물리적 손상에 대한 보수뿐 아니라 같은 옷을 반복해서 입는 데서 오는 심리적 피로감도 해결한다. 특히 자수 서비스는 ‘커스텀’의 기능을 부각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전통 수선 기법 사시코를 적용하거나 특정 지역에서만 받을 수 있는 자수 디자인을 마련해 유니크한 경험을 제공한다. 


유니클로 세타가야 치토세다이점에서는 사시코 기법을 적용한 맞춤형 자수를 받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한국 손님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장인의 수작업으로 이뤄져 자수를 여러 개 새기면 20만~30만원대의 높은 비용이 발생하지만 나만의 개성을 담은 작품을 소장하는 기분이 들거나, 내게 의미 있는 의류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꺼이 투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입을 수 없는 옷, 새로운 자원 ‘재탄생’


리유니클로로 내가 갖고 있는 옷을 커스텀해 하나뿐인 유니클로 옷을 갖게 됐으며, ‘올드 유니클로’로 시중에 없는 나만의 옷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일본 전역 매장에서 중고의류를 수거해 선별한 옷을 세탁 및 재염색 후 일부 매장에서 시범 판매하고 있다. 2023년 10월 유니클로 하라주쿠 매장에서 임시 팝업 형태로 중고 의류를 판매했는데 피드백이 좋아 세타가야 치토세다이점, 텐진점, 유니클로 파크 요코하마 베이사이드점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오래된 태그, 빈티지 무드를 더해 주는 재염색, 새 제품 대비 ⅓이나 저렴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실제로 일본 MZ세대 사이에서 고무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옛날 옷을 리메이크하고, 중고 의류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면서 폐기물을 줄이고 재사용에 대한 인식변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리유니클로는 단순히 옷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의류를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순환의 마지막 단계도 수행하고 있다. 매장 내에 있는 리유니클로 수거함을 통해 수거된 의류들 중 일부는 난민 캠프 및 재해 지역에 지원하고 있다. 



유니클로 × 도레이 ‘리사이클 재킷’ 상품화


수거된 옷 중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옷은 새로운 옷의 소재나 원료로 쓰이는데 여기서 나온 제품이 ‘리사이클 다운 재킷’이다. 유니클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도레이가 함께 울트라 라이트 다운 전용 다운 분리 시스템을 개발해 100% 리사이클 솜털과 깃털을 사용한 리사이클 다운 재킷을 상품화해 판매 중이다. 2025년 3월 기준 150만장 이상의 다운 재킷을 수거해 새로운 다운 제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유니클로는 다운 외에도 캐시미어, 울, 면, 폴리에스터 등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겨울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리사이클 코튼을 활용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향 후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제품을 생산 · 개발할 예정이다. 


이처럼 유니클로는 기업의 책임과 이윤 창출이 상충되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성공적으로 보여줬다. 지속가능성을 단순한 환경적 요구를 넘어 비즈니스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낸 것이다. 


다만 선순환 사업 모델의 지속적인 성장과 유지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핵심 과제다. 이는 리유니클로와 같이 판매 이후의 활동이 전적으로 소비자의 자발적 기부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온으로 천재지변이 속출하고 있는 지금, 유니클로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은 소비자의 친환경 소비와 기부를 유도할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지속 가능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의식을 함양해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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