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조 중고거래 시장' 당근·차란 등 K-리커머스 승부처는?
최근 비용 절감을 넘어 지속가능성 패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취향을 기반으로 한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중고거래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당근’과 ‘번개장터’ 등 기존 C2C 플랫폼부터 ‘차란’과 ‘콜렉티브’ 등 패션 전문 세컨드핸드 플랫폼과 이커머스 업계의 중고 서비스 론칭까지 부상하고 있는 국내 리커머스 시장을 자세히 살펴봤다.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중고거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친환경과 가치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고거래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한 수단을 넘어 개인 취향을 반영한 희소성 있는 제품을 찾는 구매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4조원 규모였던 이 시장은 2021년 24조원, 2023년 26조원을 기록하다 지난해 35조원까지 몸집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기존 업체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버티컬 플랫폼 등 중고거래에 특화된 다양한 기업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리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과거보다 훨씬 개방적으로 바뀌고, 다양한 기업들이 중고거래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흐름을 봤을 때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시장이다”라며 “특히 패션은 중고거래 카테고리 내에서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세분화된 전문 플랫폼이 지속해서 입지를 키우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세컨드핸드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기보다 여전히 성장 단계에 있어, 동반 성장을 통해 올해 43조원까지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4조 → 43조’ 리세일 마켓 규모 올해 더 커진다
전 카테고리를 다루는 C2C 업체부터 패션 전문 버티컬 플랫폼이나 중고거래 플랫폼과 손잡은 이커머스 기업까지 다양한 형태로 사업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시장 점유율이 높은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리커머스 3사는 매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근마켓(대표 김용현 · 황도연)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1892억원의 매출과 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1분기에도 전년대비 38.4% 증가한 57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77.8% 성장한 164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 3월 기준 전국 6577개 지역에서 누적 가입자 수 4300만명, 주간 방문자 수(WAU) 1400만명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중고거래 건수는 1억8300만건에 달했다. 글로벌 진출도 활발하다. 당근은 2019년 ‘캐롯(KARROT)’이라는 이름으로 영국에 진출했고 현재 캐나다, 미국, 일본 등 4개국 1400여 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경쟁사인 번개장터(대표 최재화 · 강승현)와 중고나라(대표 최인욱)도 매출 성장을 이뤘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31.7% 상승한 449억원, 중고나라는 5.4% 증가한 118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각각 196억원과 2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폭은 줄었지만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
당근~번개장터, 광고∙안전결제로 수익성 돌파구
그럼에도 경기 불황에 따른 중고거래는 지속해서 활성화되고 있어 기업들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특성상 뚜렷한 수익 모델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에서 각 플랫폼은 차별화된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당근은 광고에, 번개장터와 중고나라는 중고거래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당근의 경우 2020년부터 광고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강화한 이후 중고거래보다 광고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작년 광고 매출은 전체 매출의 99.7%인 1888억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광고주 수도 전년대비 37%, 집행 광고 수는 52% 늘었다. 반면 번개장터와 중고나라는 거래 수수료에 기반한 안전결제 시스템을 확대해 탈출구를 찾고자 했다. 현금거래와 계좌이체가 주를 이루는 중고거래 특성상 수익 모델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당근페이 안심결제’ 시스템을 확대했다. 해당 시스템은 플랫폼 측에서 결제 금액을 보관하고 있다가, 안전하게 거래가 끝난 이후 판매자에게 정산되는 방식이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8월부터 모든 거래에 안전결제 ‘번개페이’를 의무화해 판매자 수수료(3.5%) 기반의 결제 구조를 구축했다. 도입 이후 지난 2월 기준 안전결제 월 거래액이 900억원을 돌파했으며 월 거래 상품 100만건, 앱 이용자 수는 2배 늘며 적자 폭을 개선했다. 중고나라도 B2C 거래와 셀러 지원센터 개설을 통해 안전결제 기반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풀필먼트 구축한 ‘차란’ 거래액 500억 목표
빠르게 성장하는 중고 패션 시장에서 ‘차란’ ‘후루츠패밀리’ ‘콜렉티브’ 등 버티컬 플랫폼들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가장 단기간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업체인 차란(대표 김혜성)은 2023년 8월 론칭한 중고 패션 플랫폼으로, ‘온라인 중고 백화점’을 표방하며 약 2년 만에 누적 이용자 수 94만명, 앱 다운로드 수 170만회(2025년 5월 말 기준)를 돌파했다. 판매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구조(고가의 상품일수록 판매자 수익금이 높아지는 시스템)를 갖추고 있으며, 옷 수거부터 검수 · 등록 · 배송∙정산까지 모든 과정을 대행하는 풀필먼트 시스템도 구축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231㎡(약 70평) 규모로 시작한 물류 거점은 현재 경기도 남양주에 4099㎡(약 1240평)로 확장했고 하루 평균 2600벌, 월 8만벌 이상이 새롭게 등록되고 있다. 이렇게 등록된 상품은 모두 ‘60일 위탁 판매 기간’을 적용하고 있으며 해당 기간 내 판매되지 않은 상품은 반송, 기부, 매입 등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제한된 유통 기간 방식을 택하고 있음에도 차란의 평균 판매율은 70%에 달한다.
김혜성 차란 대표는 “차란은 단순한 중고 의류 거래를 넘어 60조원 규모의 기존 패션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라며 “명품부터 SPA 브랜드까지 다양한 고품질 의류를 취급하며, 누구나 편견 없이 쇼핑할 수 있는 온라인 중고 백화점을 추구한다”라고 말했다.
후루츠패밀리, 선택형 수수료 도입해 셀러 수 36%↑
후루츠패밀리(대표 이재범·유지민)도 감도 높은 큐레이션으로 젊은 연령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020년 패션 특화 세컨드핸드 플랫폼을 표방하며 등장한 후루츠패밀리는 유저들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Z세대를 겨냥한 트렌디한 아이템, 이에 특화된 기획전, 직관적인 UI 등으로 패션 고관여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수수료가 메인인 수익모델을 구축했으며, 지난 11월 선택형 안전결제 시스템을 선보여 판매자와 구매자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 판매자가 상품 등록 시 거래 수수료(기본 3.85%)를 본인이 부담할지 구매자가 부담할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해 운영 두 달 만에 월 신규 판매자 수가 36%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재구매율도 47%에 달했으며, 강력한 커뮤니티 형성에 초점을 맞춰 MAU(월간 사용자 수) 150만명을 돌파했다. 최근 8개월 내 거래 건수는 120% 성장, 거래액 월평균 100억원 돌파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재범 대표는 “취향 기반 거래와 감도 있는 큐레이션을 지속 강화하며 올해 1000억원 규모로 매출을 키울 방침”이라며 “중고 거래가 메인 서비스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패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같은 아이템을 구매하더라도 ‘어디서 사고 싶은지’에 집중해 가치 있는 옷을 팔거나 찾고 싶을 때 후루츠패밀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전했다.
콜렉티브, 플리마켓 등 셀러 중심 전개로 성장
또 다른 세컨드핸드 앱 콜렉티브(대표 이은비)는 경험 중심의 스타일 플랫폼으로, 셀러 중심 커머스 생태계를 형성하며 20대 여성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매일 새롭게 열리는 디지털 플리마켓’ ‘셀럽∙디자이너 중심의 샘플 세일’ ‘브랜드와의 아카이브 협업’ ‘콘텐츠 기반 큐레이션’ 등을 앞세워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닌 경험 중심의 여성 전용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지난해 9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60명의 셀러와 함께 진행한 오프라인 플리마켓에서는 3000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해 화제를 모았고, 모든 UI/UX가 셀러 중심의 인스타그램 형태로 구성된 점 또한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작년 앱 리뉴얼 등 고객 경험 개선까지 모든 면에서 시스템 정비를 이루며 사용자 편의를 높인 만큼,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콜렉티브 브랜드 가치를 더욱 키울 예정이다.
이은비 콜렉티브 대표는 “브랜딩된 경험 설계에 초점을 맞춰 온 결과 지난 1년간 고객 1명의 재구매가 23회에 달할 만큼 팬덤 기반의 반복 구매 구조를 형성했다”라며 “물건을 사고파는 중고거래라는 개념을 넘어 ‘개성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행사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신사유즈드, 1500만명 옷장 데이터 활용
시장 활성화에 따라 중고거래 서비스를 신사업으로 택한 무신사(대표 조만호 · 박준모)는 올 3분기 리커머스 서비스 ‘무신사유즈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무신사유즈드는 1500만명 이상의 무신사 회원들이 별도의 앱이 아닌 무신사 스토어 내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통합 중고 패션 거래 서비스다. 거래 가능한 브랜드의 폭이 넓다는 점이 특징이며, 입점 여부와 관계없이 2만개 이상의 브랜드 거래를 지원하고, 특히 국내 디자이너 패션 또한 합리적인 보상가로 책정해 원활한 거래 순환 구조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큰 경쟁력은 무신사 고객들의 ‘옷장 속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도떼기마켓’ 중고거래 서비스를 기획했던 오대진 실장을 중심으로 TF 조직을 꾸려 서비스 기획을 시작했다. 이후 프로덕트 전문가, 개발자, 이커머스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담 제품 및 사업 조직을 편성했고 솔드아웃을 통해 C2C/P2P 거래 플랫폼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도 함께 참여해 리커머스 시장에 특화된 인사이트와 실무 역량을 갖춘 조직을 완성했다.
무신사는 고객 편의성에 집중함과 동시에 패션 제품의 순환성을 높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서큘러 이코노미(Circular Economy)’ 실현을 목표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등 기술 기반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물류 시스템은 중고거래에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갖춰 선보일 예정이다. 명확한 수익모델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수수료 기반 구조로 확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G마켓 등 이커머스 업계, 명품 중고 사업 속도
이커머스 업계도 중고거래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손잡으면서 자체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중고 사업에 일제히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그룹(회장 정용진)의 이커머스 ‘G마켓(지마켓)’은 지난 4월부터 중고 명품 플랫폼 ‘구구스’와 협업해 중고 명품판매를 시작했다. ‘샤넬’ ‘버버리’ ‘프라다’ ‘꼼데가르송’ 등 5만개가 넘는 패션 의류∙잡화 제품을 자체 플랫폼에서 제안하고 있다.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대표 박현수)도 구구스를 비롯해 국내 최대 중고 명품 매장인 ‘고이비토’와 협업해 명품 버티컬 서비스 ‘우아럭스’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채널에서는 ‘샤넬’ ‘구찌’ ‘루이비통’ 등 6만개 이상의 중고 명품을 선보이고 있다. SSG닷컴도 고이비토, ‘리본즈’ 등과 협력해 여러 중고 명품 사업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컨드핸드 패션은 이제 단순한 절약을 넘어,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라며 “전체 중고 거래 시장에서 패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세분화된 전문 플랫폼들이 성장해야 할 시기”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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