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주백 대표, '삼성맨→러닝 전도사' 브룩스로 160억 달린다
“올해 런컬렉션은 ‘브룩스’를 수입 운동화 브랜드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이 애정할 수 있는 스포츠 브랜드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최대한 많은 신규 및 잠재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쇼룸-자사몰(O2O, Online to Offline)’ 연계 비즈니스와 브랜드를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에 조직의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브룩스의 국내 디스트리뷰터를 맡고 있는 송주백 런컬렉션 대표의 말이다. 송 대표는 1997년 삼성물산(당시 제일모직)에 입사해 직물사업부 영업, 남성복 갤럭시 MD, 패션부문 전략기획팀장, 해외상품2사업부 브룩스팀 팀장으로 20년 이상 근무하며 탄탄한 경력을 쌓은 삼성맨이었다. 당시 삼성물산 내부에선 조단위로 매출을 키울 수 있는 카테고리로 스포츠 브랜드를 꼽았고 풋웨어와 러닝의 강점을 가진 글로벌 브랜드 ‘브룩스(BROOKS)’ 인수에 참전하면서 브룩스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송 대표는 미국까지 날아가 브룩스 어패럴 라이선스 계약을 직접 성사하고 2018년 서울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오픈,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브룩스팀 팀장을 도맡아 국내 전개에 속도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운영에 난항을 겪으면서 삼성물산은 5년 만에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브룩스 새 슬로건 'Let's run there'
일당백 ‘멀티플레이어’로 매출 2배 성장 목표
사업 중단 이후 브룩스 미국 본사에서 송 대표에게 브룩스코리아 지사장 또는 국내 디스트리뷰터 자리를 제안했다. 임원 승진이 눈앞에 있었으나 송 대표는 삼성물산에서 퇴사하고 더욱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디스트리뷰터로 재도전을 시작해 2023년 1월부터 활동하기 시작했다.
운영 첫해인 2023년 홀세일로 40억원, 그다음해에는 8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160억원을 바라보면서 2년 연속 2배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브룩스라는 매력적인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기존 패션 업계의 분업화된 시스템과는 정반대로 빠르고 효율적이며 유연한 조직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해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작지만 강한 ‘멀티플레이어’ 전략이 숨어 있다. 이는 송 대표가 대기업에서 다년간 일한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로, 오늘날 조직 운영에 밑거름이 됐다. 송 대표는 “런컬렉션을 구성하고 있는 9명의 인원은 모두 멀티플레이어다. 급변하는 마켓 내에서 다양한 고객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처럼 움직여야 한다. 빠르게 가설을 세워 검증하고 잘못된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브룩스 올림픽공원 쇼룸(이미지=구경효 기자)
‘판매하지 않는 쇼룸’으로 구매 전환율 90%↑
조직구성뿐만 아니라 유통에서도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 현재 서울 마포구 상수동과 송파구 올림픽공원 두 곳에서 ‘판매하지 않는 쇼룸’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브룩스의 전 라인업을 시착할 수 있도록 하고 쇼룸 내 비치된 QR코드를 이용해 제품을 구매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신규 소비자들의 자사몰 유입이 늘었다.
또 쇼룸에는 러닝 전문 코치가 상주하면서 방문 고객들에게 러닝과 제품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현재 올림픽공원과 상수 쇼룸에 일평균 각각 100명과 50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쇼룸 방문 고객들의 구매 전환율도 90% 이상이다.
올해 올림픽공원 쇼룸을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투자보다는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네이버, 구글, 인스타그램, 카카오 등 모든 디지털 접점을 자사몰로 유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자사몰 매출 비중이 75%로 매우 높다. 자사몰 매출은 2023년 대비 8배 성장했으며, 영업이익률 20~2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안정화에서 쿠션화까지 전 라인업 인기
이와 더불어 브룩스 제품과 콘텐츠를 좋아하는 타깃 고객의 프로파일을 정교화하고 잠재 고객들이 브룩스를 접할 수 있는 콘텐츠 노출을 늘려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러닝 시장의 고객 니즈 세분화는 브룩스에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예쁜 신발을 사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발 건강, 러닝 폼,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인 선택이 늘고 있어 안정화부터 쿠션화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가진 브룩스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고 이러한 수요에 맞춰 일반(D), 와이드(2E), 엑스트라 와이드(4E) 등 다양한 사이즈 옵션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겨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런컬렉션 대표이면서 구독자 약 6만7000명(7월 9일 기준)을 보유한 러닝 전문 유튜버로 ‘런업TV’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제품 리뷰부터 ‘송PD가 간다’ ‘송PD의 런코스 따라하기’ 등 브랜드 탐방, 러닝 코스 가이드 등 러닝 관련 정보 전달 중심의 콘텐츠를 메인으로 영상을 제작해 러너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올 하반기 안으로 러닝 초보자들이 영상을 통해 러닝의 기초부터 배울 수 있는 ‘러닝의 정석’ 시리즈를 기획할 계획이며, 올해 말까지 10만명의 구독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10만 구독자 달성 후에는 러닝 브랜드들을 클라이언트로 하는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가동할 생각이다.
송주백 대표가 운영중인 유튜브 채널 '런업TV' / 찐 러너인 송주백 대표의 마라톤 대회 참가 모습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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