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동대문서 힙당동까지, MZ세대 몰리는 이유?

박진한 기자 (pxrkjxnhxn@fashionbiz.co.kr)|2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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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의 패션 메카로 통했던 동대문 상권은 최근 롯데 던던점 리뉴얼, 패션 공유 오피스 ‘무신사스튜디오’ 오픈 등으로 변화의 흐름을 맞이하고 있다. 또 동대문 인근에 다양하고 신선한 F&B로 MZ세대 사이에서 ‘힙당동’으로 불리는 신당동도 부상 중이다. 소규모 독립 브랜드와 감성을 기반으로 한 공간을 찾아 나서는 젊은 세대들에 의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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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과 신당 상권이 차세대 패션 스트리트로 꼽히고 있다. 새로운 패션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동대문과 핫플의 전조 단계에 이른 신당동 상권이 패션 상권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동대문은 과거부터 한국 패션 산업과 수출의 허브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기획-생산-유통’의 전체 의류산업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약 2만개의 기업체가 집적된 도심형 패션 클러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2010년 전후로 중국 저가품 공세, 해외 SPA 브랜드 확장, 2019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 역량이 많이 약화됐다. 


최근 침체기를 겪고 있는 동대문 패션 상권을 살리기 위해 서울시(시장 오세훈)에서도 ‘동대문 K-패션 브랜드 육성’ 사업 등 다양한 회복 방안을 내놨고, 작년 대형 유통인 롯데자산개발(대표 오일근)이 동대문 쇼핑몰 ‘피트인’을 2020년 이후 4년 만에 리뉴얼해 ‘던던’이라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선보였다. 이와 더불어 패션 공유 오피스 ‘무신사스튜디오’도 무신사스튜디오 동대문점에 이어 올해 ‘동대문종합시장점’을 오픈하며 새로운 패션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롯데 던던점은 지하 3층부터 지상 8층까지 1만6000㎡(약 4840평) 규모에 셀링 파워가 강력하고 외국인 관광객과 MZ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유니클로’ ‘올리브영’ ‘다이소’ ‘데카트론’ 등 대형 앵커 브랜드를 중심으로 공간을 새롭게 꾸몄다. 평일 오후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운 열기를 식히기 위해 유니클로와 다이소 등에서 쇼핑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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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DDP 앞 대로변(이미지=구경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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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동대문서 힙당동까지, MZ세대 몰리는 이유? 1756-Image롯데 동대문 던던점에는 유니클로, 데카트론, 쏘비트, ABC마트, 다이소, GGX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이미지=구경효 기자)


롯데 던던 리뉴얼 등 ‘동대문 상권’ 변화 감지


이 외에도 6층에는 신전 콘셉트의 이색 헬스장 ‘샤머니짐’을 비롯해 우드워커를 위한 프리미엄 공구 전문 매장 ‘쏘비트’와 지난 6월 지하 3층에 1570㎡(약 475평) 규모의 복합 문화 게이밍 공간 ‘GGX’를 오픈하며 주변 상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차별화된 매장을 운영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롯데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동대문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면 무신사(대표 조만호 · 박준모)는 동대문 패션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2018년 무신사스튜디오 동대문점을 시작으로 2023년 신당점, 올해 3월 동대문종합시장점을 새롭게 오픈하며 근거리에 3개의 패션 기반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동대문종합시장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원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꼭 방문해야 하는 핵심 거점으로 약 5000개의 패션 재료 점포가 있다. 이곳에 자리를 잡은 무신사스튜디오 동대문종합시장점은 A동과 C동 4층에 걸쳐 총 4628㎡(약 1400평) 크기로 조성된 대형 패션 단지다. 창업 초창기인 1인 디자이너와 지역 맞춤형 거점 오피스를 원하는 중소 및 중견 브랜드 등을 지원하고 패션 디자인 생산에 초점을 맞춘 전용 특화 공간도 갖춰져 있어 디자이너, 패턴실, 원당 등 개인 입주자가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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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스튜디오 3개점, 패션 생태계 활성화 기대


신당 & 동대문 상권 전망에 관한 물음에 패션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지원과 상권 재정비에 따라 신당 · 동대문 일대는 공유 오피스와 젊은 디자이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K-패션 거점’으로 성장할 여지가 있다”라고 답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스튜디오 입주사들이 종합시장에 있는 기존 원단과 부자재 등 업체와 거래를 늘리면 자연스레 동대문의 패션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최근 패션 업계에서 신생 창업자와 초기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무신사스튜디오는 이들이 좋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말했다. 


동대문 상권과 인접한 신당동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힙당동’이라 불리며 성수동과 을지로(힙지로)에 이어 새로운 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7~8년 전 뉴트로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던 시기 오래된 쌀 창고를 리모델링한 ‘심세정 베이커리’, 무당집 콘셉트의 독특한 칵테일 바로 급부상한 ‘주신당’ 등이 이 지역에 생긴 이후 ‘메일룸’ ‘하니칼국수’ ‘옥경이네 건생선’ ‘라까예’ 등 F&B 매장들이 하나둘 늘어나며 젊은 층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하철 2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더블 역세권이라는 입지도 신당동 상권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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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동대문서 힙당동까지, MZ세대 몰리는 이유? 3896-Image중앙시장 모습(이미지=구경효 기자)


신당 상권, ‘심세정 · 주신당’ 등 힙한 F&B 모여


신당역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신당 상권은 과거부터 곡물창고와 주방용품 매장 등이 위치한 전통시장 상권이었지만 심세정 베이커리와 주신당과 같은 힙한 식음료 매장들이 입점하기 시작하면서 젊음과 전통이 혼재된 특수한 구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지역의 건물들은 좁은 평수에다가 60년 이상된 것들이 많고 고령의 건물주와 장기 세입자들로 구성돼 있어 손바뀜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1년에 100건 정도 신당동 관련 문의를 받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라인은 심세정 · 주신당에서 메일룸으로 이어지는 대로변 바로 뒷길이다. 최근에는 바로 옆 보리밥 골목으로 유명한 라인으로 인기가 확대되고 있어 권리금과 임차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신당동은 젊은 소비자들이 모이고 원단, 부자재, 패턴, 봉제 공장 등이 근처에 밀집해 있는 동대문 패션 인프라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지역이다. 최근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신생 브랜드들이 신당동에 사무실, 쇼룸,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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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세정 베이커리, 메일룸, 모구모구 과자점 인 신당, 하니칼국수, 브릭레인버거, 어글리베이커스베이글 신당 본점 등

신당역~중앙시장 주변에 위치한 힙한 F&B 매장들(이미지=구경효 기자)


언더마이카 등 패션 브랜드 본사 · 매장 진출 속속


신당역 인근에는 2015년부터 터를 잡고 있는 패션복합문화공간 ‘밀스튜디오’ 주변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닐바이피’ ‘브랜드시티’ 등이 위치해 있다. 올해 4월 캄프로그(대표 박진철 · 최승혁)의 캐주얼 스트리트 브랜드 ‘언더마이카’는 사무실과 인접한 곳에 82㎡(약 25평) 규모의 빈티지 콘셉트의 플래그십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최승혁 캄프로그 대표는 “신당동은 옛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매력적인 동네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동대문 패션 상권과도 인접한 거리에 있어 거래처와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면서도 지하철 접근성 또한 좋아 앞으로 많은 트래픽이 기대된다. 동대문이 외국인들에게 낯설지 않은 장소이고 신당과 가깝다 보니 현재 플래그십에 일본 · 중국 · 미국 등 다양한 나라의 소비자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객단가는 보통 20만~30만원 선으로 구매 전환율이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신당동은 현재 특정 지역이 명확히 부각되기보다는 힙당동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스폿들이 점처럼 흩어져 생겨나고 있는 초기 단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지역은 신당-청구-약수-버티고개역까지 이어지는 넓은 범위에 걸쳐 있으며, 각 구간은 서로 다른 특색과 수요를 기반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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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스튜디오 / 닐바이피 / 어린아이 매장(이미지=구경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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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마이카 신당 플래그십스토어 매장 내부(이미지=구경효 기자)


동대문 인프라 + 낮은 임차료 + 접근성 강점


중앙시장 인근은 2030세대 중심의 F&B 기반 상권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청구역과 약수역 사이 대로를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 지역 모두 평지로 이곳에는 ‘금돼지식당’ ‘포스트아카이브팩션(PAF)’ ‘오호스’ ‘카이샤오(Kaiy Xiao)’ ‘퍼렌’ 등 F&B와 패션 브랜드가 혼재됐다. 


지난 5월 청구와 약수역 사이에 오호스 쇼룸을 오픈한 김예림 브이알티엑스 대표는 “세일즈 중심 스토어보다는 브랜드 철학과 디자인 방향을 큐레이팅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었다. 1층은 쇼룸으로, 2층은 사무실로 사용하며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브랜드 세계관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이나 신제품 개발의 테스트베드 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이곳으로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대문과 샘플실과의 지리적 접근성과 해외 바이어나 국내 파트너사들이 방문하기에도 교통이 편리한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인프라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타 메이저 상권 대비 임차료 부담이 적어서 좋았다. 오호스처럼 독립적이고 작은 브랜드가 목소리를 내기에 ‘비어 있는 공간성’을 가진 이곳이 가장 적합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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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스 약수 쇼룸(이미지=구경효 기자)


김예림 오호스 대표 “비어 있는 공간성에 매력”


오호스 쇼룸에는 주중 30~50명, 주말 최대 80명의 인원이 방문하고 있으며, 목적을 갖고 오는 고객들이 많아 구매 전환율도 높은 편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쇼룸에서 다양한 컬래버 제품 발매, 정기적인 전시 및 이벤트를 전개하며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오호스 쇼룸 바로 인근에는 패션 브랜드 PAF와 카이샤오가 위치해 있다. 카이셔(대표 샤오카이원)의 카이샤오는 2015년 액세서리를 필두로 시작한 브랜드로 이후 의류 라인을 론칭하며 현재는 액세서리, 의류, 슈즈 등의 다양한 패션 부문을 아우르고 있다. 


2024년 도심 속 정원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661㎡(약 200평) 규모의 편집숍을 오픈했다. 원래는 사무실로 사용할 생각이었지만 아름다운 외관과 1층 인테리어를 꾸미기 시작하면서 2층은 직원용 사무실로 1층은 편집 매장으로 용도를 변경해 편집숍을 운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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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y xiao 약수점(이미지=구경효 기자)


남신구 이사 “스폿형 구조, 패션 상권은 아직”


매장 방문 고객의 비중은 한국 40%, 중국 35%, 일본 15%, 동남아·유럽 등 10%로 구성돼 있으며, 주요 고객은 2040세대 여성이다. 편집숍은 카이샤오를 비롯해 ‘굴렘김(gulemkim)’과 ‘르쁘띠라핀(le petit lapin)’의 쇼룸 역할도 수행한다. 이렇듯 다른 편집숍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온라인 브랜드를 오프라인의 한 공간에 모았기 때문에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외에도 광희문에서 장충동으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무신사스튜디오, ‘51퍼센트’ ‘르셉템버(LE17SEPTEMBRE)’ 등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약수역에서 버티고개로 이어지는 지역에는 ‘마르디메크르디’ ‘로우클래식’ 등 사옥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들이 자리 잡고 있다. 


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임차자문팀 이사는 “신당동이 향후 패션 상권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는 어렵다. 패션 상권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중심의 집약적 유입과 방문이 전제돼야 하지만 현재 신당동은 광역 상권 내에 점처럼 흩어진 스폿형 구조를 갖고 있어 실질적인 패션 브랜드 매출로 이어지기보다는 공급자 중심의 입점 수요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접한 동대문과의 거리적 · 기능적 연계성은 신당동이 향후 패션 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동대문이 가진 원단·부자재·봉제 등 패션 생산 기반 인프라와 연계된다면 신당동은 디자이너 중심의 비즈니스 생태계 일부로 편입돼 타 신흥 상권과 차별화된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신당동 상권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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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아카이브팩션 / 루시르주 / 51퍼센트 / 로우클래식(이미지=구경효 기자)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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