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원규 l 썬더그린 대표 '세상을 보는 두 개의 창 : 로맨티스트와 프래그머티스트'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5.08.01 ∙ 조회수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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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원규 l 썬더그린 대표 '세상을 보는 두 개의 창 : 로맨티스트와 프래그머티스트'  27-Image


오래전 중국 다롄에서 선양으로 가는 기차에서 옆자리에 앉은 멋진 신사분과 대화한 적이 있다. 그분의 부모는 베이징의 유력한 집안의 지식인이었는데, 마오쩌둥(모택동)의 문화혁명 때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온 가족은 지방으로 흩어져서 험난한 삶을 살다가 운 좋게 캐나다 유학 기회를 잡아서 유학을 마치고 선양에서 영문과 교수로 살고 있다고 했다. 


내가 그분에게 마오쩌둥과 덩샤오핑(등소평)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했는데, 그분이 한마디로 정리해 준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오쩌둥은 로맨티스트이고, 덩샤오핑은 프래그머티스트라고 했다. 


로맨티스트와 프래그머티스트의 근본적인 차이는 ‘목적’이다. 전자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고, 후자는 자신의 이상 실현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로맨티스트 정치인은 대부분 독재자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다. 그 결과 국민들은 엄청난 희생을 치르게 된다. 히틀러는 대게르만제국 건설의 이상, 마르크스와 마오쩌둥은 공산주의 사회 건설 등의 이상을 위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희생하게 했다. 반면 프래그머티스트(실용주의자)정치인은 국민을 행복하고 잘살게 하는 현실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사용한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은 실용주의의 대표적인 사상이다. 


현재 트럼프와 시진핑의 충돌은 두 정치인이 모두 로맨티스트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이상을, 시진핑은 ‘중국몽’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이상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의 충돌은 결과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초래할 것이고 결국 실패할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상을 위해 동맹이나 전통적인 가치들을 무시하기 때문에 이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길은 실용주의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상주의자와 실용주의자는 경영현장이나 브랜딩 전략에서도 차이를 드러낸다. 이상주의 경영자는 자신의 이상과 꿈을 성취하는 것이 목적이다. 멋진 꿈을 이야기하고 그 꿈에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참하기를 원한다. 반면 실용주의 경영자는 고객의 문제해결과 직원을 잘살게 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끊임없이 변신하면서 유연하게 사업을 추진한다. 


이상주의자는 브랜드를 만들 때도 브랜드의 이상적인 콘셉트와 상상하는 세계관을 구현하려고 애쓴다. 반면 실용주의자는 브랜드의 기본 타깃과 목표만 설정하고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고객이 선택하는 대로 유연하게 브랜딩을 구축해 가는 전략을 취한다. 


결과적으로 이상주의자는 처음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고객보다 이상에 갇혀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실용주의자는 처음엔 별 볼 일 없어 보이지만 나중엔 크고 견고하게 브랜드를 구축해 가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세상을 보고 접근하는 방식에서 로맨티스트의 연역적인 접근도 때론 필요하지만 실용주의자의 귀납적인 접근 방법이 더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변화가 매우 빠르고 초경쟁적인 경영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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