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못생겨서 귀엽다?" 전 세계 라부부 열풍
라부부 인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모기업인 팝마트의 사업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중국, 동남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라부부 열풍을 불러일으킨 팝마트의 성공전략을 살펴봤다.
못생겨서 귀엽다는 ‘라부부(Labubu)’ 인형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언젠가부터 에르메스, 루이비통, 더로우 등 럭셔리 핸드백을 장식하는 ‘머스트 해브’ 액세서리가 되더니 이제는 리세일 사이트는 물론 옥션에서 팔릴 정도로 수집할 가치가 있는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틱톡과 온라인에서는 라부부 인형에 대한 포스트와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으며, 그 인기에 힘입어 모기업인 팝마트(Pop Mart International Group Ltd)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셀러브리티, 여성, 남성, 아동 할 것 없이 라부부에 집착하고 있다. 아시아, 미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컬트 상품으로 부상하면서 폭발적인 수요는 공급을 초월한다. 신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온라인 매장 사이트는 다운되고 오프라인 매장에는 전날 밤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는 등 라부부 인형을 사고자 하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라부부의 부상은 불확실성이 강한 현실에서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것에 소비하는 젊은 세대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정 수량의 블라인드 박스로 판매하는 팝마트의 판매 전략이 맞물리면서 라부부는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홍콩 출신 아티스트가 만든 일러스트레이션
독특하게 생긴 라부부 인형의 기원은 그림책이다. 홍콩 출신의 아티스트 카싱 렁(Kasing Lung)이 출판한 그림책 <The Monsters Trilogy>의 일러스트레이션에 등장하는 라부부는 2019년 중국의 완구회사인 팝마트의 손에서 상품으로 탄생했다. 처음에는 플라스틱 피규어로 소개됐다. 2022년 말부터 중국에서 인기를 얻더니 2023년 봉제완구 버전이 출시되면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됐다.
팝마트는 지난 6년간 300여개의 라부부 모델을 출시했으며 팬들은 이들을 수집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라부부는 토이를 넘어서 수집할 가치가 있는 아이템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옥션에도 등장했다. 지난 6월 초 베이징의 옥션하우스(Yongle International Auction)는 라부부의 옥션을 유치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48개의 라부부 아이템을 온 · 오프라인으로 경매했는데 총판매 규모는 7억1480만원에 달했으며 이 중 사람 실물 크기의 라부부 인형은 2억원에 낙찰됐다. 이처럼 일부 한정판 상품이 높은 가격으로 팔리면서 라부부는 토이와 아트의 경계를 넘나들게 됐다.
K-팝 셀럽 & 인플루언서, 앞다퉈 라부부 포스팅
라부부가 메인스트림으로 들어온 데는 K-팝의 공로가 컸다. 특히 지난해 리사는 인스타그램에 라부부를 포스팅했으며 미국의 TV 프로그램에서 라부부를 언급한 것이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넘어 글로벌로 인기를 얻는 계기가 됐다. 이 외에도 리한나, 두아 리파, 킴 카다시안, 데이비드 베컴, 딜런 브룩스(NBA 스타) 등이 라부부가 달린 핸드백 등을 포스팅하면서 셀러브리티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또한 소셜미디어는 라부부의 글로벌 열풍을 만들어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틱톡에는 #labubu 영상이 200만개가 넘을 정도로 팬들은 라부부 인형 영상을 앞다퉈 올리고 있다. 영상을 통해 사람들은 구매한 라부부 인형을 언박싱하거나 자신이 수집한 라부부를 소개하거나 구하기 어려운 라부부의 구매 팁을 제공하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라부부가 일반적인 토이와 다른 것은 패션 액세서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소비자들은 책가방에 여성과 남성들은 럭셔리 핸드백에 라부부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닌다. 주로 핸드백의 참으로 활용하지만 가끔 벨트에 부착하기도 하고 마돈나처럼 목에 걸기도 한다. 다른 컬렉터블 토이처럼 집에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일상에서 라부부와 함께한다.
블라인드 박스 판매, 시크릿 아이템 전략 통했다
이처럼 아웃핏과 결합한 것이 라부부가 인기를 얻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사람들은 라부부를 통해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다. 럭셔리 핸드백에 라부부를 장식해 값비싼 럭셔리 아이템을 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창의성을 신선하고 즐거운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라부부는 블라인드 박스로 판매한다. 어떤 디자인인지는 구매 후에 알 수 있는데 사람들은 언박싱 과정에서 흥분과 설렘으로 가득하다. 물론 블라인드 박스로 판매하기 때문에 더 많이 더 자주 사게 되는 효과도 있다.
라부부는 시리즈별로 6~7개의 다른 디자인이 있으며 모두 동일한 박스에 담겨서 판매되기 때문에 외관으로는 구분할 수 없다. 결국 특정 디자인을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 구매하거나 또는 세트로 구매해야 한다. 최근 시리즈(Big into Energy)의 경우 개당 3만2700원이지만 6개 세트는 19만6000원이다.
드롭으로 신상품 제공, 공급량 제한해 희소성 배가
또한 시리즈별로 메인 아이템 외에 라부부 시크릿이 한두개씩 있다. 이를 구매할 확률은 72분의 1이라고 한다. 운이 좋으면 희귀템을 살 수도 있고 이를 리세일 사이트에서 고가로 팔 수도 있다. 이러한 기대로 사람들은 계속해서 라부부를 구매한다.
팝마트는 스트리트웨어처럼 드롭으로 신상품을 제공한다. 온라인에는 매주 목요일, 오프라인에는 매주 금요일에 출시되는데 늘 조기 품절된다. 라부부 인형을 손에 넣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객들은 매장 드롭에 맞춰 전날 밤부터 줄을 서고 온라인 드롭 기간에 맞춰서 휴대폰과 랩톱 등 여러 개의 기기를 갖추고 상품 구매 작전을 벌이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대형 매장이 있는 도시로 드롭 팅을 가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공급량을 제한함으로써 사람들이 더욱 라부부에 집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팝마트의 전략으로 마치 스트리트웨어가 한정 수량을 제공함으로써 쿨하게 느껴지도록 하거나 현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버킨백 판매와 일맥상통한다. 획득하기 어려운 것은 결국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특히 대량 생산의 시장 환경에서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한적인 공급은 특별함을 주면서 토이를 일종의 럭셔리 아이템처럼 승격하는 것이다.
프리오더 방식도 중단… 리세일 시장 급팽창
드롭 때 구하지 못하면 라부부를 공식 채널에서 구매하기는 어렵다. 현재 팝마트의 온라인 숍(영국)에서는 모든 라부부 상품이 품절됐으며 수개월 후 배송되는 프리오더 방식도 없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부부를 손에 넣는 방법은 리세일 사이트(StalkX, eBay, Depop 등)를 이용하는 것뿐이다.
실제로 라부부의 리세일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스톡엑스(StalkX)의 경우 2023년 한 해 동안 100개 미만이던 라부부 판매량는 현재 월 100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물론 리세일 사이트에서는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한다. 일반 아이템의 경우는 약 3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지만 시크릿 아이템 같은 희귀템은 20배 이상의 가격이 형성된다.
일부 의류 대여업체들도 라부부의 붐에 합류했다. 라부부 인형을 핸드백 참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여하기 시작했다. 바이로테이션(byrotation.com)은 라부부의 사이즈와 디자인에 따라 하루에 5600원~1만3000원 선에서 대여한다.
모기업 팝마트, 작년 매출 2조5000억 돌파
라부부의 세계적 인기는 모기업인 팝마트의 폭발적인 사업 성장을 이끌었다. 2024년 팝마트의 매출 규모는 2조5680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성장했으며 이익(adjusted net profit)은 6520억원으로 거의 3배로 뛰는 놀라운 실적을 보였다. 특히 라부부의 매출은 700% 이상 성장해 5750억원을 초과했다. 전체 사업의 약 4분의 1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 호조로 지난 18개월간 주가가 1300% 상승했다.
특히 해외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2024년 한 해 동안 중국 외 매출은 375%나 늘어나서 전체의 40%에 육박했다. 2025년에는 해외 매출이 2배 성장해서 매출과 이익 모두 그룹 실적의 절반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Morgan Stanley). 팝마트의 공격적인 해외 매장 확대는 이러한 성장세의 모멘텀이 됐다. 지난해 파리와 런던 등지에 플래그십 매장을 포함해서 130개 해외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올해는 미국에서만 신규 매장 50개를 오픈했다.
팝마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라이선스나 인하우스 디자인의 컬렉터블 토이를 블라인드 박스로 판매하는 것이다. 판매채널은 온라인 및 530개의 오프라인 매장, 2500개의 자판기 매장(Roboshop)이다. 이 외에 일부 뮤지엄숍(루브르)과 홀세일(도버스트리트 마켓 등)도 운영하며 베이징에 놀이공원도 소유하고 있다. 팝마트는 2020년 홍콩주식시장(HKEX)에 상장했으며 현재 디즈니(The Walt Disney)와 닌텐도(Nintendo)의 뒤를 이어 세계적으로 No.3의 IP 기업으로 꼽힌다(Caixin Global).
팝마트, 디즈니 · 닌텐도 이어 No.3 IP기업 부상
라부부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구매할 때 기능에 의한 필요보다는 심리적 니즈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욕구에 따르는 것이다. 이는 감정과 정서적인 것에 바탕을 두고 자가부양(self-care)의 형태로 작고 지불 가능한 것에서 기쁨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숍의 음료를 산다거나 향이 좋은 캔들이나 귀여운 토이 등을 통해서 즐거운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Z세대와 밀레니얼 소비자들이 특히 이러한 감성적 소비의 경향을 보인다. 매킨지에 의하면 향후 몇 개월 내에 화장품이나 스낵 같은 작은 기쁨을 계획하는 비중은 세대별로 Z세대(59%)와 밀레니얼세대(53%)가 가장 높고 X세대(35%)와 베이비부머 세대(20%)가 뒤를 잇는다.
사람들이 작은 기쁨을 원하는 것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혼돈의 세상에 대한 방어 메커니즘의 요소나 현실도피적 성향으로 분석한다. 작은 기쁨의 문화는 사치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 안에서 의도적으로 자신을 돌보는 것이라고 한다. 라부부는 이러한 젊은 세대의 마음을 포착한 것이다.
전통적인 토이 방식 NO, 감성 소비로의 진전
괴상하게 생긴 인형, 드롭과 자판기를 활용하는 블라인드 박스 판매, 의도적으로 공급 수량을 제한해서 수요를 증폭하는 등 라부부는 전통적인 판매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성을 자극하면서 희소성을 만들어 낸다는 측면에서 스트리트웨어나 럭셔리와 유사하다.
라부부는 젊은 세대에게는 자신의 신분을 상징하는 새로운 개념의 럭셔리가 됐다. 라부부를 소유하는 것은 값비싼 럭셔리 아이템을 소유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라부부는 풍요와 완벽함의 미학을 넘어서 라부부를 중심으로 하는 개성, 불완전한 미학, 커뮤니티, 감성의 자극 등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부부는 전통적인 방식이나 구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요소가 혼합된 퓨전 방식을 보여주는 새로운 감성이 되고 있다.
분석가들은 라부부의 붐이 일시적인 유행일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인기가 사그라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미디어들이 앞다퉈 그 인기의 배경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을 정도로 일종의 현상이 되고 있다. 라부부 인형은 2025년 최대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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