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작년 평균 판매율 50% 방어, 올해 '다운' 키워드는?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 아웃도어 시장이 올해 급격한 기후 변화에 따른 예보 오중으로 판매기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주요 브랜드 평균 다운 판매율은 55%, 판매 시기는 11월 말에서 2월 말까지 이어졌다. 올해는 지난 2023년부터 쌓인 재고 처리와 함께 변덕스러운 날씨에 맞춰 다양한 상품 선택권을 제시하는 분위기다. 많은 브랜드들이 ▲경량 상품 다각화 ▲여성 라인 특화 ▲기능 및 소재 고급화를 주요 키워드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주요 브랜드의 매출을 이끈 대표 상품들
K2 '도로시', 네파 '아르테', 블랙야크 '히마'
추울 것이라는 예상도 비껴가고, 역대급 긴 장마가 이어질 것이라던 추측도 어긋나고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국대가 쑥대밭이다. 올해는 최대 11월까지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는데, 과연 겨울 패션 시장 소비 분위기는 어떨까.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 아웃도어 시장이 최대 성수기 겨울을 앞두고 판매기 고민에 빠졌다. 매년 8월 초면 시작하던 다운 선판매 마케팅도 현재 진행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2023년에 이어 매우 추울 것이라 예보 됐던 작년도 겨울이 늦게 시작되면서 11월 말에나 본격적인 다운 판매가 시작돼 2월까지 약 두 달 간 판매에 그쳤다. 주요 브랜드들의 지난 겨울 다운 상품 총 판매율은 수량 기준 평균 50%로 추산한다. 12월 마감 기준으로는 35% 정도였던 판매율이 2월말까지 50~55%까지 뛴 것.
의외로 핵심 상품이었던 ‘100만원대’ 프리미엄 다운 판매가 초반까지 잘 이뤄졌고, 이후 코트나 무스탕 등 아우터 내에 겹쳐 입을 경량 상품 판매가 꾸준히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블랙야크의 프리미엄 상품 ‘히마&알라야’ 다운 라인과 K2의 하이엔드 ‘G900’ 라인은 70%가 넘는 판매율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걱정했던 것보다는 좋은 판매율을 기록했으나, 연간 매출은 대부분 마이너스를 찍었다.
대물량 선기획, 프리미엄은 리오더로 리스크 축소
올해 다운 준비를 마친 주요 브랜드들을 통해 파악한 국내 다운 상품의 키워드는 크게 ▲경량 상품 다각화 ▲여성 라인 특화 ▲기능 및 소재 고급화를 꼽을 수 있다. 브랜드의 매출을 책임지는 가격 접근성 좋은 상품과 핵심 라인은 가져가는 한편 소비력 있는 여성 소비자들을 유입시킬 디자인과 소재, 디테일 등으로 상품군을 다각화한다. 물량은 전년과 동일하거나 20% 내외로 줄여서 준비 중이다.
주요 브랜드별 2025년 다운 물량 준비 현황(자료-각 브랜드 제공)
주요 브랜드들의 올해 다운 상품 기획 물량과 대표 상품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케이투코리아(대표 정영훈)의 ‘K2’는 전년대비 물량을 크게 줄인 모습이다. 워낙 대물량을 움직이는 브랜드인만큼 올해도 40만장의 다운 상품을 준비했는데, 전년대비 35% 줄인 수량이다. 지난해 판매율이 46%에 그쳐 올해는 신상품을 중심으로 재고 판매에도 공을 들일 예정이다.
K2는 경량부터 중량, 헤비 다운까지 변덕스러운 겨울 날씨에 맞춰 월별 대표 상품을 배치하는 전략을 준비했다. 가볍게 걸치거나 겹쳐 입을 수 있는 초경량 다운부터 한파에 보온성과 패션성까지 단단히 챙길 수 있는 프리미엄 코트 다운까지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상품 디자인은 물론 가격대도 폭넓게 마련했다.
작년 K2 프리미엄 다운 중 하나였던 'G900'
K2, 물량 35% 축소…중량&디자인 다각화
특히 프리미엄 상품군을 경쟁 브랜드 대비 더욱 고급화해 선보였다. 솜털 95% 최고급 구스와 고어텍스 원단을 적용해 보온성과 활동성을 보장하는 한편 맵시를 중시하는 여성 소비자들을 위해 벨티드 코트 디자인 등을 추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량 상품으로는 ‘에어다이브 고어’, 프리미엄 상품으로는 ‘골든 K95 에끌레어 코트’와 ‘G900 트리니티 고어 다운’ 등을 주력 상품으로 제안한다.
아이더(대표 정영훈)의 ‘아이더’는 올해 지난해보다 약 5만장 정도 줄인 35만장의 다운 상품을 준비했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기반을 닦아놓은 만큼 브랜드만의 자체 소재와 기술력에 더욱 집중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품을 기획한 것이 특징이다.
다운 아우터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기 위해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난 충전재와 소재 경쟁력을 갖췄고, 볼륨 다운부터 경량 슬림 다운까지 다양한 실루엣을 균형있게 선보인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할 수 있는 전략 상품과 기능과 디자인을 강화한 프리미엄 라인으로 고객 유입을 확대할 생각이다.
아이더, 기능성·디자인 고도화로 접근성 강화
그중에서 지난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캐시미어 코트 다운’은 기능과 경량성, 실루엣을 더욱 개선해 여성 고객을 전략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상품군으로 기획했다. 패딩부터 안감까지 캐시미어를 적용한 아이더만의 프리미엄 코트 다운으로, 올해는 숏코트와 롱코트로 기장을 세분화해 세련된 니즈를 가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계획이다.
지난해 아이더 대표 상품 중 하나였던 '써모락 슬림다운'과 '퍼피 다운'
네파(대표 이선효)의 ‘네파’는 올해 약 31만장의 다운을 준비했다. 38만장 규모였던 전년대비 19.8% 줄어든 수량이다. 네파는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응할 수 있는 간절기 상품 개발과 여성 전용 다운 재킷 업그레이드, 고기능성 마운틴 테크니컬 상품 강화로 이번 시즌 준비를 마쳤다.
늦게 찾아오는 겨울, 심화되는 일교차에 따라 간절기 아이템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장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간절기 ‘튜브 다운’ 시리즈를 개발했다. 또 ‘모노’ ‘프리미아’ 라인 등 여성 특화 다운 시리즈 디자인을 업데이트해 기존에 볼 수 없던 섬세한 디테일과 실루엣으로 여성 컬렉션을 강화했다. 고기능성 상품인 ‘에어써밋Ⅱ’는 작년 상품을 업그레이드 한 것으로 이전 시즌 대비 무게를 50% 줄인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후 대응’ 네파, 간절기·여성·고기능성 강조
네파는 올해 하반기 아웃도어 다운 시장 역시 작년만큼 어려울 것으로 보고 공략 계획도 철저하게 준비 중이다. 기후 대응 전략 상품 개발과 스테디셀러 상품 강화 및 라인업 확대를 통해 지속적으로 상품 신뢰도와 신선도를 높이고, 다양한 소비층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주요 헤비 다운 분할 생산 기획으로, 과도하게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효율적으로 시즌을 운영해 리스크를 줄이는데 집중한다.
밀레(대표 한철호)의 ‘밀레’는 올해 단순히 가성비를 넘어 장기적으로 만족과 실용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하나로 겨울을 끝낼 수 있는 아우터’ ‘투자 가치 높은 아우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치 소비 트렌드에 맞춰 프리미엄 기능성과 고프코어 트렌드를 결합한 상품으로 소비 침체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를 위해 대표 두 가지 상품 카테고리별로 핵심 기능을 갖춘 킬러 라인 업을 마련해 소비자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먼저 마운틴 라인에서는 ‘콜드 제로’ 기능을 강조한다. 겨울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기능성은 기본 모든 봉제선에 밀레만의 콜드 제로 공법을 적용해 냉점을 차단하고 따뜻한 공기층이 오래 갈 수 있도록 설계해서 보온성을 강화한 상품군이다. 라이프 라인의 다운은 가벼운 착용감에 다양한 레이어드 스타일링이 가능하도록 기본 기능(방수, 방풍, 발수)에 캐주얼한 디자인을 갖춘 아이템을 제안한다.
네파 시그니처로 안착한 코트형 다운 '아르테'
밀레, ‘투자 가치 높은 아우터’로 소비 침체 돌파
올해 준비한 물량은 총 11만8000장이다. 전년대비로는 약 10% 줄인 수량이다. 딱 하나만 살 수 있다면 고를 수 밖에 없는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다운을 30만~40만원대 합리적인 가격대로 선보여 판매율을 높일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콜드제로 푸퍼 다운, 루트업 다운, LD 셀레네 아르 다운을 주력으로 선보인다.
더네이쳐홀딩스(대표 박영준)의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은 올 겨울 경량화한 해비 아우터와 여성 상품, 하이퍼포먼스 라인에 총력을 기울인다. 글로벌 확장을 진행하며 ‘자연 탐험과 환경 보존’ 등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데, 올 겨울 상품의 경우 울 충전재, 인프라사이클 등 새로운 충전재와 지속가능 소재를 적용해 차별화한 아이템을 제안할 예정이다.
다운 상품의 경우 경량 소재를 기반으로 가볍고 얇으면서도 우수한 보온성과 기능성이 탁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특히 경량 패딩 룩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퀼팅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가볍고 활용도 높은 다운과 여성 소비층을 공략할 수 있는 디자인, 퍼포먼스 강화 라인을 통해 다양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할 수 있는 뱡향으로 마케팅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선보인 밀레 '콜드제로', 블랙야크 '히마 WSP',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 '헤론'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 경량&하이퍼포먼스 주력
비와이엔블랙야크(대표 강태선)의 '블랙야크'는 올해 경량 상품, 고기능성 DNS 다운, 프리미엄 다운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세로형 퀼팅 등 활동성과 스타일을 강화한 경량 다운부터 고기능성 및 프리미엄 다운까지 폭넓은 아우터 형태를 제안해 긴 가을, 잦은 한파 등 변화하는 날씨에 맞춰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는 브랜드 기획팀들이 지난해 결과를 기반으로 최대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시즌을 버티려는 경향이 엿보인다. 지난해 다운 판매가 늦어지고, 구스와 덕 다운 원자재 가격도 크게 올라 일찌감치 기획에 들어가던 브랜드들도 선기획 시즌을 늦췄는데, 생산도 최대한 늦게까지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 8월 선판매 계획도 현재까지는 없고, 아직도 공장에서 생산 중인 경우도 있다.
지난해 주요 전략이었던 ‘프리미엄’ 상품은 올해도 지속된다. 타 복종에서 따라올 수 없는 하이 퍼포먼스, 고퀄리티 소재에 여성복이나 캐주얼에서 활용할 법한 세련된 디자인을 넣거나 아예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조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다. 고가 상품인만큼 시그니처 대물량 상품보다는 적은 물량으로 기획해 판매량에 따라 리오더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도 방어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다.
가격도 지난 하반기 크게 오른 다운 가격 인상으로 인해 올해 국내 브랜드들의 다운 상품 가격도 소폭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실제로 예상보다는 적게 소폭 상승한 가격으로 제안한다. 대중적인 상품으로 내놓는 경량 다운의 가격이 평균 20만원 선, 매출 견인할 킬러 상품이 30만원대에 많이 포진돼 있고 1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상품까지 폭 넓게 제안한다. 다운 함량과 디자인을 다양하게 풀어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 ‘품질만큼은 글로벌 No.1’ 아웃도어 다운 신뢰도 UP
2025년 1월 국내 패션 시장에 일파만파 퍼졌던 ‘다운 혼용률 오표기’ 사건. 캐주얼과 온라인 브랜드 중심으로 혼용률 거짓 표기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수입 패딩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덕다운’을 사용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퀄리티와 합리적인 가격대를 재평가 하는 기회가 됐다.
특히 최고 13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기록하는 수입 브랜드의 패딩이 ‘몽클레르’와 ‘에르노’만 제외하고 대부분 중국과 캐나다, 인도네시아 산 덕다운을 사용했다는 점이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다. 반면 국내 브랜드는 주요 브랜드들이 30만원에서 50만원대로 선보이는 메인 다운의 경우도 80:20 유럽산(헝가리 등) 구스를 사용했다는 것이 대대적으로 드러나며 상품 신뢰도가 높아진 것이다.
아웃도어 업계는 빠르면 8월부터 베스트 및 경량 상품부터 시작해 한겨울 헤비다운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부피의 아이템을 대물량으로 선보인다. 부자재와 충전재의 퀄리티가 곧 브랜드의 이미지이자 신뢰도이기 때문에 전 과정에 걸쳐 안팎으로 진행하는 검수 과정을 필수로 한다.
그동안 꾸준히 지켜온 원칙으로 인해 시장 자체 신뢰도가 높아진 상황이 의아하긴 하지만, 원가 상승으로 인한 소폭 가격 상승과 프리미엄 전략이 명분을 얻게 돼 다행이기도 하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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