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옷이 성장 기폭제로’ 유니클로, 지속가능성으로 풀어낸 성공 방정식은?

이유민 기자 (youmin@fashionbiz.co.kr)|25.07.11 ∙ 조회수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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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산업이 친환경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지금. 글로벌 패션 기업 ‘유니클로’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패션은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 가까이를 차지하는 고탄소 산업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패스트패션’은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소비하고 빠르게 버리는’ 구조로 대량 폐기물들을 양산하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항상 지목되고 있다.

 

주요 패스트패션 기업들은 환경규제와 소비자 의식 변화라는 이중 압력에 직면하면서 ‘탈(脫) 패스트패션’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글로벌 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옷'이라는 라이프웨어 철학을 핵심으로 ‘슬로패션’을 지향하며 지속가능성을 비즈니스 모델에 적극적으로 통합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발표한 '유니클로 선순환 사업 모델'이 그것이다. 이는 생산부터 판매, 회수 및 재활용에 이르는 옷의 전 생애 주기를 지속가능성에 맞춰 재편함으로써 환경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기업 성장을 이루려는 전략적 시도다.

 

‘아리아케 프로젝트’ 실행, 규모 ↑ 재고↓

 

선순환 사업 모델 출범 이후 유니클로는 고객 피드백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시스템 및 프로세스를 개발 및 강화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지속가능성을 비즈니스 핵심 경쟁력으로 내재화하며 글로벌 시장 내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강력한 모멘텀을 마련했다. 

 

이러한 모멘텀의 핵심 동력 중 하나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적용된 '아리아케 프로젝트'다. 이것은 2017년 2월 도쿄 물류 창고 6층에 ‘유니클로 시티 도쿄’를 오픈해 물류센터와 본사 기능을 집약한 것에서 시작됐다.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 상품기획, 제조, 판매까지 생산 프로세스 전반에 반영,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한 상품을 적절한 시점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필요한 만큼만 공급함으로써, 불필요한 재고와 폐기물 발생을 현저히 줄이고 있다.

 

실제로 아리아케 프로젝트를 통해 유니클로 비즈니스 규모는 70% 성장했지만 실 생산량은 20% 증가에 그쳤다. 즉 재고는 줄고, 물류도 최적화되면서 궁극적으로 지속가능성과 사업 성장이 공존하는 의류 산업 모델을 구현한 것이다.

 

글로벌 피드백 → 전세계 히트 상품으로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자 피드백 수집은 인하우스 고객 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고객의 컴플레인 대응 뿐만 아니라 피드백과 정보를 취합 및 분석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서비스 센터를 아웃 소싱이 아닌 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전사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빠르게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또 각 나라별 유니클로 고객 센터도 전부 인하우스로만 운영돼 일본 내 소비자 피드백뿐만 아니라 전세계 피드백까지 빠르게 수집하고 본사와 협력할 수 있다. 이 순기능은 폐기물 감축 뿐만 아니라 소재, 제품 R&D로 이어지면서 글로벌로 히트하는 제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일례로 과거 수플레얀 스웨터에 대해 ‘입었을 때 감촉이 간질거려 불편하다’는 고객 의견이 많아지자 아예 소재 개발을 착수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방풍 기능과 발수 기능이 탑재된 '블록 테크 파카'도 좋은 사례로 꼽힌다.

 

유럽 소비자들이 우천 시 우산 대신 후드나 방수 의류를 선호한다는 피드백을 반영해 제작된 아이템이다. 이 제품의 경우 유럽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제작했으나 현재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손꼽히는 상품으로 등극했다. 이처럼 글로벌 소비자 피드백을 기반으로 신제품 개발과 기존 제품 강화에 적극 활용하며 실질적인 성장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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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함 속 헌 옷 ‘리유니클로’로 생명 연장 

 

판매 이후에는 ‘리유니클로’를 통해 옷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리유니클로는 옷의 선순환을 추구하는 유니클로의 이니셔티브로, 주요 활동으로는 수선, 자수, 재사용, 재활용 등이 포함된다. 고객 차원에서 이걸 실현하는 공간은 '리유니클로 스튜디오'로 사람들이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수선 및 자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 8월 독일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시작돼 전세계 매장으로 확대됐고 현재 22개 국가 및 지역의 59개 매장에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은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과 대구 동성로점에서 전개 중이다.

 

“사람들이 왜 옷을 버리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리유니클로 스튜디오는 물리적 손상에 대한 보수 뿐 아니라 같은 옷을 반복해서 입는데서 오는 심리적 피로감도 해결한다. 특히 자수 서비스는 ‘커스텀’의 기능을 부각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시코'라는 일본 전통 수선 기법을 적용하거나 또는 특정 지역에서만 받을 수 있는 자수 디자인을 마련해 유니크한 경험을 제공한다.

 

유니클로 세타가야 치토세다이점에서는 이 사시코 기법을 적용한 맞춤형 자수를 받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한국 손님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장인의 수작업으로 이뤄져 여러 자수를 새기면 20만~30만원대 이상의 높은 금액이 책정됨에도 나만의 개성을 담은 작품을 소장하는 기분, 또 내게 의미있는 의류를 재탄생시킬 수 있다는 경험으로 기꺼이 투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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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수 없는 옷, 새로운 자원 ‘재탄생’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을 커스텀해 하나 뿐인 유니클로 옷을 가지게 됐다면, 이제는 시중에 없는 ‘올드 유니클로’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유니클로 일본 전역 매장에서 수거해 선별한 옷을 세탁 및 재염색 후 일부 매장에서 시범 판매하고 있다. 2023년 10월, 유니클로 하라주쿠 매장에서 임시 팝업 형태로 중고의류를 판매했는데 피드백이 좋아 세타가야 치토세다이점, 텐진점, 유니클로파크 요코하마 베이사이드점 등 판매 점포를 확대 운영 중이다.

 

오래된 태그, 빈티지 무드를 더해주는 재염색 그리고 새제품 대비 1/3 저렴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어필했고 실제로 일본 MZ세대 고객 사이에서 고무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옛날 옷을 리메이크하고, 중고 의류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면서 폐기물을 줄이고 재사용에 대한 인식변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리유니클로는 단순히 옷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의류를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순환의 마지막 단계도 수행하고 있다. 매장 내에 있는 리유니클로 수거함을 통해 수거된 의류들 중 일부는 난민 캠프 및 재해 지역에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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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X 도레이 ‘리사이클 재킷’ 상품화

 

이 안에서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옷은 새로운 옷의 소재나 원료로 쓰이는데 여기서 대표적으로 나온 제품이 ‘리사이클 다운 재킷’이다. 유니클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도레이가 함께 '울트라 라이트 다운' 전용 다운 분리 시스템을 개발, 100% 리사이클 솜털과 깃털을 사용한 다운 재킷을 상품화해 판매 중이다. 2025년 3월 기준 150만장 이상의 다운 재킷을 수거해 새로운 다운 제품으로 재탄생 시켰다.

 

유니클로는 다운 외에도 캐시미어, 울, 면, 폴리에스터 등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작업을 단행 중이다. 올 겨울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리사이클 코튼을 활용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향후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제품 생산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유니클로는 기업의 책임과 이윤 창출이 상충되지 않고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성공적으로 보여줬다. 지속가능성을 단순한 환경적 요구가 아닌 비즈니스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낸 것이다.

 

다만 선순환 사업 모델의 지속적인 성장과 유지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이는 리유니클로와 같이 판매 이후의 활동이 전적으로 사용자의 자발적 기부를 기반하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뿐만 아니라 향후 모든 기업은 소비자의 친환경 소비와 기부를 유도할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소비자도 지속가능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의식을 함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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