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스포츠 시장 지각변동 ’호카 · 온 · 아식스’ 대약진
러닝이 글로벌하게 핫한 운동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호카 · 온과 같은 인디 브랜드들이 무서운 속도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아식스는 퍼포먼스 러닝과 라이프스타일 두 분야에서 다시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미즈노 · 써코니 · 브룩스 등도 함께 인기몰이 중이다. 이들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두 거대 브랜드가 구축해 온 아성에 도전하며 스포츠 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러닝크루가 스포츠 마켓의 흐름을 바꿔놨다. ‘나이키 or 아디다스’ 명실공히 스포츠계 쌍두마차인 이들 브랜드를 제치고 ‘호카’와 ‘온’ 등이 단숨에 떠오르며 러닝화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했다. 호카와 온이 빠르게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나이키’와 ‘아디다스’라는 브랜드를 만든 이가 운동 선수 출신인 것처럼 ‘호카(Hoka)’와 ‘온(On)’도 각각 트레일러닝과 철인 3종 경기를 실제로 뛴 선수가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다. 호카와 온은 틈새 스포츠 시장에서 자신만의 기술력과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마니아층부터 서서히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기존 스포츠 브랜드들은 트레일러닝과 철인 3종이 주요한 운동이 아니라고 판단해 이 시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호카와 온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부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인 러닝, 트레일러닝, 철인 3종 등으로 많은 이들이 유입됐고 운동할 때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브랜드와 이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현재 가장 핫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호카를 국내에서 수입·유통하는 조이웍스(대표 장만식)의 2024년 매출은 820억원, 영업이익은 1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대비해 매출 89%, 영업이익 49%라는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며 호카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현재 호카는 국내에서 총 9개 단독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잠실점에서는 한 달에 약 8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높은 인기와 성장세에도 조이웍스와 글로벌 본사인 데커스아웃도어는 매장 확장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기 절정 ‘호카’ 백화점 매장 매출 월 8억
채널을 무한정 늘려서 비즈니스 확대를 꾀하기보다는 호카의 스포츠 정체성을 지키면서 탄탄하게 비즈니스를 전개하려고 한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러닝 & 아웃도어 편집숍 ‘아웃오브올’을 오픈해 자체 오프라인 채널도 확보했기 때문에 무리해서 매장을 늘리는 것을 지양한다는 입장이다.
최광훈 조이웍스 부사장은 “호카는 트렌드보다 유행이다. 트렌드는 시장을 리딩하는 거고 유행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의미한다. 호카 잠실 롯데월드몰점 방문자 중 흔히 트렌드세터라 불리는 2030세대가 메인이 아니다. 소비자 60%가 40~70대로 구매력을 갖춘 사람들이 호카를 구매하기 위해 지갑을 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부침이 없는 시장이다. 그렇기에 트렌드를 좇아가기보다 브랜드 근간을 이루는 스포츠 헤리티지를 지켜야 롱런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호카와 함께 스위스 프리미엄 스포츠웨어 브랜드 ‘온(On)’은 2023년 한국 법인 온코리아(대표 레베카 이치아 카이)를 설립하고 작년 11월에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편집숍 ‘튠’에서, 지난 5월에는 29CM와 함께 이구성수에서 ‘온 서울 팝업’을 개최하며 국내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B2B · DTC 병행’, 온(On) 국내 시장 안착 집중
온코리아의 국내 직진출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튠 팝업에서는 러닝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정체성과 DNA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으며, 이구성수와의 협업에서는 서울 성수동 패션 거리와 29CM 채널의 고객 특성을 반영해 여성 라이프스타일 소비자를 주요 타깃으로 구성해 브랜드의 다양한 면모를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온은 B2B 홀세일 채널과의 협업을 통한 건강한 세일즈를 펼치고, 프리미엄한 마케팅 활동과 더불어 DT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병행해 좀 더 효과적으로 브랜드를 시장에 알릴 계획이다. 또 러닝을 넘어 트레일, 라이프스타일, 테니스 등 다양한 분야의 커뮤니티와 협업 및 소통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과 직접적인 접점을 확대하며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팬층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국내 주요 러닝 특화 편집 매장에서도 호카와 온 러닝화의 인기는 남다르다. 호카의 경우 올해 초 출시된 ‘본디9’과 ‘클리프톤’ 시리즈가 뛰어난 쿠셔닝과 착용감으로 일상부터 러닝까지 다목적 활용이 가능해 일반 소비자부터 러너까지 골고루 인기를 얻고 있다.
부활 신호 쏘아 올린 ‘아식스’ 매출 전년比 31%↑
온의 경우 브랜드를 대표하는 러닝화인 ‘클라우드몬스터2’가 가장 사랑받고 있다. 클라우드텍(CloudTec®) 퍼포먼스 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 반발력과 쿠셔닝이 매력인 전천후 러닝화로 입소문이 나며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두 브랜드와 함께 다시금 시장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브랜드가 있다. 바로 아식스코리아(대표 김원무)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다. 아식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437억원으로 전년대비 31%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72% 증가한 235억원, 당기순이익은 55% 오른 195억원을 기록했다.
아식스가 폭풍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러닝이라는 본질적인 스포츠 퍼포먼스에서 강한 존재감을 갖는 동시에, 일상에서도 스타일리시하게 착용할 수 있는 ‘스포츠 스타일’ 카테고리에서의 성공적인 확장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며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러닝 퍼포먼스 · 라이프스타일’ 잡고 훨훨
과거 아식스에서 출시한 ‘타사재팬’ 제품은 마라토너들 사이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했지만 나이키의 카본플레이트 러닝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동안 러닝 시장에서 힘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이에 2019년부터 ‘C-프로젝트’를 통해 러닝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혁신 기술 개발에 집중투자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엘리트 선수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실제 경기력을 기반으로 제품 테스트와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제품을 출시했다. 이렇게 출시된 러닝화가 ‘메타스피드’다. 아식스의 메타스피드를 신고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선수들이 늘어나자 아식스 러닝화를 신고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2021년까지 아식스를 신고 뛰는 선수는 제로에 가까웠던 수치가 매년 늘어나며 작년 24.8%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처럼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제품 개발에 매진한 결과, 아식스는 ‘슈퍼 트레이너’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해 내면서 현재 러닝 신(Scene)에서 메인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슈퍼 트레이너는 말 그대로 트레이닝을 뛰어넘는 트레이닝화로 평소 훈련뿐만 아니라 대회에서도 신을 수 있는 만능 슈즈다.
일상 ~ 대회 전천후, ‘슈퍼 트레이너’ 대세로
러닝 특화 편집숍의 한 관계자는 “최근 트레이닝용과 레이싱용을 따로 구매하기보다는 슈퍼트레이너 하나로 일상 운동부터 마라톤 대회까지 모두 소화하려는 ‘원투 신발’ 개념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니즈를 딱 맞춘 것이 아식스 ‘슈퍼블라스트’다. 빠른 기록보다는 건강한 달리기, 복잡한 선택보다는 간편한 솔루션을 추구하는 러너들이 늘어나면서 슈퍼블라스트 제품은 매장에 입고되자마자 수 분 만에 빠르게 완판될 정도로 현재 높은 인기를 달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아식스는 러닝 제품은 물론 스포츠 스타일과 테니스 등 아식스의 모든 제품군을 경험할 수 있는 아식스 신규 매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이러한 행보의 일환으로 서울 마포구 홍대 상권에 브랜드 철학과 전 라인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직영 매장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마스터스 러너를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그룹인 ‘A-RACER’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러너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멤버들의 피드백을 제품 개발과 서비스 개선에 적극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광훈 부사장 “전문성 무기 신흥 브랜드 약진”
이 외에도 러닝화 기술력과 러닝 정체성을 보유하고 있는 ‘미즈노’ ‘써코니’ ‘뉴발란스’ ‘브룩스’ ‘푸마’ 등도 함께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러닝 제품 수요에 관해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질문하자 전영민 영산인터네셔널 부대표는 “신제품 판매가 캐리오버 상품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러닝 신은 기술력 업그레이드로 인해 신제품에 대한 소비욕구가 높아 제품의 판매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작년에는 레이싱화(카본화) 열풍이었으나, 올해는 쿠션화·안정화로 넘어가는 추세”라고 답했다.
아디다스에서 25년, 조이웍스에서 4년을 지낸 약 30년 경력의 스포츠 베테랑인 최광훈 조이웍스 부사장은 “결국 현재의 스포츠 브랜드 지각변동은 나이키 · 아디다스 등 기존 강자의 몰락이 아닌, 세분화된 시장에서 전문성을 무기로 한 신흥 및 헤리티지 브랜드들의 약진으로 봐야 한다”라며 현재 스포츠 신의 모습을 진단했다.
■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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