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Next 상권, 한국적 정취 ‘서촌 · 북촌’ 패션 힙플레이스로 부상
최근 리테일 트렌드가 각 상권 분위기에 따라 브랜드 색깔을 맞춰 전개하며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중 서촌 & 북촌 상권은 한국 고유 헤리티지와 예스러운 정취를 가진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 최근 ‘아디다스’ ‘더일마’ ‘와이레스’ ‘르라보’ 등 패션 & 뷰티 · 향수 브랜드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미 리테일에서는 서촌 & 북촌을 ‘넥스트 상권’으로 주목하고 있다. 서울 주요 상권에 출점을 마치고 신규 출점이 필요한 브랜드들이 서울권 메이저 상권 대비 저렴한 임차료와 MZ세대 및 글로벌 소비자와의 접점까지 한번에 만들 수 있는 팔방미인과 같은 이 상권의 진면목을 꿰뚫어 본 것이다.
서촌 인근 지역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서촌 지역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패션 & 향수 브랜드에서 문의가 지속적으로 오고 있다. 서촌 지역 특성상, 큰 브랜드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가진 건물 자체도 흔치 않을뿐더러 매물도 별로 없는 상황”이라며 “패션 브랜드들은 신식 건물보다는 서촌 지역의 고즈넉한 느낌이 잘 보존된 구식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현재 서촌에서 리테일 브랜드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곳은 ‘자하문로 10번길’ 라인이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역 주변 건물 매매의 경우 66~99㎡(약 20~30평) 규모는 평당 약 1억원이고 건물 임대의 경우 보증금은 1억 내외이며 월세는 400만~500만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 이 라인에 위치한 이솝 서촌점의 경우 작은 평수임에도 보증금 1억에 월세 1000만원이며, 그 옆에 위치한 ‘더일마’ 서촌 플래그십스토어의 경우도 월세 550만~10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자하문로 10번길’ 핫해! 이솝 · 더일마 속속
북촌의 경우 ‘논픽션~탬버린즈’, 아디다스 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인기가 높다. 아직 패션과 리테일이 많이 구성돼 있지 않은 상권이다 보니 네이버링(Neighboring: 비슷한 업종이나 보완적인 업종이 한곳에 모여 시너지 창출)이 잘 어울리는 곳으로 보고 있다. 북촌로5길-헌법재판소-안국역으로 이어지는 라인에도 법인 브랜드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최근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이 오프라인 플래그십스토어 계약을 마치기도 했다.
두 상권 모두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관계자는 “2025년 4월 기준 서촌 권역 외국인 매출 상위 국적이 중국-미국-싱가포르 순으로 나타났으며, 북촌은 미국-일본-중국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옥마을이 있는 북촌에 아시아권보다는 서양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공공데이터포털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일평균 승하차순위 통계에 따르면 지하철 3호선 안국역과 경복궁역 월평균 승하차 인원이 2019년 각각 5만1621명, 5만2608명에서 2020~2021년 3만명대로 급격히 감소하다가 2022년부터 반등해 2024년에는 각각 5만3449명, 5만519명을 기록했다. 약 280개 서울 지하철역 중 안국역은 같은 기간 49위에서 36위, 경복궁역은 46위에서 43위로 순위가 올라섰다.
안국 · 경복궁역 관광 루트, 외국인 모여들어
북촌 한옥마을 초입 대로변에 지난해 12월 코리아테크(대표 이동열)에서 전개하는 글로벌 K-뷰티 플랫폼 ‘와이레스(YLESS)’ 매장과 올해 1월 굿러너컴퍼니(대표 이윤주)의 러닝 편집숍 ‘굿러너 북촌점’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 이전부터 ‘설화수’ ‘오설록 티하우스’, 디자이너 브랜드 ‘민주킴’ 매장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한국 전통가옥인 한옥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와이레스는 한국의 전통적인 미감을 살린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K-뷰티를 경험할 수 있도록 1층은 한옥 갤러리형 카페로 꾸몄다. 지하 공간에는 퍼스널 컬러 진단, 듀프 제품존 등 약 2500개의 다양한 뷰티 브랜드의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을 마련했다. 북촌 매장에는 주중 평균 약 1200명, 주말 약 2000명이 방문하고 있으며 외국인 소비자의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매장 운영이 정상화된 2025년 3월부터는 매월 200%씩 매출이 성장했다.
와이레스 관계자는 “북촌은 오랜 시간 ‘한옥마을’이라는 문화재적 이미지로 알려져 있어 관광객들은 많았으나 그에 비해 소비력이 강한 지역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패션 · 뷰티 브랜드 매장이 북촌을 주요 쇼핑 코스로 언급하면서 브랜드 공간 자체가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북촌의 문화적 · 감성적 배경이 브랜드의 가치와 함께 간다면 성수를 잇는 새로운 체험형 공간 지역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와이레스 지하 1층 / 굿러너 북촌점 / 민주킴 플래그십스토어
와이레스 · 굿러너 등 ‘한옥 모티브’ 명소로
굿러너도 한국 전통 문화와 달리기를 접목한 매장 오픈을 목표로 5년 전부터 북촌 지역에 공을 들였다. 좋은 러너가 좋은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뜻을 가진 ‘선주선재(善走善齋)’ 철학을 바탕으로 한옥을 개조해 매장을 구성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매장은 한옥마을 관광의 시작점으로 해외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들이 정차해 승하차하는 곳 바로 뒤에 위치해 있어 외국인 소비자 비중이 35%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특히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에게 온러닝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자국에 자체 스토어와 멀티숍이 없어 한국 관광 겸 직접 제품을 착용해 보고 구매하기 때문이다.
와이레스와 굿러너 매장을 지나 아래로 내려오면 디자이너 브랜드 민주킴 플래그십스토어의 하얀색 한옥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북촌의 변하지 않는 문화와 건축양식이 브랜드 민주킴과 잘 어울리고 해외에서 이곳을 방문했을 때, 어디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전달하고 싶어 지난 2022년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게 됐다.
플리츠마마 이웃 삼청점 / 탬버린즈 삼청플래그래십스토어 / 뉴에라 북촌점
민주킴 “브랜드 철학 담은 공간 중요해져”
지상 2층은 주거공간, 지하 1층~지상 1층은 업무공간으로 구성했다. 매장 내외부를 하얗게 칠해 공간을 하나의 도화지처럼 완성했다. 특히 지상 1층은 쇼룸과 매장을 함께 구현했고 호텔 라운지처럼 꾸몄다. 이는 디자이너인 민주킴이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부티크처럼 고객의 치수를 직접 재고 재단하는 문화를 재현한 것이다.
현재 매장을 방문한 고객 중 외국인 소비자 비중이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며, 20~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주로 찾는다. 민주킴은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일부러 북촌 매장을 찾아주는 고객들이 많아졌고 브랜드의 스토리나 철학에 공감하며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에 맞춰 시즌마다 스토리텔링과 비주얼을 담은 공간 연출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브랜드보다는 경험과 감성,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북촌이라는 장소가 주는 고유한 정서와 민주킴이 추구하는 감성이 잘 어우러지면서 브랜드가 고객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북촌, 논픽션 ~ 아디다스 뷰티 · 패션 늘어나
서촌 & 북촌은 인기 있는 상권이지만 아직 타 메이저 상권에 비해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성숙한 상권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F&B → 법인 F&B → 패션 등 리테일 → 법인 브랜드 → 대기업 및 글로벌 브랜드’ 순으로 해당 상권을 구성하는 임차인들이 바뀌는 게 일반적이다.
서촌의 경우 해칭룸 · 더일마 · 모노하 등 패션 브랜드나 이솝 등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가 있지만 여전히 F&B 중심 상권이다. 북촌은 과거에는 삼청동 상권이 있었으나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길과 북촌 한옥마을을 잇는 ‘ㄴ’ 자를 중심으로 골목골목 다양한 임차인들로 구성돼 있다.
서촌보다는 북촌이 F&B 외에 논픽션 · 탬버린즈 · 르라보 · 희녹과 같은 뷰티 브랜드부터 아디다스 · 닥터마틴 · 슈퍼드라이 등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 · 마르헨제이 · 쿠에른 등 잡화 브랜드까지 다양한 리테일들로 구성돼 있고 법인 브랜드의 진입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저 상권과는 다른 아기자기한 매력
서촌과 북촌의 경우 유사하면서도 서로 다른 특징이 있다. 이들 상권은 갑작스럽게 뜨지 않고 천천히 오랜 기간 다지면서 뜨고 있다는 점이다. 상권을 지탱하는 각각의 앵커 F&B들인 ‘토속 삼계탕’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 ‘아티스트베이커리 안국’ ‘어니언 카페’ ‘황생가’ ‘오설록’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자리 잡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두 상권 모두 아기자기하고 예쁘며 한국적인 미를 잘 살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건물이 소형 사이즈로 대형 사이즈를 필요로 하는 법인이 입점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또 집회 등 여러 이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존재하는 상권이다.
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임차자문팀 이사는 “리테일 상권으로 진화 측면에서 특히 북촌은 주목할 만하다. 이미 아디다스, 뉴발란스, 탬버린즈, 논픽션 등의 브랜드가 잘 자리 잡고 있으며 최근 뜨고 있는 K-패션 역시 이 상권을 주목하고 있다. 면적이 작은 골목에 위치해 매장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에 어려울 수 있지만, 최근의 리테일 트렌드는 각 상권 분위기에 따라 브랜드 색깔을 맞춰 전개하며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전달하기에 이런 점 역시 긍정적으로 풀이되고 있다. 상권의 양극화, 성수 · 한남 · 도산 상권의 메이저화로 인해 북촌과 서촌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합니다.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