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룰루레몬·알로 등 수입 진격, 국내 애슬레저 시장 '지각변동'
운동하는 삶이 일상화되면서 애슬레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기준 전년대비 6% 성장한 1조570억원 규모로 커지면서 급박하게 마켓 판도가 변하는 중이다. K-애슬레저 3인방 중 ‘뮬라웨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안다르 VS 젝시믹스’ 2강 구도가 굳건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1500억 규모를 돌파한 ‘룰루레몬’을 필두로 ‘뷰오리’ ‘알로’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젝시믹스, 안다르, 룰루레몬, 뮬라까지 국내 애슬레저 시장을 이끈 리딩 브랜드 중심 시장 규모 등 현황 도표
국내 애슬레저 시장의 성장 기반에는 젝시믹스(대표 이수연)와 안다르(대표 김철웅 · 공성아) 같은 브랜드들이 만족시킨 국내 여성 소비자들의 니즈가 있다. 대중 운동 시설에서 몸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거나 부각되는 핏과 컬러, 소재 등의 부담을 없애준 것이다. 운동할 때 몸의 움직임을 편안하게 해주고 곧바로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한 기능과 운동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는 탄탄한 상품력이 원동력이었다.
소재와 패턴 개발에 공을 들인 것 대비 생산이 비교적 효율적인 분야라 가격으로 승부를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운동을 자주 하는 소비자들에게 1+1 전략으로 접근해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는 가성비 브랜드로 포지셔닝한 것. 2015년 젝시믹스와 안다르의 론칭 이후 10년간 국내 시장은 이 흐름 속에서 고공행진하며 성장했다.
변화가 생긴 것은 코로나19 직후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실내 스튜디오 운동을 하기 어려웠던 소비자들에게 룰루레몬이 2022년부터 온라인 스튜디오 강의를 제공하며, 오프라인 위주로 이어가던 룰루레몬 특유의 ‘커뮤니티 문화’를 전파하기 시작한 것. 상품 판매보다는 운동하는 삶, 웰니스에 집중한 브랜드 파워로 소비자를 설득하며 ‘뭔가 다른 것’을 찾던 소비자의 눈을 돌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애슬레저 ‘1+1’ 효과 끝물, 브랜딩 중요성 커져
더 큰 성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국내 브랜드는 해외 시장에서 가성비 장사를 하는 데 한계를 마주하고 상품력과 스토리 등 브랜딩의 필요성을 느꼈다. 소재 기능성을 살려 스윔웨어, 골프, 러닝, 비즈니스 캐주얼 등으로 카테고리를 다각화해 신규 유입을 늘리는 동시에 프리미엄 소재를 적용하고 마케팅은 국내외 시장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시작했다.
국내 애슬레저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젝시믹스는 작년 9월 이수연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존 비효율 사업을 접고 젝시믹스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주요 전략은 ’어나더레벨’ 등 프리미엄 포트폴리오 강화와 해외 시장 발굴이다.
어나더레벨은 지난 2년 동안 개발해 탄생한 하이엔드 상품군이다. 기존 상품과 차별화된 신축성과 착용감을 제공하는 라인으로 론칭했다. 젝시믹스 상품의 가장 큰 강점으로 알려진 ‘탄탄하게 몸을 잡아주는 착용감’ 대비 신축성이 빠르게 약해지는 단점을 보완하고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아이템이다.
젝시믹스, 하이엔드 상품 개발 및 해외 진출 집중
이와 함께 이너웨어 라인을 론칭해 신규 고객 유입 포인트를 늘렸다. 2021년 첫 언더웨어 출시 후 4년 만인 올 4월에 심리스 언더웨어 ‘멜로우데이’를 론칭했다. 스튜디오 운동에 적합한 레깅스에서 시작해 골프와 멘스 라인을 강화하고 비즈니스 캐주얼과 러닝 라인 ‘RX’를 론칭하며 소비자를 확장하던 전략의 일환이다. 단독 매출 254억원을 유지하는 골프처럼 단일 카테고리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중국과 일본에 13개 매장을 추가 오픈하며 전체 글로벌 매출 45% 성장을 이끈 해외 사업 분야에도 올해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다. 특히 중국 시장에는 올해 안에 신규 점포 50개를 오픈할 예정이고 일본과 대만에는 정규 매장만 각각 4개 이상 여는 등 출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동시에 대한요가회 공식 후원을 통해 국내외 대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젝시믹스를 입혀 글로벌 인지도와 경쟁력 상승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년 만에 매출 2배 이상 성장을 기록한 안다르는 올해를 글로벌 확장 원년으로 공식 선포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몰두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사업에 신중함을 유지하며 보수적으로 움직이던 것과 달리 올해부터 애슬레저 착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호주나 싱가포르 등 고소득 국가를 공략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미국에는 직접 현지 법인을 세워 공략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안다르, 마케팅 · 상품력 강화로 글로벌 이미지 제고
해외 사업은 공성아 공동대표가 직접 진두지휘한다. 브랜드 파워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작년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워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미지를 전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상품력 면에서는 글로벌 소재 전문 기업 라이크라와의 협업 관계를 더욱 두텁게 가져가면서 수입 브랜드들과도 경쟁할 수 있는 부드러운 착용감의 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마일드무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컬렉션을 내기도 했다.
최근 자사몰에서도 ‘1+1’ 문구를 줄이는 등 저가 · 가성비 표현을 자제하고 있다. 과거 상품 섬네일에 크게 1+1을 강조하던 것과 달리 상품명 내에 ‘1&1’으로 표기하고 있고, 소재 고급화에 따라 단품 가격도 조금씩 정상화하는 중이다. 2022년부터 상품력에 민감한 일본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팝업에서 유통하면서 상품력에 자신감을 얻은 것도 한몫했다.
올해는 국내에서 상품 가격 전략을 정상화하는 것과 동시에 글로벌 애슬레저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다. 성공적으로 전개 중인 남성용 비즈니스 애슬레저 웨어 확장과 함께 냉감 기능성 아이템, 러닝 라인 등 소재 강점을 살린 테크니컬 퍼포먼스 상품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물론 시장 주도권도 공고히 할 계획이다.
프론투라인 · 위뜨 등 후발주자 두각 드러내
최근 국내 애슬레저 에센셜(합리적인) 시장에서 눈에 띄는 브랜드로는 투스톤에프앤씨(대표 박미희)의 ‘프론투라인’을 들 수 있다. 감각적인 브이로그로 팬들과 소통 중인 배우 이청아와 함께 ‘웰니스 라이프’를 기반에 둔 데일리 상품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타 애슬레저 브랜드와 차별화된 디자인에 실용성과 일상의 편의성을 더해 3544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리티(대표 문영우)의 ‘위뜨’는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는 몇 안 되는 애슬레저 브랜드 중 하나다. 시장이 확장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목적이나 접근 가격대도 다양해져, 올해는 오프라인 매장을 총 35개 이상 확장해 직접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고퀄리티 상품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 대형 이벤트인 ‘위뜨 애슬라이프 페스티벌’ 등을 통해 고객 체험 기회를 확대하고 신규 고객을 유입시킬 예정이다.
“한 번 입으면 다른 운동복은 못 입는다”라는 착용 후기로 공고한 프리미엄 입지를 다지고 있는 룰루레몬애틀라티카코리아(대표 가레스다니엘제임스포프)는 2021년부터 국내 애슬레저 시장 3위를 유지하고 있다. 룰루레몬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상품력도 압도적이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공하는 친밀한 서비스와 커뮤니티 안내 등을 통해 추종자가 된다고 설명한다.
프론투라인
1500억 룰루레몬 주축, 수입 브랜드 활기
룰루레몬의 슬로건인 ‘스웻라이프(The Sweat Life)’는 운동을 하며 땀 흘리고(Move),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공유하고(Connect), 그 속에서 성장(Grow)하는 커뮤니티 문화를 제안한다. 브랜드들이 대규모 캠페인을 통해 일시적인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과 달리 지역마다 선정된 앰배서더(강사 및 트레이터)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 문화를 전달하고 자신들이 착용한 상품을 알리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팬덤은 10만원 이상의 룰루레몬 레깅스에 아낌없이 비용을 지불한다. 룰루레몬의 매출이 지난 4년간 연평균 50%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작년 매출은 1567억원, 전년대비 33.6% 성장했다. 성장 속도로만 보면 올해 2000억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자사몰 매출 비중이 40%에 달해 효율이 높은 편이고, 매장별 점평균 연매출도 30억원에 달한다.
룰루레몬은 요가, 트레이닝, 러닝을 중심 카테고리로 운영하면서 데일리웨어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골프, 하이킹, 테니스 카테고리를 전면에 배치한다. 올해는 출시 10주년을 맞이한 ‘얼라인’ 라인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기다리던 Y존 중앙 심라인 제거 상품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토종 VS 수입 경쟁 포인트, 가성비 or 커뮤니티
지난 6월 초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진행한 브랜드 행사에서 마들렌 윌리엄스(Madelaine Williams) 룰루레몬 아시아퍼시픽(APAC) 브랜드 & 커뮤니티 총괄 시니어 디렉터는 “앞으로도 고객들의 채워지지 않은 니즈에 귀 기울여 룰루레몬의 독자적인 소재와 기술적인 설계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룰루레몬을 필두로 그동안 조용하던 프리미엄 애슬레저 시장에도 오랜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핫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국내 영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윌리엄 김)의 뷰오리는 2023년 9월 국내에 론칭해 자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조용히 소비층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 매장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텀시티점, 두 군데에서 운영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뷰오리 담당자는 “커뮤니티 마케팅은 뷰오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커뮤니티 기반의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접점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로 구성한 ‘프로’ 커뮤니티는 지난 4월 앰배서더 발대식을 마쳤고, 지난 6월 말까지 일반인 대상의 ‘데일리’ 커뮤니티 참여자를 모집했다.
신세계Int’l ‘뷰오리’ 충성 고객 확보에 집중
국내외 많은 애슬레저 브랜드들이 여성 소비자의 라이프에서 시작한 것과 달리 뷰오리는 남성을 위한 쇼츠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초기부터 폭넓은 소비층을 공략한 것이 강점이다. 또 지속가능성을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 삼고 있는 만큼 재활용 소재를 89% 이상 사용한 ‘드림니트’라는 자체 소재를 써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특유의 부드러운 착용감과 탁월한 기능성을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삼아 인지도를 높이는 중이다.
이와 함께 국내 애슬레저 시장의 특징에 맞춰 다양한 카테고리 확장으로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뷰오리 측은 “론칭 이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운동복뿐 아니라 데일리웨어와 아웃도어까지 상품 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매장 오픈과 커뮤니티 기반 마케팅 활동을 통해 충성 고객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작년 7월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론칭 준비에 나섰던 알로는 7월 4일 아시아 최초 플래그십스토어인 '알로 도산'을 열고 글로벌 확장 전략에 속도를 더한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진정한 가치를 아시아 지역에 선보이는 상징적인 행보라는 것. 해당 플래그십스토어는 지상 3개 층의 리테일 공간에 1개 층의 오피스로 이뤄져 있으며 브랜드 철학을 건축적으로 구현한다.
알로, 7월 4일 도산공원 인근 동아시아 최초 플래그십 오픈
해당 매장은 브랜드 철학을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으로서 아시아 시장 내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BTS 진, 블랙핑크 지수가 브랜드 서포터로 활동 중이다. 이어 8월부터는 더현대서울과 롯데백화점 본점 등 주요 점포에 입점을 시작하고, 주요 상권인 용산구 한남동에도 플래그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에서도 켄달 제너 · 지지 하디드 · 테일러 스위프트 등 유명 스타들이 입어 빠르게 인지도를 높인 브랜드인데, 국내에서도 지수와 진을 필두로 윈터 · 미미 · 손나은 등 패셔너블한 여성 스타들이 입어 공식 론칭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기존에는 LF몰과 29CM 등 온라인 플랫폼의 MD들이 직접 바잉해 내놓는 족족 완판을 기록했는데, 공식 론칭 후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높다.
국내에서 애슬레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레깅스 착장’은 대중화되고 시장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시장 규모는 1조원대를 넘기면서 유입되는 소비자가 다양해지고 그에 맞춰 새로운 브랜드의 유입도 활발해졌다.
글로벌 브랜드는 동아시아의 관문으로 한국을, 한국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으로 발을 넓히는 상황이다. 큰 가격 차이와 보유한 소비자 규모 차이로 인해 곧바로 브랜드 간 경쟁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바이어 등 시장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가격 경쟁에만 치중해 넘어진 브랜드 사례가 벌써 나타났듯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생존을 위해 기존 애슬레저 시장의 판도와는 다른 흐름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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