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근재 l 바이스벌사 대표 ''AI 에이전트' 시대 일하는 방식은?'
‘AI 에이전트’란 단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넘어 특정 업무를 사람 대신 수행할 수 있는 지능형 주체를 말한다. 기존의 AI가 특정 기능을 중심으로 사용자의 업무를 보조했다면, AI 에이전트는 정해진 목표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도출한다. 마치 인간의 비서처럼, 아니 때로는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해내는 디지털 파트너인 셈이다.
과거의 우리는 도구를 활용해 업무의 효율을 높였다. 손으로 하던 작업을 컴퓨터로 옮기고, 종이 위에 그리던 그림을 아이패드로 옮기며, 점차 더 나은 환경과 도구를 갖춰 나갔다. 그러나 지금의 변화는 단순한 도구의 진화를 넘어선다. AI 에이전트는 ‘도움’을 넘어 ‘대행’의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모든 일을 스스로 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시킬 것인가다. 바로 이것이 AI 에이전트 시대의 본질이다. 과거에는 인간이 디자인하고,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하고, 계획을 짜고 실행까지 했으나 이 모든 과정을 AI가 직접 실행한다.
인간은 방향을 제시하고, 판단하며, 조율할 뿐이다. 패션산업을 예로 들어보겠다. 디자인의 과정은 오랫동안 디자이너의 직관과 감각, 손끝의 섬세함에 의존해 왔다. 종이에서 아이패드로의 전환은 분명 큰 변화였지만, 어디까지나 디자이너의 능력을 보완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다르다. 디자이너는 수많은 디자인 레퍼런스를 AI가 수집하게 하고, 원하는 스타일이나 콘셉트를 제시하며 지시를 내린다. AI는 이를 바탕으로 수십, 수백 개의 시안을 제작하고, 디자이너는 그 결과물을 검토하며 방향을 수정한다. 디자인은 더 이상 ‘창작의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 아니라, 지시와 리뷰를 반복하는 ‘디렉팅 예술’로 변화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매일 SNS 콘텐츠를 기획하고, 이미지를 만들고, 해시태그를 고민하며 시간을 쏟던 마케터의 일상이 바뀌었다. AI 에이전트는 마케터 대신 콘텐츠를 제작하고, 업로드 일정을 짜며, 댓글에 반응하고, 성과를 분석한다. 마케터는 더 이상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고, 콘텐츠 제작을 ‘지휘’한다. 이 변화는 단순히 자동화나 효율화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일하는 방식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인간은 일의 수행자에서 일의 감독자로, 창작의 노동자에서 창작의 연출자로 바뀌고 있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게 할 것인가’다. 인간은 AI에게 무엇을 지시할지, 어떻게 수정할지, 어떤 결과를 선택할지를 고민하는 존재로 재정의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이것은 새로운 협업자이며, 새로운 업무 모델이다. 앞으로 인간은 이들과 함께 더 넓은 상상력, 더 깊은 통찰, 더 창의적인 조율 능력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한다고 해서 인간이 필요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더 정교해지고, 더 본질적인 것이 된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AI 에이전트에 무엇을 시킬 준비가 돼 있는가?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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