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남들처럼 사는 게 최고난도의 삶이다'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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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남들처럼 사는 게 최고난도의 삶이다' 27-Image


영화 <기생충(2019)>에 대해 ‘경제적 빈곤’은 잘 표현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의 빈곤’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한 어느 트위터리안의 글을 읽었다. 그는 ‘가난한 집안이 영화에서처럼 서로 없이 살아도 연대하고, 아무런 갈등 없이 화목하게 산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도 직접 겪지 못해 잘 표현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이 듦. 매일같이 새벽 3시에 집에 들어온 아버지가 물건을 부수는 소리와 굉음에 가까운 고함 소리, 엄마가 흐느끼는 소리는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못 느끼거든.”


‘다정은 체력에서 나오고, 여유는 지갑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 트위터리안의 글에 반드시 동의하진 않지만, 트윗 글에 일부 공감이 가는 이유가 있었다. 회사 일로 지칠 땐 정말 다정은 고사하고 짜증 내지 않는 것도 힘들 때가 있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 우선의 돈에 관한 비난과 폄하가 있을지라도 최소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경제력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정 기간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냥 남들처럼 사는 것이 최고라고 쉽게 말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남들처럼 사는 거다. 남들 연애할 때 연애하고, 결혼할 때 결혼하고, 애 낳을 때 애 낳고, 집 살 때 집 사는 것처럼,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게 최고난도의 삶이다.


돌이켜보면 연애할 때와 회사에서 일할 때가 가장 열정적이었다. 어느 동물이나 짝짓기할 때는 모두 그러하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삶은 과정이 중요하지만 회사 일은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돈이 우리를 구원하는 게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해도, 그 전제는 최소한 경제적으로 자신은 구원할 수 있어야 하니까. 돈을 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출근하는 것이다.


어느 은퇴 생활 전문가는 “노후에는 건강, 돈, 외로움이라는 3가지 문제에 잘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평생 현역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면서 “생활비가 충분하더라도 일거리가 없으면 힘든 삶을 산다”라고 말했다. 일밖에 몰랐던 지금의 60, 70, 80대에겐 틀린 얘기도 아니지만 지금의 청년세대에겐 맞는 얘기도 아니다. 세상은 이미 많이 변했으니까.


그의 말처럼 평생 현역으로 살 수도 없겠지만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이 아닌, 충분히 가질 만큼 가졌고 누릴 만큼 누린 사람들이 중장년세대의 그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에너지 소모가 지나치게 크다. 은퇴 후에도 그들은 잘 쉬질 못하고 여기저기 다시 등장해 과거 경험만 믿고, 시대착오적이며 과거로 퇴행하는 일을 너무 많이 저질러 사회적 비용을 과다하게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에서 잘나가면 내 인생이 잘나간다고 생각하고, 돈을 많이 못 벌면 내 인생이 잘못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단한 착각이고, 그런 사람들일수록 은퇴가 인생의 봄날이 아닌 내리막길일 수밖에 없다. 회사 생활에 미련이 남았다는 것은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니까.


편의점에서 우연히 2+1 행사를 만나는 사소한 일에도 행복을 느끼고, 겸손한 마음으로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에 기쁨을 느낄 수 없다면 아무도 그를 구원할 수 없다. 중국 속담에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매일매일 별일 없이 사는 게 기적이라는 뜻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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