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원규 l 썬더그린 대표 '패션기업들 코리아 디스카운트'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연일 주식 시장이 뜨겁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 이유인 듯하다. 자본시장에서 그동안 한국 기업의 가치 평가는 지나치게 인색했다. 그중에서도 패션 기업에 대한 저평가는 심각하다.
패션산업에서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기업가치 평가의 기준이 되는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비교해 보면 한국의 대표 패션기업인 F&F가 PER은 8배 내외이고 PBR은 1.8배 내외다. 영원무역, 한섬, LF, 미스토홀딩스 등 다른 기업들의 PER은 6~7배 내외이고 PBR은 0.3~1배 내외다. 장부상 순자산가치의 절반 정도만 자본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LVMH, 나이키, 인디텍스 등 글로벌 기업은 PER이 20~30배, PBR은 5~10배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기업 대비 5~10배 정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한국 패션기업의 저평가 원인은 투자자들에게 투자 대상으로서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투자시장에서 한국 패션기업의 경쟁 상대는 한국 내 부동산 투자나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기보다는 부동산을 선호해 왔다. 2022년 기준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한국이 64%(2024년 75%), 일본은 27%, 미국은 28.5%였다. 투자자는 한국 기업의 미래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보는 부동산과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기업가치 평가 기준은 크게 ①수익성 ②지속 성장 가능성 ③건강한 지배구조(ESG 경영)다.
①수익성 측면은 ‘얼마나 고부가가치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가’인데, 이 점은 개별기업마다 다르고 글로벌 기업들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미래 기술과 디자인, R&D, 브랜딩에 대한 투자는 한국 기업들도 많이 노력하는 분야다.
②지속 성장 가능성은 한국 패션 기업들의 가장 큰 약점이다. 한 기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오랫동안 글로벌 고객에게 인정받는 브랜드 자산 구축이 필요한데, 한국 패션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만 머물러 있어서 라이프 사이클이 매우 짧다. 기업들 입장에서 전문화된 한 브랜드에 집중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것인가? 아니면 국내 시장에서 다(多) 브랜드로 매출을 유지할 것인가?의 선택지에서 과거 대부분 쉬운 후자를 선택했다. 그러나 글로벌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지 않으면 지속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국내 시장에서도 결국 글로벌 브랜드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③건강한 지배구조 문제는 패션 기업에서 심각하다. 대주주가 다수의 소액주주들의 대리인으로서 투명하고 정직하게 주주가치를 해치지 않으면서 경영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패션 기업은 이런 면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 측면이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 여러 이해 관계자가 있는 공기(Public Vehicle)다. 대주주이든 아니든 경영자는 대리인(Agent)에 불과하다. 대리인은 주인(Principal)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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