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NFT 패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코로나19 초기 2020년대 NFT 광풍은 그야말로 17세기 튤립 투기만큼 뜨거웠다. 하지만 가상화폐의 불안정성과 함께 성장세가 꺾이더니 지금은 거래량 급감과 NFT 플랫폼 폐쇄로 이어지고 있다.
NFT는 위 · 변조할 수 없는 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디지털 인증서’를 의미한다. 그림 · 영상 등 각종 콘텐츠의 디지털 자산에 붙여 진품임을 증명한다.
미술계의 주도로 불붙었던 NFT 시장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인들도 금새 주목했고, 명품 브랜드들이 NFT를 발행하면서 열풍을 이어갔다. 특히 가상세계에서 소비자들이 명품 패션을 NFT 형태로 거래하는 현상은 NFT 패션의 밝은 미래를 약속했다.
세계 스포츠 패션을 주도하는 나이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나이키는 2021년 NFT를 기반으로 가상 운동화 제품을 제조하는 ‘RTFKT’ 기업을 인수했다. 소비자들이 ‘운동화 NFT’를 구매하면 유사한 실물 운동화를 마치 한정판처럼 제공하면서 NFT 인기를 끌어올렸다. 나이키 NFT 보유자들은 토큰이 2차 시장에서 P2P로 거래될 수 있으며 금전적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과 공격적 마케팅 덕분에 한때 가격이 9000달러(약 1300만원)를 상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인기는 잠깐 반짝였을 뿐이다.
NFT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되면서 NFT 패션도 덩달아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최근 2년간 나이키 운동화 NFT 구매자는 급격하게 감소해 전성기 시절의 10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4.4달러에 겨우 거래되고 있을 뿐이다. 결국 나이키는 2025년 1월 NFT 사업을 접었다.
이제는 소비자의 시간이 시작됐다. 잔뜩 뿔난 나이키 NFT 구매자들은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오히려 뭉쳤다. RTFKT 소비자 그룹은 지난 4월 말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의하면, 나이키가 회사의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스니커즈 테마 NFT를 허위 과장으로 선전한 후 플랫폼을 폐쇄해 ‘상당한 손해’를 입었으므로 그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나이키가 증권의 형태로 볼 수 있는 NFT를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등록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판매했기 때문에 위법한 거래를 자행함으로써 수많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것이다. 이어 나이키가 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하고, 불공정거래까지 감행했으므로 소비자들에게 500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NFT의 최대 거래소 오픈시(OpenSea)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NFT가 법률상 ‘증권’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NFT를 연방증권법의 규제 범위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NFT가 증권법상 각종 요건을 맞춰야 하고, 당국의 감독 및 제재를 받아야 한다면, 전년대비 60% 이상 급감한 NFT 시장의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사정도 녹록하지 않다. 초창기 고가 매수 행진을 자랑하던 많은 NFT 콘텐츠들이 지금은 100분의 1이 안되는 가격에도 거래되지 않고 있다. 가상세계의 명품 NFT 거래도 일장춘몽이었을 뿐이다. LG 등의 NFT 플랫폼과 바이비트와 크라켄의 거래소도 사업을 거의 접었다.
NFT,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아니다! NFT 패션의 씁쓸한 최후는 무모한 투기 심리의 후폭풍일 뿐이다. 가치평가도 안 했던 ‘묻지 마 투자자’에게는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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