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이랜드 출신 브랜딩 전략가 조성원 대표, 엘칸토 14년지기서 CEO로
1957년 론칭해 올해로 69주년이 된 엘칸토. 비록 오랜 세월만큼 중간중간 위기는 있었지만, 현존하는 최장수 롱런 브랜드로서 전통성과 노하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경영 안정화에 나선 이 회사는 지난 4월 조성원 본부장을 새로운 CEO로 선임하고,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를 위한 넥스트 스텝을 밟고 있다.
“시장 상황에 맞게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새로운 돌파구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고, 대체 신발이 많아지면서 전통 제화 브랜드 자체가 소멸될 수도 있잖아요. 우리가 바뀌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타이밍입니다. 신규 사업도 준비하고 있고요. 올해는 기초 체력을 다지고, 내년에는 정상화, 후년에는 밸류를 높이는 3개년 전략을 가동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준비된 CEO’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조성원 대표다. 조 대표는 엘칸토 입사 14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회사 내부에서 성장해 온 인재에게 경영을 맡긴 첫 케이스라고 한다. 조 대표를 통해 안정적이고 선진적인 경영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뜻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CEO에 선임되자마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세 차례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브랜드 엘칸토와 주식회사 엘칸토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전 직원이 원팀으로 움직일 때라고 강조한다. “브랜드 엘칸토는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헤리티지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그는 “주식회사 엘칸토는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정립해 신뢰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3개 브랜드 연 800억 · 영업이익률 10% 도전
지난해 700억의 연매출을 기록한 엘칸토는 800억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3%로 낮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10%까지 키워 볼 생각이다. 2011년 이랜드가 엘칸토를 인수해서 효율경영에 힘을 실을 때는 11%의 영업이익률이 나왔었다. 엘칸토는 현재 대표 브랜드 ‘엘칸토’를 비롯해 세련된 스타일의 데일리 슈즈 ‘인텐스’, 스타일리시한 감성의 ‘마쯔’ 등 3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엘칸토는 전 국민이 알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반면 인텐스와 마쯔는 아직 브랜딩이 미약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도 시동을 건다. 그는 직원들 교육 방식에 이랜드 문화를 약간 가미했다. 이랜드 공채 출신인 조 대표는 이랜드월드에서 이랜드리테일까지 15년간 이랜드에서 근무했다.
그는 “직책자만 방향을 생각하고, 직원들은 뭔지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잘못된 기업문화라고 생각한다”라며 “신입사원의 아이디어라도 경청하고, 중간계층에서 사업부를 이끄는 등 이랜드의 조직 운영 방식 중 엘칸토에 적용할 만한 것들은 차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랜드 15년 근무, 이랜드式 기업문화 가미
이랜드 근무 당시 ‘더팬’ ‘프롬데코옴므’ ‘비욘드’ ‘애니바디’ ‘와플’ ‘챠오’ ‘티핑스’ ‘아우프’ ‘제롤라모’ ‘비올’ ‘레그리그’ 등을 거쳤다는 조 대표는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브랜드로 ‘데얼스’를 꼽았다. 이랜드에서 데코를 인수한 후 기존 데코에서 운영하던 ‘데얼스’를 맡게 됐는데, 고감도 스트리트 캐주얼 편집숍을 재설계한 후 리론칭하는 프로젝트였다.
리론칭 첫해 목표가 흑자 구조 완성이었기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깨고 목표를 달성했다. 전 직원이 스스로 신이 나서 같이 밤새우며, 즐겁게 고생했던 시기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런 경험이 패션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재미라고 생각해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경험을 안겨주고 싶은 것이다.
조 대표는 어떻게 이랜드에서 엘칸토로 옮겨오게 됐을까. 엘칸토는 1997년 IMF를 겪으며 자금난에 시달리다 2004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듬해 모나리자컨소시엄이 인수해 이어가다 2011년 이랜드가 이랜드리테일을 통해 엘칸토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때 이랜드 M&A팀 기획실장을 맡았던 그는 자연스럽게 엘칸토 실사팀에 배정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엘칸토 상품본부장 · 전략기획실장으로 합류하게 됐다.
엘칸토 실사팀 인연, 이후 성장 이끈 주역으로
이어서 2022년 기획조정본부장을 거쳐 올해 대표이사까지 맡으며 엘칸토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엘칸토는 2017년 SK증권-케이프투자증권 PE 컨소시엄이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엘칸토, 에스콰이어 등 총 6개 기업의 M&A과정을 직접 주도한 조 대표는 과거보다 M&A가 활발해진 패션 기업들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M&A의 기본은 투자한 돈을 얼마의 기간 안에 회수 가능한지의 함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미지수를 맞추는 역량을 갖는 것이 필수조건이겠죠. 구체적으로 인수 리스크와 인수 후 성장 가능성을 저울에 놓고 비교해 결정하는 겁니다. 인수 리스크는 ‘인수자산이 투자비를 초과하는가?’ ‘재매각이 가능한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절대적으로 납득할 만한 인수 가격인지, 상대적으로는 어떤지를 비교해 진행하게 되죠.”
그는 6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한다고 한다. 첫째, 할 만한 사업인가? 둘째, 사람은 준비됐는가? 셋째, 자금은 준비됐는가? 넷째, 이자는 감당할 수준인가? 다섯째, 최대 현금 부담금은 얼마인가? 여섯째, 최대 손실액은 얼마인가? 등이다.
사모펀드와 M&A 진행, 6가지 질문 스스로에게
그다음 성장성 · 수익성 · 안정성 · 활동성 등 4가지를 재무관점 기준으로 자사의 핵심 역량 범위인지, 범위 밖인지, 자사와 포트폴리오가 가능한지 비교한다. 이 단계까지 확신이 섰다면 해당 매물을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하고, 실사와 동시에 PMI(Purchasing Manager Index) 전략안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단계마다 변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므로 계획을 업데이트해서 수정 보완해 나간다. 조 대표는 “주의해야 할 것은 6가지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으면 M&A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조 대표는 엘칸토가 미래 성장을 위한 넥스트 스텝을 밟으려면 시장에서 가치가 높은 브랜드를 라이선스하든지, 스몰 브랜드를 인수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3개년 경영 전략에는 구체적인 계획들이 이미 세워졌다.
올해는 기본기를 다지는 해로 삼았기 때문에 엘칸토가 갖고 있는 상품력과 소싱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매주, 매월, 매 시즌 고객의 변화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잘게 쪼개 니즈에 맞도록 5R(Right Product, Right Quantity, Right Price, Right Time, Right Place) 관점으로 설계하도록 했다. 이 원칙은 상품 설계의 핵심 역량이어서 더욱 탄탄하게 하고 있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쪼개 '5R' 관점 기획
엘칸토는 소싱의 강점이 확실한데 지난 15년간 국내를 비롯해 중국, 인도, 미얀마, 베트남, 파키스탄,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업체를 직접 방문해 최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신발의 모든 영역을 생산할 수 있는 밑거름을 완성했다. 조 대표는 “한국 고객은 발 사이즈는 물론 취향도 한국만의 독특한 니즈로 인해 단순히 공장을 발굴하는 데 그치면 안된다”라며 “우리 고객에 맞는 신발 개발과 기술 이전을 필수적으로 따져 타사에서 따라올 수 없는 글로벌 생산 노하우를 쌓았다고 자부한다”라고 설명했다.
엘칸토는 온 · 오프라인의 적절한 유통 밸런스를 갖고 있다. 백화점 · 아울렛 · 할인점 등 다양한 오프라인 유통망과 자사몰 · 쿠팡 · 롯데온 · 퀸잇 등 주요 플랫폼과 연동된 온라인 채널도 운영하며 영업력을 키우고 있다. 이제부터는 슈즈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브랜드의 혁신을 진행해야 할 단계에 직면했다.
"'CEO' 넘어 최고의 '스페셜리스트' 되겠다"
“하이엔드와 가성비의 양극화는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시장 내 카테고리가 무너지면서 제화, 운동화, 기능성화가 보더리스 되고 있죠.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 점차 제화 브랜드 간 싸움이 아니라 ‘나이키’ ‘아디다스’, 더 나아가 ‘온러닝’과 맞서는 구조가 될 겁니다. 우리는 구두로 승부를 내야 하기 때문에 그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구매욕을 높여야 하겠죠.”
엘칸토는 69년 헤리티지 마케팅으로 명성을 높일 브랜드부터 리빌딩에 들어갔으며, 2021년 시작한 플랫폼 ‘딥’은 원래 사업 방향대로 슈즈 편집몰로 리뉴얼할 계획이다. 딥은 레고형 비즈니스 모델로서 계속 진화하도록 설계 중이다. 따라서 엘칸토 운영 브랜드뿐 아니라 편집숍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브랜드를 아우르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성장’과 ‘밸류’ 두 가지를 잡아야 하는 현 상황에서 기본에 충실하고 조직원들이 힘을 발휘할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 역시 ‘CEO’라는 타이틀에 연연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슈즈 분야 최고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열정 가득한 조 대표로 인해 엘칸토가 슈즈 마켓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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