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설계자로 진화' 한세·영원·세아 OEM 3사, 트럼프 관세 정면돌파

백의재 기자 (qordmlwo@fashionbiz.co.kr)|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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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판이 다시 짜이고 있다. 유연한 생산 전략, 수직계열화, 자동화 설비, ESG 실천까지 – 글로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사는 복합적 리스크에 정면 대응하며, 제조업을 넘어 ‘공급망 설계자’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대표 OEM 3사인 영원무역, 세아상역, 한세실업의 대응 전략을 통해 그 해법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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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무역 방글라데시 KEPZ(Korean Export Processing Zone: 한국수출가공공단)


미국 정부가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국내 의류 OEM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정책은 90일 유예 기간을 거쳐 7월 9일부터 발효될 예정으로,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OEM 기업들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의류의 경우, 베트남산 최대 46%, 방글라데시산 37%, 인도네시아산 32%의 고율 관세가 예고됐다. 각각 한세실업, 영원무역, 세아상역의 주요 생산기지가 있는 곳이다. 이들 3사의 미국 수출 비중은 35~85%에 달하는 만큼 관세 충격은 단순한 무역 이슈를 넘어 수익성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브랜드사와 OEM 간 납품 단가 조율도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관세 부담이 전적으로 브랜드사에 귀속되지 않고 OEM에도 일정 부분 전가될 수 있어, 양측 간의 협상과 조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무역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OEM 업계는 생산 구조의 유연성과 회복 탄력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남미 · 남아시아 · 아프리카 등으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한편 수직계열화와 자동화 설비 확대, 고부가가치 수주 확대, ESG 실천 등을 병행하며 복합적인 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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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실업 로고


한세실업, 과테말라 중심 수직계열화 확대


한세실업(대표 김익환 · 김경)은 10개국 29개 생산 법인과 7개 오피스를 운영하며, ‘갭(Gap)’ ‘H&M’ ‘타겟(Target)’ ‘월마트(Walmart)’ 등 글로벌 브랜드의 의류를 생산하는 국내 패션 OEM 기업이다. 북미향(向) 수출 비중이 약 85%에 달하며, 주요 생산 거점으로는 베트남(39%), 인도네시아(18%) 등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니카라과(30%) 등 중남미 국가들이 있다.


특히 2022년부터는 미국향 오더 대응을 위한 니어쇼어링 전략의 일환으로 중남미 지역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니카라과 · 과테말라 · 아이티 · 엘살바도르 등 4개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했으며, 이 중 과테말라에는 방적부터 봉제까지 전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 설비를 구축 중이다. ‘미차토야 프로젝트’로 명명된 해당 생산기지는 2026년 상반기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한다.

 

한세실업은 글로벌 생산 거점 분산 전략의 핵심 가치를 ‘지속가능 공급망 확보’ ‘리스크 분산’ ‘고객 대응 민첩성’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진출 후보 지역에 대해 정치·사회 리스크, 물류 효율성, 원부자재 조달 가능성, 인건비 수준 등 다각적인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봉제 산업 특성상 노동 인프라와 숙련도 확보 여부, 국가·지역의 산업 육성 의지도 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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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리스크 대응, 중미 거점 및 美 생산 강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부상하면서, 미국향 수출 비중이 높은 한세실업은 중남미 생산 거점 확대를 통해 대응 전략을 정교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엘살바도르 등 중미 지역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생산 라인을 순차적으로 증설해 왔으며, 관세율이 10%로 비교적 낮은 과테말라를 중심으로 생산 물량을 조정하고 있다.


특히 과테말라 미차토야 지역에는 하루 약 2만5000㎏의 원사 생산이 가능한 ‘에코스핀 1공장’을 기반으로 원사부터 원단, 봉제까지 전 공정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생산기지를 구축 중이다. 또한 지난해 인수한 미국 텍솔리니 섬유공장을 적극 활용해 ‘메이드 인 USA’ 생산 물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텍솔리니의 합성섬유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액티브웨어 등 고단가 제품군의 생산 역량도 함께 키워 갈 방침이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다양한 국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어 관세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바이어가 부담할 한세실업 제품의 미국 내 평균 관세율은 현재 시점에서 다른 경쟁사들 대비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 주요 바이어국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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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실업 '바이어 손해 줄이는' 실전 전략 가동


최근 고단가 브랜드 바이어와의 거래가 늘어나면서 한세실업의 평균 단가는 상승세이지만, 동시에 제조 원가와 고정비 부담도 함께 커졌다. 이에 따라 한세실업은 생산 효율화와 원가 절감을 위한 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 ‘햄스(HAMS)’를 도입하고 자동화 설비를 확대하는 한편 수익성이 높은 우븐 · 액티브웨어 · 고단가 제품 수주도 확장할 계획이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실제 햄스 도입 이후 공장 생산성은 약 15% 향상됐으며, 베트남 TG공장의 불량률은 0.0125%로, 연간 640만장 생산 규모 대비 불량률이 800장 수준에 그칠 정도로 품질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세실업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글로벌 환경 컨설팅사와 함께 감축 전략을 수립 중이다. 베트남 C&T 법인에는 태양광, 고효율 염색기, 바이오매스 보일러 등 친환경 설비를 도입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내고 있으며, 2027년까지 탄소 60%, 용수 50%, 전기 15% 감축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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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무역 로고


영원, 관세 리스크 '중립지대' 방글라데시의 힘


영원무역(회장 성기학)은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파타고니아(Patagonia)’ ‘룰루레몬(Lululemon)’ ‘아크테릭스(Arc’teryx)’ 등 글로벌 아웃도어 및 스포츠 브랜드를 주요 고객사로 둔 의류 · 신발 OEM 기업이다. 전체 물량의 약 70%를 방글라데시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베트남과 엘살바도르 등 다수의 글로벌에서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영원무역은 인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신흥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했다. 특히 인도 정부의 요청에 따라 텔랑가나주 와랑갈시에서 ‘섬유산업 육성을 위한 공단 조성 사업’에 핵심 기업으로 참여해 현지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일부 생산 라인은 작년부터 소규모 가동을 시작했다. 케냐에서는 양산 체제 구축을 위한 투자가 진행 중이며, 우즈베키스탄에도 원단부터 최종 제품까지 일관 공정이 가능한 인프라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외부 리스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고객사의 니즈에 맞춰 적시에 납품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왔다”라며 “신규 지역 진출 시에는 노동력과 물류 인프라, 원가 경쟁력, 시장 접근성뿐 아니라 정치적 안정성, 제도적 예측 가능성, 정부의 산업 육성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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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거점, 신흥시장서 새 활로 모색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영원무역의 대응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는 OEM 3사 중에서 영원무역이 관세 리스크 측면에서 가장 중립적인 자리에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 수출 비중이 약 35%로 비교적 낮은 데다 주요 거점인 방글라데시의 경우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예외 조항 적용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영원무역과 방글라데시 정부의 협력 관계는 향후 조율될 가능성 도 있어 긍정적으로 보인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상호관세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법원의 판단에 따라 향후 대응 방향을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생산 거점의 다변화를 통해 관세 부담을 분산하고, 글로벌 공급망이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수직계열화 구조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영원무역은 지속가능한 생산 체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폐의류와 자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을 재활용하는 ‘Textile-to-Textile’ 리사이클 시스템을 도입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스크랩 발생량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이를 재사용하거나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순환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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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세아 로고


세아, 수직계열화 강점 앞세워 '우상향'


글로벌세아(대표 김웅기)의 자회사 세아상역(대표 문성미)은 인도네시아 · 베트남 등 동남아와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에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자라’ ‘망고’ 등 글로벌 SPA 브랜드의 OEM을 담당한다. 이와 함께 ‘언더아머’ ‘DKNY’ ‘아베크롬비’ 등 스포츠 · 캐주얼 브랜드는 물론, 미국 대형 유통업체 콜스와 테스코 등 폭넓은 고객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OEM 3사 가운데 비교적 후발주자인 세아상역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해 왔다. 구조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9583억원, 영업이익 831억원, 당기순이익 859억원을 기록하며 견고한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년대비 매출은 7.5%, 영업이익은 33.6%, 순이익은 7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부터는 북중미 공급망 강화와 수직계열화 고도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왔다. 미국 스포츠 의류 제조기업 테그라(Tegra)를 인수해 북중미 생산 역량을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테그라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미국 · 온두라스 · 엘살바도르 등 5개국에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5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아상역은 미국 내 공급 기반을 확대하고, 관세 리스크 분산 측면에서도 대응력을 높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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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그라 인수 · 코스타리카 증설… 공급망 입체화


같은 해에는 코스타리카에 세아스피닝(글로벌세아 원사 생산 계열사)의 제3방적공장을 준공해 원사 생산 능력도 확충했다. 수도 산호세에서 동남쪽으로 약 20㎞ 떨어진 카르타고 지역에 위치한 해당 공장은 3만6000추 규모로, 연간 800만㎏의 원사 생산이 가능하다. 세아스피닝은 이로써 코스타리카 내 총 10만6000추 규모의 설비를 통해 연 2400만㎏에 달하는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세아상역은 지난해 글로벌 이니셔티브 ‘SBTi(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로부터 2030 온실가스 감축 및 2050 넷제로(Net-Zero) 달성 목표에 대한 승인을 받았고, 자사 사업장의 온실가스를 42%, 밸류체인 전반의 탄소 배출량을 25% 감축할 계획이다. 같은 해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가 주도하는 ‘패션 포에버 그린’ 협약에도 가입해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인증 체계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 생산 전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한편 세아상역은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대응해 생산기지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국가별 생산시설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중남미 등지로의 생산 다변화와 자동화 설비 확대, 현지 인력 중심의 운영 등으로 공급망 유연성과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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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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