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적발 건수 5년 내 23배↑" 패션업계, 그린워싱 논란 대응책은?
산업계 전반에 ‘그린워싱(Greenwashing)’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패션업계에서도 관련 적발 사례가 증가하며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법률을 근거로 그린워싱 행위를 규제하고 있지만, 명확한 판단 기준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실효성 있는 제도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그린워싱(Greenwashing)’이 근래 다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이와 관련된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이 친환경 마케팅에 더욱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패션 업계는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그린워싱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각기 다른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그린워싱이란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 또는 기업의 경영 활동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표현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뜻한다. 환경부 산하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국내 그린워싱 적발 건수는 2020년 110건에서 2024년 2528건으로 5년 동안 2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으로, 제품에 환경성에 대한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제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는 지난 5월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아이티엑스코리아(자라), 무신사(무신사스탠다드), 이랜드월드(스파오 미쏘), 신성통상(탑텐)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해당 브랜드들은 일부 제품에 ‘에코’ ‘친환경’ ‘지속가능한’ 등의 표현을 사용했으나, 이에 대한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해 제재를 받았다.
이랜드월드, 모니터링 인력 예방 시스템 구축
이번 조치는 패션 업계의 친환경 표시에 대한 첫 제재 사례로, 4개 기업은 위반 행위를 인정하고 자진 시정하며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실질적인 변화에 나섰다. 이들은 그린워싱 논란 이후 자사 내부 정책을 점검하고, 더욱 강화된 가이드라인을 내세우는 등 전방위적으로 지속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파오’와 ‘미쏘’를 운영는 이랜드월드(대표 조동주)는 그린워싱 이후 곧바로 그린워싱 상품명을 사전에 원천 차단하는 예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ERP 시스템 내에서 통합 운영되고 있으며, 상품명을 등록할 때 그린워싱 관련 단어에 대한 사전 검증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구조다. 환경성 키워드는 금지어로 설정해 해당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이랜드월드 측 설명이다.
이랜드몰의 경우 모니터링 전담 인원을 배치하고, AI를 활용해 입점 상품에 대한 그린워싱 이슈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나아가 입점 상품을 대상으로 △환경성 표시광고 주의사항 △기본 원칙 △관련 사례 등으로 구성한 판매자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표시 광고 환경 관련 가이드를 고지하는가 하면, 전 직원 대상 그린워싱에 대한 가이드 메일을 정기 발송하고 관련 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무신사, 그린워싱 방지 가이드라인 발간, 리스크↓
‘무신사스탠다드’를 전개 중인 무신사(대표 조만호 · 박준모)도 정부 제재 이후 즉각 시정함과 동시에 그린워싱 문제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가이드라인은 △환경성 표시 · 광고 8대 기본 원칙 △그린워싱 셀프 체크 리스트 △틀리기 쉬운 환경성 관련 표현 △환경성 관련 표시 · 광고 위반 사례 △환경 관련 국내외 주요 인증 등 5가지로 구성해 8000여개에 달하는 입점 브랜드들이 사전에그린워싱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과장된 브랜드 소개, 오해 소지가 있는 이미지 및 자가마크 사용, 근거 없는 환경성 주장, 안정성 관련 인증을 활용한 친환경성 표기 등 상세 페이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린워싱 사례를 소개하며 자사 임직원들을 비롯해 입점 브랜드와 고객 등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세분화된 가이드라인을 무신사, 무신사글로벌 29CM, 솔드아웃 등 자사 운영 플랫폼에 입점된 모든 브랜드에 공유하고, 준수 여부를 집중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자라’의 온라인 판매 법인인 아이티엑스코리아(대표 호세 마누엘로마이데라꼴리나)는 문제 사례를 확인하고 인조 소재의 제품에 ‘에코(Eco)’라는 표현으로 잘못 번역된 사례가 있어 종합 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지난해 8월 전면 수정 완료했다. 아이티엑스코리아 관계자는 “당사는 앞으로도 자라 온라인스토어에 사 용되는 모든 용어와 표현이 적합한 인증 기준을 바탕으로 적용 될 수 있도록 철저한 내부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SPA 브랜드 그린워싱 대응 비교
EXPERT COMMENT
이재경 l 건국대학교 교수 · 패션디자이너연합회 변호사
현재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도 이뤄지고 있지만, 그린피스 등 그동안 친환경시민단체 NGO가 그린워싱 사례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면서 그린워싱에 대한 경각심을 높혀가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울러 ‘나이키’ 등 대기업을 상대로 소비자그룹이 집단소송 형태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모습도 최근 그린워싱에 대한 대응 상황으로 등장하고 있기에 외국의 흐름에 따라 국내 또한 집단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연합(EU)은 그린워싱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2년간 추진해 온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 방지법'을 최종 입법 직전에 돌연 폐기하며 기업 규제 완화 쪽으로 기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무신사를 비롯해 일부 대기업에서는 ESG 또는 커뮤니케이션 전담 부서를 두고 그린워싱을 비롯해 환경, 소셜 등의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수많은 기업, 패션사업자들의 입장에서는 ESG 쟁점까지 적극적으로 관리하기에는 역량이나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패션산업협회, 패션디자이너연합회 등 이익단체들이 내부적으로 ESG 관련 교육, 세미나를 통해 계몽·홍보함과 동시에 적절한 대응 메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협회 차원에서 인적 물적 지원까지 제공해야 하고, 더 많은 기업 사업자들이 그린워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분위기를 패션산업 내부적으로 조성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시광고법, 환경부의 환경지원법 등에 규정돼 있는 규제 지침을 통해 그린워싱을 비교적 효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각종 규제 지침만으로는 그린워싱의 다양한 사례들을 모두 포괄적으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의 그린워싱 수법이 더 교묘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향후 정부에서는 더욱 구체화된 규제 지침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규제 일변도로만 나갈 것이 아니라, ESG 우수기업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 제공 등 ‘당근과 채찍’ 정책을 쌍방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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