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삶이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5.06.05 ∙ 조회수 353
Copy Link

[칼럼] 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삶이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27-Image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주인공 관식(박보검)처럼 한 인간이 한 인간을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좋아해 준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감정인지 어릴 땐 몰랐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누군가를 좋아하면 사랑이고,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존경이니까. 


그 드라마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애순(아이유)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는 관식의 사랑 때문에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보는 내내 비교당하기 일쑤였고, 어떤 대목에서는 어느새 죄인이 돼 있었다. 나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사랑은 카메라 플래시처럼 한순간에 펑 터지는 거거든요. 마음의 준비를 했든 안 했든 아주 잠깐은 눈앞이 캄캄하죠”(프라하의 연인, SBS)라는 드라마 속 대사처럼 그런 드라마틱한 연애를 꿈꿨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의 연애는 평범한 사람들끼리 만나 둘이 특별하게 살아가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런 드라마틱한 연애를 꿈꿨으니 한두 달 만나고 특별한 감정 없이 어영부영 그 연애가 고착화되는 경향을 멀리했다. ‘어린 왕자’의 말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고 어색한 미소와 함께 인연이 아님을 확인할 뿐이었다. 김성호의 노래 ‘회상’처럼 내 마음도 편하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차고, 차이는 게 무슨 대수인가. 어차피 인생은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상처를 주기도 했고, 반대로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그렇게 성장해 갔다.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어제보다 나은 사람으로 오늘을 사는 것이다. 성장은 퍼포먼스가 아니라 지속성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우리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삶이 아닌 나선형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어제와 똑같은 삶을 살면서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인간이 변할 수 있는 동기는 세 가지밖에 없다. 어제와 다른 시간을 보내는 것, 사는 곳을 달리하는 것, 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할 수도 없고, 나이가 드니 사람에 대한 설렘은 별로 없다.


그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만 궁금해질 뿐이다. 누군가의 단점을 보는 건 본능이고, 장점을 보는 건 재능이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귀찮아지고 가끔은 두렵기까지 하다. 좋은 태도는 아니니 스스로 경계할 뿐이다.


세 가지 중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일상의 루틴, 즉 매일의 반복과 함께 어제와 다른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영화를 찾아보거나 책을 읽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틈틈이 트레킹을 하고 여행을 떠난다.


그 일상의 성실한 반복이 곧 우리의 삶이지만 하루도 같은 기분이나 동일한 감정일 때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미래는 물 흐르듯 되는 대로 살아가려고 한다.


뒤돌아보면 지금까지의 크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내 삶이 됐다. 삶이란 그처럼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인데, 차고 차이는 게 어디 있겠는가. 인연은 딱 거기까지이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인간의 성장은 나 홀로 이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결과가 결코 내가 혼자 이룬 것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되는 순간 시작된다”라는 이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합니다.

Comment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
댓글 0
로그인 시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Related News
B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