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삼성·한섬·SI... 패션 대기업, 수익성 반전 카드는?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25.06.02 ∙ 조회수 2,001
Copy Link

국내 패션 시장을 이끄는 조단위 패션 대기업들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실적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소비침체와 이상기후에 직격탄을 맞은 현재, 수익성 반전을 도모할 카드는 무엇일까. 자체 브랜드 키우기와 글로벌 확장에 나선 패션기업들의 전략을 살펴봤다.


[월요기획] 삼성·한섬·SI... 패션 대기업, 수익성 반전 카드는? 183-Image


“결국 ‘본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패션 대기업들이 자체 브랜드 키우기에 주력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치열하게 수입 브랜드 모시기에 열을 올렸던 몇몇 기업들도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고, 글로벌로 뻗어가야 승산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입 브랜드로 트렌드를 선도할 수는 있어도 매출과 수익의 한계성 때문에 자체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올해 1분기 경기불황과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은 패션 대기업들은 이른 시일 내에 반등할 수 있는 묘안을 찾고 있다. 핵심역량과 전문성에 집중해 패션사업을 안정화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쓸 때라고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자체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실현하느냐에 미래가 달려 있다.


삼성물산패션부문(부문장 이준서)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37% 급감하며 소비침체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이 회사의 연결기준 1분기 매출은 504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5% 줄었다. 지난해 3연속 2조대 매출을 지키면서 선방했지만, 올해는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위축의 영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자체 브랜드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삼성물산패션, 비이커 · 빈폴 등 자체 캐시카우↑


삼성물산패션에 따르면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위축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감소했다”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변덕스러운 기후까지 겹치며 수익성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매출을 견인한 ‘메종키츠네’ ‘아미’ ‘르메르’ 등 신명품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자체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여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로 대응할 계획이다. 


삼성물산패션은 지난해 6월 MZ 타깃 여성복 ‘앙개’를 론칭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편집숍 ‘비이커’의 자체 기획 데님 브랜드 ‘스티치컴스블루’를 새롭게 선보였다. 젊은 취향의 소비층을 공략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타고 있는 비이커에 안정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대표 브랜드인 ‘빈폴’은 배우 이준혁과 차주영을 모델로 한 브랜딩에 나섰다. ‘서울 클래식’이라는 브랜드 테마와 함께 클래식 캐주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남성복 ‘로가디스’는 새로운 로고를 공개하고 유러피언 컨템퍼러리 브랜드로서 리뉴얼된 모습을 선보여 침체된 남성복 마켓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월요기획] 삼성·한섬·SI... 패션 대기업, 수익성 반전 카드는? 1595-Image


글로벌 힘주는 한섬, 시스템 · 타임 국내외 시너지


한섬(대표 김민덕)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18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대비 3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80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4% 떨어졌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184억원으로 22.4% 줄었다. 2024년 1분기와 비교해 오프라인은 -3.7%, 온라인 -1.4%로 역성장했다. 온라인 매출 비중은 지난해 1분기 22.2%에서 올해 1분기 22.7%로 미세하게 증가했다. 


한섬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장기화와 이상기후로 인한 간절기 제품 수요 감소 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라고 분석했다. 다른 패션 대기업들에 비해 자체 브랜드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섬은 ‘글로벌’에 힘을 실어 매출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시스템’에 이어 ‘타임’도 글로벌 마켓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국내외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한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는 해외 바이어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하자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 ‘시스템파리’ 플래그십스토어를 열고 브랜드를 적극 알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글로벌 전용 라인을 포함해 브랜드의 풀 컬렉션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월요기획] 삼성·한섬·SI... 패션 대기업, 수익성 반전 카드는? 2442-Image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한 시스템옴므


‘이큐엘’ 등 MZ세대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


타임은 지난해부터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하며 글로벌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글로벌 마켓을 겨냥한 ‘더타임’으로 구성해 해외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최근 국내에서도 타임파리 정식 매장을 더현대서울에 열고 ‘타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섬은 자체 편집숍 ‘이큐엘(EQL)’을 플랫폼 비즈니스로 계속해서 키우고 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이후 PB ‘에센셜바이이큐엘’을 론칭하는 등 수익 창출에 나섰다. 이큐엘 서울 성수 플래그십뿐만 아니라 ‘톰그레이드하운드’ ‘키스(KITH)’ 등도 성수동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MZ세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신규 고객 유입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윌리엄김)은 1분기 매출 3042억원, 영업이익 47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58.3%나 줄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64.2% 감소한 4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져 성장성 높은 신규 수입 브랜드를 연내에 추가해 패션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영업익 58% 떨어진 SI, 연내 수입 브랜드 론칭


패션 부문이 부진했던 반면 코스메틱 부문은 1분기 매출액 1131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8.4% 성장했다. 특히 자사 브랜드인 ‘연작(+82.2%)’과 ‘비디비치(+20.1%)’의 약진이 두드러져 향후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시장 개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잠시 주춤했던 비디비치는 브랜드 리브랜딩에 돌입했다. 한국과 중국 중심의 매출 구조를 일본과 미국 등으로 확대하기 위해 로고와 패키지를 재단장했다. 


지난해 30% 가까이 성장한 중국에서는 현지 시장을 겨냥한 특화 제품을 출시하고, 신규 소셜 커머스 플랫폼으로 유통망을 확장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아마존재팬과 큐텐에 브랜드 채널을 운영하면서 올해 안에 오프라인 드러그스토어 입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아마존을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는 한국인의 생활 방식에 맞춘 디자인을 재정립했으며, ‘스튜디오톰보이’ ‘맨온더분’ 등 자체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과 코스메틱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조정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적극적이다. 


[월요기획] 삼성·한섬·SI... 패션 대기업, 수익성 반전 카드는? 4025-Image

지포어 일본 긴자식스 매장


‘적자 전환’ 코오롱FnC, 지포어 등 글로벌에 승부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유석진)은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4.1% 줄어든 2629억원, 영업이익은 -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작년부터 이어진 패션 소비 심리 위축과 이상기후 현상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라며 “영업이익은 글로벌 시장 신규 진출 및 확대에 의한 추가 투자 비용이 늘어나 소폭 적자 전환했다”라고 설명했다. 


코오롱FnC는 해외 유통기업과 손잡는 등 해외 수출 사업을 키우며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먼저 ‘코오롱스포츠’는 2017년 중국 안타그룹과 설립한 합작사 코오롱스포츠차이나를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코오롱스포츠의 중국 매출은 2022년 2653억원, 2023년 4750억원, 2024년 7500억원으로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코오롱스포츠는 일본 이토추상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2024년부터 3년간 코오롱스포츠의 현지 디스트리뷰션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또 골프웨어 ‘지포어’는 중국과 일본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11월 코오롱FnC가 지포어 미국 본사와 중국·일본 독점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직진출했다.


일본에서는 도쿄 긴자식스에 매장을 연 데 이어 향후 5년간 주요 도시 내 12개 지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별도법인 슈퍼트레인(대표 김윤경)에서 운영 중인 골프웨어 ‘왁’은 일본, 미국, 중국, 동남아, 캐나다, 멕시코, 호주 등 12개국에서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헤지스 · 던스트 양축, LF 해외 시장 적극 개척


LF(대표 오규식 김상균)는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30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30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2.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229억원으로 8.9% 늘었다. LF는 패션부문에서 브랜드 재고 관리 효율화를 추진하고, 자회사 코람코자산신탁 등을 중심으로 한 비(非)패션 사업의 수익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헤지스' '던스트' '아떼' 등 성장 브랜드의 해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헤지스는 2007년 중국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대만, 베트남, 러시아 등으로 뻗어가는 중이다. 중국 530개 매장을 포함해 글로벌 전체 오프라인 매장은 560개에 이른다. 헤지스는 앞으로 인도·중동을 포함한 새로운 국가에 진출하며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오픈한 러시아에서 추가로 점포를 열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3년 내 총 10개 매장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던스트는 글로벌 홀세일 비즈니스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2022년부터 시작한 글로벌 홀세일 사업은 현재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중국, 홍콩, 일본 등 전 세계 20개국 약 70곳의 해외 바이어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월요기획] 삼성·한섬·SI... 패션 대기업, 수익성 반전 카드는? 5870-Image

던스트


실적 떨어진 F&F, 2027년까지 연평균 10% 성장


한편 ‘엠엘비(MLB)’에 이어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이하 디스커버리)’의 중국 진출로 호기를 잡았던 에프앤에프(대표 김창수)는 올해 1분기 실적이 매출 5056억원(-0.3%), 영업이익 1236억원(-5.1%)으로 전년 동기대비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830억원으로 같은 기간 13.8% 줄었다. 해외 매출이 성장했음에도 국내 소비 침체가 지속돼 실적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엠엘비와 디스커버리를 다양한 국가에 진출해 실적을 개선한다는 복안이다. 에프앤에프는 최근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며 2027년까지 매출액 연평균 10% 성장 및 매출 성장 기반 자기자본이익률(ROE) 평균 20% 달성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엠엘비는 올해 중국에서 7% 성장과 더불어 인도 · 중동 진출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중국 매장 출점을 지속하면서 홍콩 · 마카오 · 대만 · 동남아시아에서 사업 영토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패션 마켓은 시장 전반에 부진이 예상돼 2분기 매출 또한 전년대비 소폭 하락하거나 보합세 정도일 것으로 본다. 소비 회복세가 지연되는 현상을 보면 올해 전체적으로 부진이 예상된다. 패션 산업은 경기와 날씨의 민감도가 높은 산업인데, 둘 다 좋지 않은 현실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해외에서 상쇄하려는 패션 대기업들은 글로벌 진출에 제약이 없는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패션 대기업에 걸맞게 자체 브랜드 육성이 실적 한파를 뚫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Comment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
댓글 0
로그인 시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Related News
B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