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AI 그대는 위대한 패션 디자이너인가?'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5.05.30 ∙ 조회수 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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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AI 그대는 위대한 패션 디자이너인가?' 27-Image


"대체불가능한 패션이 되기 위해서는 늘 달라야 한다(In order to be irreplaceable one must always be different)." - Coco Chanel


세기를 대표하는 코코 샤넬은 뭔가 달라야 한다고 늘 강변해 왔다. 매우 당연한 이 한마디를 AI(인공지능)시대에 또 다시 곱씹게 된다. 동시대 패션 디자이너들끼리 서로 영향을 받는 당위성 속에 창의성의 범위가 궁금해진다. AI 활용 패션에서 어떻게 '늘 달라야 할까?'


이미 2023년에 뉴욕에서 역사상 첫 AI 패션위크가 열린 바 있다. AI로 의상을 디자인하고 런웨이 패션쇼를 선보였다. 디지털 종사자들이 패션 디자이너로 데뷔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이미지 제작 AI 시스템인 ‘미드저니’를 활용한 작품들이 AI 패션의 대다수를 차지했는데, 당시 주최 측은 기존 디자이너의 작품과 이미지를 참고 자료로 하는 명령어 사용을 금지했다. 최초 AI 패션위크에서 우승을 차지한 당시 28세 포르투갈 태생 디자이너 피아파크는 광택성 투명 소재와 따듯한 색상의 속성을 살려 미래적 요소와 오래된 감성이 공존하는 작업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제 이미지 생성 AI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면, 길고도 험한 패션 디자이너 양성 과정을 거치지 아니하고도 쉽게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영화, 미술, 음악 등 전통적 콘텐츠 분야에서는 기존 창작자들이 AI 사용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거나 심지어 조직적 반대 운동도 서슴지 않는다. 작년 초 시나리오 작가 조합과 배우 단체가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AI 사용 금지를 촉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패션 분야에서는 큰 거부감 없이 이미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AI 패션산업의 규모는 2032년까지 매년 3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약 14억7500만달러(약 2조518억7250만원)로 성장할 예정이다.


패션을 포함한 AI 예술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하지만 이는 '패션이란 무엇인가?' '어느 부분까지 창작으로 인정해야 하느냐?' 등 패션 · 예술의 본질에 대한 해묵은 논쟁과 직결된다. 다른 작품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패션의 독창성, 도구를 활용한 패션의 창작성 등은 그 어떤 시대 그 어떤 패션도 결코 피해 갈 수 없었다. 패션은 어떤 시대를 열기도 했고 또 어떤 시대를 닫기도 했다. 이렇게 AI는 패션산업에서 분명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위대한 미술가 파블로 피카소도 창의성에 대한 명언을 남겼다.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위대한 예술일수록 다른 작품들 속에 탄생한다. 피카소 스스로도 그보다 300년 전에 활동했던 선배인 엘그레코의 영향을 받으면서 그를 뛰어넘어 그 이상을 훔쳤던 것이다. 하늘 아래 완전하게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코코 샤넬이 강조한 것처럼 늘 다른 패션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패션은 다른 패션들로부터 끊임없이 모니터링을 당하면서 창작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시대를 지배한 패션들은 상호 영감과 서슬퍼런 감시 속에 탄생을 거듭해 왔다. AI 패션은 교감과 감시 사이 그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올해 초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세계 최초로 AI 미술품만으로 진행한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 경매의 성공은 이미 AI가 깊이 스며든 패션계로부터 자극을 받은 셈이다. 이제 코코 샤넬이 묻고 피카소도 묻는다. "AI여, 그대는 과연 위대한 패션 디자이너인가?"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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