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쿠팡 연대’ 컬리·네이버 동맹, 이커머스 판 뒤흔들까
네이버와 컬리가 동맹을 결성하면서 이커머스 시장 내 형성된 ‘쿠팡 1강 체제’에 변화가 생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제휴를 통해 네이버는 약점인 신선식품 부문을 컬리의 물류 인프라로 보완하고, 컬리는 네이버의 방대한 사용자 기반을 발판 삼아 고객층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패션비즈
이커머스 2강으로 꼽히는 네이버(대표 최수연)와 신선식품 업계 강자 컬리(대표 김슬아)가 지난 4월 말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이커머스 동맹’을 맺었다. 이에 따라 컬리는 연내 네이버의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입점해 자사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양사의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협업 방안을 모색해 강화된 서비스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컬리는 ‘컬리N마트’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 출원했다. 두 회사는 올 하반기 컬리의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공식 오픈을 목표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제휴를 통해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약한 신선식품 분야를 보완하고, 컬리는 네이버의 폭넓은 고객군에 올라타 서비스 접근성 및 신규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격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 쿠팡과 C커머스 등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컬리 관계자는 “네이버 쇼핑 앱에 입점하는 것을 넘어 더욱 발전된 형태로 서비스를 설계 중이다”라며 “서비스 측면에서 지속해서 협업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네이버, 3만 SKU 확보 ‘컬리’로 신선식품 강화
컬리는 마켓컬리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신선식품 배송 시장을 개척해 온 1세대 스타트업이다. 특히 ‘샛별배송’으로 대표되는 새벽배송 서비스는 30~40대 여성을 중심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형성하며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구축해 왔다. 현재 컬리의 SKU(상품 수)는 3만개 이상으로, 체계적인 상품 관리 프로세스는 물론 최적화된 상품 구성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네이버는 반대로 강력한 검색 트래픽과 스마트스토어 중심의 오픈마켓 플랫폼을 운영하며 수많은 중소 셀러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지난 3월에는 네이버 앱 내 별도 탭으로 선보이던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독립된 쇼핑 앱으로 출시하며 애플리케이션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에 합류했다. ‘AI 구매 가이드’를 주요 기능으로 내세우는 등 강화된 서비스로 앱 출시 한 달 만에 300만명에 가까운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를 기록했다.
다만 네이버는 신선식품을 비롯해 식료품군과 물류 운영 측면에서 비교적 약한 역량을 갖고 있었다. 신선식품은 주문 후 얼마나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네이버는 여전히 판매자가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컬리는 수요 예측 기반의 선발주 시스템으로, 쿠팡과 동일하게 직매입을 통해 상품을 보관하다가 주문 직후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신선식품 카테고리 확장을 위한 파트너로 컬리를 선택해 해당 시장에서 사업력을 키울 방침이다.
샛별배송 앞세운 단독 전용관 ‘컬리N마트’ 검토
컬리도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됐다. 컬리는 고객층이 2030세대 여성에 머문다는 한계가 있던 만큼, 기존 컬리몰 한곳이었던 판매 채널이 확장되면서 방대한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컬리의 MAU는 300만명 안팎이다. 취급 품목이 제한적이기에 타 이커머스 업체와의 비교에 한계가 있지만 와이즈앱 · 리테일 기준 11번가(893만명)와 G마켓(706만명)을 보면 다소 아쉬운 실적이다.
반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은 출시 한 달 만에 MAU 500만명을 돌파하며 단기간 내 컬리 이상의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간 컬리를 이용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통해 컬리 상품을 접하게 되면서 다소 수월하게 신규 고객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제휴의 핵심은 단순 입점이 아닌 ‘전방위 협업’이다. 컬리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내에 ‘컬리N마트’라는 명칭으로 공식 입점해 자사 프리미엄 상품을 네이버 사용자에게 직접 선보인다. 컬리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단독 전용관 형태로 입점할 예정이다. 배송은 컬리가 담당해 샛별배송 해당 권역이라면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익일 오전 7시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식품과 생필품 등 컬리의 취급 품목은 논의 중인 상황으로, 협력안을 구체화해 연내 강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동맹으로 ‘쿠팡 1강 체제’ 깨질까
이 밖에도 양사는 공동 마케팅, 멤버십 연동, 빅데이터 기반 큐레이션 등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특히 컬리가 보유한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당일 배송 확대, 네이버 페이와의 통합 결제 시스템 도입 등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컬리의 지분을 10% 안팎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이 1강 체제를 장기간 굳혀 왔다. 지난해 쿠팡(대표 강한승, 박대준)의 연간 매출은 41조2901억원으로, 국내 백화점 전체 소매판매액인 40조6595억원을 웃돌며 입지를 공고히 했다. 2015년 처음으로 연간 실적 1조원을 넘긴 후 10년 만에 몸집을 40배 키운 셈이다. 올해 쇼핑 부문에 주력하며 쿠팡에 도전장을 낸 네이버가 컬리와 맞손을 잡으며 최대 약점인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보완하게 됐다. 이러한 네이버의 행보가 쿠팡 독주 체제로 형성된 이커머스 시장에 변화를 불러올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G마켓과 11번가 등 기존 이커머스 기업들도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신세계그룹(회장 정용진)의 자회사 G마켓은 지난해 12월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손잡고 5 대 5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G마켓이 보유한 60만 판매자를 활용해 글로벌에서 수요가 높아지는 K-상품을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 기업인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를 통해 종합 이커머스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IPO(기업공개)에 나섰다. 여러 기업들의 다각화된 생존 전략으로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가 얼마나 흔들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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