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마쥬·바쉬 누구 품에?" 돈되는 수입 컨템 모시기 경쟁
(왼쪽부터) 마쥬·산드로·바쉬
국내 주요 패션 기업들의 매출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해외 직수입 브랜드 카테고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명품 및 컨템퍼러리 브랜드들의 한국 직진출 사례가 늘면서 수입 비중이 줄어드는 듯했으나, 다시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 기업이 성공적으로 키워낸 수입 브랜드를 유치해 새로운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상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부문장 이준서)은 현재 프랑스 기반 '마쥬(MAJE)' '산드로(SANDRO)' '끌로디피에로(CLAUDIE PIERLOT)' '휘삭(FURSAC)', 그리고 영국 신발 브랜드 '핏플랍(FITFLOP)'의 국내 사업권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 마쥬, 산드로, 끌로디피에로는 프랑스 패션기업 SMCP그룹이 소유한 여성복 브랜드로 프렌치 컨템퍼러리 패션을 표방하며 오랜 기간 국내 여성복 시장을 선도해 왔다.
이들을 비롯해 SMCP그룹은 남성복 브랜드 휘삭 등 다수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7년 파리 증시에 상장했다. 50개 이상의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지난해 12억1170만 유로(약 1조95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대표 패션 기업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프랑스 '마쥬·산드로' 전개사 삼성물산패션 유력
이 회사의 한국 사업은 지난 20년 동안 아이디룩(대표 김재풍)이 맡아왔다. 아이디룩은 2003년 '메이즈메이'라는 수입 편집숍을 통해 마쥬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이후, 2004년부터는 마쥬를 단독 브랜드로 분리해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2013년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대표 유석진)에서 운영하던 산드로의 국내 전개권까지 확보했고 연이어 같은 해 끌로디피에로를 론칭, 지난해는 휘삭까지 들여오면서 SMCP그룹과 장기 파트너십을 이어왔다.
특히 아이디룩은 마쥬와 산드로를 통해 여성복 소비자 수요에 맞춘 새로운 스타일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며 탄탄한 팬덤을 확보했고, 이들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면서 지난해 연매출 2566억원까지 성장했다.
SMCP그룹은 내년 두 브랜드와 아이디룩 간의 판권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삼성물산을 비롯해 다수의 국내 주요 패션 기업들과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삼성물산이 차기 파트너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빈폴’ ‘갤럭시’ 등 남성복 부문에서 강세를 보여온 삼성물산패션이 산드로와 마쥬의 한국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여성복 비즈니스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산드로와 마쥬를 비롯해 끌로디피에로, 휘삭 모두 글로벌 본사에서 제안이 들어와 검토 중인 단계"라며 "이번 건은 여성복 카테고리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계약이 순조롭게 잘 진행된다고 하면 1~2개월 안에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핏플랍(좌) 바쉬(우)
LF(대표 오규식 김상균)에서 수입·판매하고 있는 핏플랍 또한 차기 국내 파트너사로 삼성물산패션이 유력하다. 핏플랍은 편안함과 스타일을 동시에 추구하는 슈즈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온라인과 백화점을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가며 매출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지난해는 최초 아시아 앰배서더로 배우 송혜교를 기용하며 활발한 비즈니스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LF는 핏플랍 연매출 200억원대 시절, 영국 본사와 계약을 맺고 국내 전개권을 확보했다. 당시 전개사였던 넥솔브와 국내 사업 전개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있었으나 2017년까지 넥솔브의 영업권 이관을 유보하는 것으로 일단락됐고, 2017년부터 LF는 핏플랍의 한국 비즈니스를 독점으로 운영해 왔다. 글로벌 본사는 LF와의 계약 종료 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패션 등에 사업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LF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 컨템퍼러리 브랜드 '바쉬(ba&sh)' 역시 전개사가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바쉬는 자연스러운 스타일과 보헤미안 감성이 더해진 페미닌룩을 추구하는 프렌치 대표 브랜드로, 2021년부터 LF가 한국 사업을 맡아 전개하고 있다.
LF는 디자인과 패턴 개발 등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본사와 협의하며 국내 소비자 니즈를 적중한 상품 전개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스타 마케팅을 비롯해 매장 리뉴얼, 백화점 중심의 신규 매장 개설 등으로 유통을 확대하며 고객 접점을 키웠다.
바쉬 글로벌 본사, 아이디룩 등 차기 파트너사 물색
바쉬 프랑스 본사는 LF와의 계약 종료에 앞두고 아이디룩 등에 파트너십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브랜드는 현재 LF에서 오프라인 운영을 중단하고 온라인에서만 정상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디룩 관계자는 "바쉬 계약 관련 이야기가 나온 것이 맞다"며 "현재 긍정적으로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섬(대표 김민덕)의 매출 캐시카우인 '타미힐피거'도 재계약 시즌이 도래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타미힐피거는 지난 2017년 인수한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의 수입 브랜드 중 하나로, 제품 라인업 확장 및 디자인 차별화를 시도하며 인수 1년 만에 매출 2000억원을 넘긴 바 있다. 한섬 관계자는 "타미힐피거 계약 만기까지 1년 이상 남아있는 상태"라며 "재계약 등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윌리엄 김)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수입 브랜드를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다. '꾸레쥬' '엔폴드' '뷰오리' 등을 앞세워 수입 경쟁력을 키운 이 회사는 지난해 '더로우' '라리끄' '피비파일로' 등 글로벌 인기 브랜드를 선보이며 차별화된 브랜드 선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럭셔리 브랜드 '앙팡리쉬데프리메'와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올해 또한 수입 패션 포트폴리오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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