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리 비숍 마스터 장인 "42주년 '헬렌카민스키' 라피아 전통 지킨다"

강우현 기자 (noblekang@fashionbiz.co.kr)|25.05.12 ∙ 조회수 857
Copy Link

에스제이그룹(대표 이주영)의 호주 패션 브랜드 ‘헬렌카민스키(Helen Kaminski)’가 지난 4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오드 투 오션(ODE TO OCEAN)’ 팝업스토어를 열고, 장인정신이 깃든 수공예 과정을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였다. 특히 헬렌카민스키의 호주 시드니 스튜디오 마스터 장인 개리 비숍(Garry Bishop)이 내한해 라피아 모자 제작을 시연하며 브랜드의 철학과 기술력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올해로 탄생 42주년을 맞은 헬렌카민스키는 ‘지속가능한 프리미엄’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라피아 기술 개발과 장인 교육을 이끌어 온 마스터 장인 개리 비숍이 있다. 본지 <패션비즈>는 개리 비숍과 만나 헬렌카민스키의 수공예 유산, 장인으로서의 철학, 한국 시장에 대한 인상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 개리 비숍 마스터 장인

게리 비숍 헬렌카민스키 마스터 장인


Q. 헬렌카민스키에서 장인으로 일하게 된 계기는.


첫 직장에서 모자 제작 견습 과정을 시작하며 수공예의 세계에 입문했다. 그 회사가 헬렌카민스키와 협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라피아 소재를 다루게 됐다. 그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브레이딩과 크로셰 기법을 익혀야 했고, 당시엔 참고할 자료가 많지 않아 대부분 독학으로 기술을 터득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헬렌카민스키의 워크숍을 만들고, 다른 장인들을 교육하는 과정에 큰 자산이 됐다. 직접 겪었던 시행착오 덕분에 지금은 팀을 더 잘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직접 가장 먼저 테스트해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도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체계화하고 있으며, 실제 작업에서 부딪친 문제를 기반으로 커리큘럼을 짜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Q. 브랜드 내 ‘마스터 장인’으로서 맡고 있는 역할은.


주요 업무는 디자인팀과 함께 초기 콘셉트를 개발하고 모든 컬러를 염색하는 것이다. 원하는 색감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도록 컬러 레시피를 직접 만들고 이를 워크숍에 전달한다. 또 매 시즌 새로운 스타일을 생산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 교육 구조 설계 등을 장인들과 함께 진행한다.


스리랑카와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워크숍과 긴밀하게 협업하며 신제품 생산을 위한 시즌별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생산 전략 수립에도 참여하고 있다. 제품의 난이도에 따라 적절한 장인의 숙련도에 맞춰 작업을 분배해 품질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라피아는 예측하기 어려운 소재라 작업 중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 역시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워크숍과 소통하며 이런 이슈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고 있다.

 

Q. 가장 섬세한 기술을 요구하는 공정은.


가장 섬세하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공정은 제품 개발 단계다. 모든 제품은 장인이 따라야 할 패턴으로 시작하며 이러한 패턴은 개발팀이 설계한다. 이 단계는 제품 전체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핵심이기 때문에 과정 중 가장 어렵고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모자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평균 3일이 걸린다. 복잡한 디자인일 경우에는 7~8일, 어떤 가방은 10~11일 이상 걸리기도 한다.

 

[인터뷰] 개리 비숍 마스터 장인


Q. 오랜 시간 수작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장 큰 원동력은 ‘도전’ 자체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작업을 하기 때문에 늘 흥미롭다. 물론 가끔은 반복되는 하루도 그립긴 하지만 디자인팀이 늘 더 나은 결과를 요구하며 도전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것이 큰 동기부여가 된다.


워크숍에서 장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큰 영감이 된다. 함께한 지 5~6년 된 장인들이 많고, 이들의 실력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자신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도 강해서 새로운 기법을 끊임없이 개발하며 창의성과 혁신을 더해 준다.


또 하나의 동기부여는 백화점 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접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객들이 수공예 과정과 제작에 걸리는 시간에 대해 이해하고 감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보람을 느낀다. 모든 과정마다 도전이 있고, 바로 그 점을 이 일에서 가장 사랑한다.

 

Q. 기억에 남는 헬렌카민스키 제품이 있다면.


최근 제품 중에서는 유포리아 토트(Euphoria Tote)백이 가장 특별하게 느껴진다. 약 10년 전 스리랑카에 자체 워크숍을 설립하고 5~6년 전부터는 크로셰 라인을 시작했는데, 그 과정을 거쳐 기술력이 크게 발전한 결과물이 바로 이 가방이다. 유포리아 토트는 총 11일에 걸쳐 제작하며 모양과 스티칭, 구조 모든 면에서 고도의 숙련도를 요하는 제품이다. 이 때문에 단순한 가방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수년간의 훈련, 혁신, 장인정신이 집약된 결과이자 헬렌카민스키가 어디까지 성장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제품은 프로방스 12(Provence 12) 모자다. 브랜드 초기부터 이어져 온 제품으로 베이직 아이템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장인정신이 담겨 있다. 패턴 설계만으로도 모자의 형태가 유지되도록 디자인했으며 움직임과 곡선, 스티칭 하나하나가 복잡하고 정교하게 연결돼 있다. 가장 감동적인 점은 지금은 워크숍의 많은 장인들이 이렇게 높은 난이도의 제품들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장인 기술의 전반적인 향상과 훈련의 성과를 보여주는 결과다.

 

[인터뷰] 개리 비숍 마스터 장인


Q. 이번 ‘오드 투 오션’ 팝업을 통해 전한 메시지는.


이번 팝업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헬렌카민스키 제품 하나하나에 담긴 놀라운 수준의 장인정신이다. 사람들은 종종 “모자 하나 바느질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라고 묻는다. 실제로 바느질 자체는 30분 정도 걸리지만, 그 전에 60미터에 달하는 브레이드를 손으로 엮는 데만 3일이 걸린다.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이런 보이지 않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기술력이다.


팝업스토어는 고객들에게 제작 과정을 천천히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브레이딩, 크로셰, 와이드 브레이드 제작 등 전 과정을 직접 설명하고 시연하면서, 완성된 제품만 보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의 장인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보람찼던 점은 고객들이 ‘가방 하나에 11일, 모자 하나에 5일이 걸린다’는 사실을 듣고 놀라고 감탄했던 순간들이다. 이런 디테일과 정성이 제품에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 제품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모든 제품이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똑같은 제품을 1만개 만든다고 해도 장인이 바느질하며 느끼는 무게감, 재료의 자연스러운 차이, 손의 감각 등에 따라 결과는 미묘하게 달라진다. 각 제품은 그 장인의 서명이 담긴 유일한 작품이다. 장인들의 기술력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이 과정은 점점 예술적인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헬렌카민스키의 아이템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개성과 장인정신이 담긴 표현물이다. 그 이야기를 직접 한국 고객에게 전할 수 있어서 정말 특별했다.

 

Q. 한국 소비자와 시장에 대해 느낀 점은.


한국은 벌써 여섯 번 정도 방문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건 한국 고객들의 ‘수공예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다. “당신들이 하는 일이 너무 좋다” “그 안에 담긴 장인정신을 정말 높이 평가한다”는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큰 감동을 받는다. 특히 인상 깊은 점은 한국 소비자들의 품질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다. 정말 존중받아야 하는 기준이고, 브랜드가 계속 발전해야겠다는 자극이 되기도 한다.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추구하게 만드는 시장, 그것이 바로 한국이다.


한국 시장은 정말 치열하다. 모두가 진출하고 싶어 하는 시장이고, 그 이유를 분명히 알 것 같다. 고객들이 진심으로 품질을 알아보고, 그것을 가치 있게 여긴다. 그래서 항상 최고의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도전은 우리에게 성장과 혁신의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그런 압박이 있기에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고객들이 계속해서 기대를 걸고,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해 줬으면 한다. 그래야 브랜드도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합니다.

Comment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
댓글 0
로그인 시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Related News
B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