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성장률 9%' 화려하게 부활한 코치, Z세대 소셜 잇백으로
고전하는 전통 럭셔리 브랜드 사이에서 ‘액세서블 럭셔리 스타’로 ‘코치’가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성공요인은 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로 부상한 데에 있다. 낙후된 스타일로 몇 년간 주춤했던 코치는 ‘표현적인 럭셔리’ 중심으로 상품과 마케팅을 변혁했고 이는 Z세대에게 확실하게 어필됐다. 2024년 코치 매출은 7조2675억원을 넘어서며 럭셔리 마켓 내 새 흐름을 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들의 매출이 하락하거나 정체해 고전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코치(Coach)’는 지난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 9%에 LVMH보다도 높은 마진(32.4%)을 기록하면서 액세서블 럭셔리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가격을 지나치게 올린 럭셔리 브랜드를 소비자들이 외면하면서 가격대비 ‘가치’를 원하는 구매 경향도 작용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코치 성공의 키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로 부상한 데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코치 핸드백을 소개하는 영상이 넘치고 있는데, 이는 지난 몇 년간 셀러브리티와 인플루언서들이 코치백을 들기 시작하면서 코치가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 브랜드가 된 것을 보여준다.
올해 초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2024년 4분기 The Lyst Index) 랭킹에서 5위를 차지하면서 코치의 인기를 확인했다. 실제로 가장 쿨한 브랜드의 척도인 리스트인덱스에서 1위 코치, 2위 ‘미우미우’ 3위 ‘생로랑’ 4위 ‘프라다’ 5위 ‘로에베’ 순으로 코치는 글로벌 톱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뿐만 아니라 6위 보테가 베네타, 9위 더로우, 15위 발렌시아가보다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코치는 Z세대가 열광하는 핸드백 브랜드로 변모했다. 유럽의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 대비 저렴한 가격대의 액세서블 럭셔리(accessible luxury) 브랜드이지만 코치는 더 이상 ‘가격’만으로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쿨팩터’를 가진 젊은 세대가 사랑하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Z세대 타깃 ‘표현적인 럭셔리’로 리포지셔닝
이를 위해서 지난 5년간 코치는 변혁의 시기를 거쳤다. 낙후된 스타일의 브랜드를 현대적인 이미지로 부활시키기 위해서 2020년 이후 코치의 CEO인 토드 칸(Todd Kahn)이 리브랜딩 작업을 주도했다. 첫 번째 작업은 브랜드의 인지도를 바꾸는 것이었다. 2010년대 중반까지 매출이 줄어들면서 모노그램 패턴을 사용한 상품이 아울렛에서 대량으로 유통되면서 코치는 엄마들이 드는 촌스러운 브랜드라는 인식을 피할 수 없었다.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리바이벌 전략의 중심으로 코치는 2021년 ‘표현적인 럭셔리(expressive luxury)’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포커스그룹과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수립된 콘셉트로서 차세대 럭셔리의 중심은 ‘가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기 표현’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럭셔리는 기존의 신분과 소유에 대한 것에서 감성과 가치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표현적인 럭셔리는 코치가 Z세대를 향한 새로운 럭셔리로 자리 잡기 위한 아이디어로 현재 성장전략의 중심이자 브랜드의 미래 비전이다.
이처럼 타깃을 Z세대로 재정립하고 표현적인 럭셔리를 중심으로 상품과 마케팅을 변혁함으로써 코치는 Z세대에게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회계연도 동안 코치가 북미지역에서 새로 유치한 650만명의 고객 중 절반 이상은 MZ세대라고 한다. 또한 2022년 이후 코치는 미국 내 젊은 층이 가장 선호하는 핸드백 브랜드 자리를 지키고 있다(Piper Sandler/Statista).
타임리스 스타일의 모던한 핸드백에 중점
2022년 코치는 현대적인 소비자의 미학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전체 상품을 조정하고 정비했는데 특히 핸드백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상품 혁신을 추진했다. 코치는 Z세대가 원하는 타임리스 스타일의 핸드백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모던한 클래식 핸드백을 지향했으며 이렇게 태어난 태비(Tabby), 브루클린(Brooklyn), 엠파이어(Empire) 등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코치가 젊은 세대 중심으로 변모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태비는 코치 핸드백 중 가장 인기 있는 스타일로 현재 다양한 버전으로 제공한다.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1970년대 디자인을 재해석한 태비백은 가장 인기 있는 코치 핸드백으로 현재 다양한 컬러, 소재, 사이즈로 제공되며 온라인 숍에는 103개 옵션이 있다. 특히 퀼팅 소재의 태비 필로(Tabby Pillow)는 푹신한 소재감으로 가장 핫한 상품이며 소셜미디어에서 피드백이 넘치는 등 코치의 베스트셀러다. 이 외에 미니멀리스트 라인과 여유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엠파이어 캐리올백과 뉴욕 애티튜드를 반영했다는 브루클린 숄더백도 Z세대가 선호하는 백으로 자리 잡았다.
홍보대사와 직원 활용하는 소셜 미디어 전략
코치 성공의 뒤에는 셀러브리티를 활용하는 마케팅이 있다. 특히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를 비롯해서 엘 패닝(Elle Fanning), 릴 나스 엑스(Lil Nas X), 찰스 멜튼(Charles Melton), 구리나자(Nazha), 스톰 리드(Storm Reid), 제이슨 테이텀(Jayson Tatum) 등 다양한 브랜드 홍보대사를 활용해서 코치의 브랜드 이미지를 젊고 에너지 넘치도록 만드는 노력을 폈다. 가상 인플루언서(Imma)와 각국의 뮤지션 및 배우들(Lil Nas X, Camila Mendes, 이영지, Koki, Wu Jinyan)과 함께 자기표현 및 아이덴티티에 대한 마케팅 캠페인(Find your Courage, 2024) 등은 Z세대와 연계를 강화하는 강력한 전략이 됐다.
소셜 우선으로 마케팅 전략을 운영하는 코치의 색다른 디지털 마케팅 방식 중 하나는 매장의 판매직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들이 운영하는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서 직접 코치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한다.
이는 직원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통해서 코치의 매장 직원들이 코치의 신상품을 소개하고 스타일링 아이디어와 상품 입고에 대한 정보를 영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직접 주문을 받기도 하며 판매한 해당 직원에게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판매 직원들은 그 누구(인플루언서)보다도 코치 상품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풍부한데, 이들은 Z세대에게 코치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액세서블 럭셔리, 합리적 가격대가 매력
현재 럭셔리 브랜드들은 가격 정책에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급격한 가격 인상은 매출 확대와 마진 증대에 이바지했으나 현재 럭셔리 붐이 꺼진 상태에서 그 후유증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가 하락하면서 사람들은 럭셔리 구매를 꺼리고 있는데 특히 가격은 그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의 가격 인상에 대한 정당성을 찾기 어려운 데다가 높아진 가격으로 수많은 중산층 소비자들이 럭셔리를 외면하고 있다. HSBC에 의하면 2024년 하반기에 럭셔리 상품 가격은 2019년 대비 평균 55%나 높아졌다고 한다. 285만원 이하의 럭셔리 핸드백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이러한 상황이 코치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현재 코치 핸드백의 주요 가격대는 60만~121만원으로 디올(446만~1006만원)과 루이비통(372만~688만원)에 비하면 80~85% 이상 저렴하며 구찌(186만~558만원)에 비해서도 70% 정도 낮다. 코치는 1941년 창립 이후 레더 상품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를 인정받고 있다. 코치의 가격대는 현재 고객들이 원하는 ‘적정한 가격’과 상품의 ‘퀄리티’를 만족시키는 훌륭한 옵션이 되고 있으며 코치 붐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성공적인 사업실적, 북미 넘어서 글로벌 go
코치의 리브랜딩은 브랜드 인지도의 개선뿐 아니라 매출에도 기여했다. 지난 2월 2025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이 발표되자 코치 모기업(Tapestry, Inc.)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코치는 가장 주목받는 액세서블 럭셔리 브랜드로 떠올랐다.
코치는 모기업인 타피스트리그룹의 전체 매출 중 78%를 차지하는 앵커 브랜드로 2분기 매출은 2조4250억원, 매출 성장률은 1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LVMH 매출이 -2%, 케어링 사업이 -12%를 기록한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특히 코치는 이익성이 좋은데 운영마진은 지난 회계연도 기준 32.4%로서 LVMH의 패션과 레더 부문(23.1%)보다 높으며 케어링의 럭셔리 브랜드 부문(14.9%)이나 유사한 가격대의 마이클코스(14.1%)보다 현저히 높다.
현재 코치의 사업은 북미 중심(88.5%)이지만 지난 분기에 유럽에서 45%, 아시아 지역(중국과 일본 제외)에서 14% 성장하는 등 향후 다른 지역에서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 코치 레스토랑과 커피숍을 오픈한 것은 북미 시장을 넘어서 좀 더 글로벌로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코치 모기업 타피스트리, 선택과 집중 전략
코치를 소유하는 타피스트리(Coach, Kate Spade, Stuart Weitzman)는 카프리(Capri Holdings Ltd: Michael Kors, Versace, Jimmy Choo)와의 합병이 무산된 후 최근 그룹 내의 스튜어트와이츠먼 브랜드를 매각하는 등 사업전략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타피스트리가 카프리와 합병한다고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드디어 미국에서 대형 럭셔리 그룹이 탄생한다며 흥분했다. 하지만 미국의 연방통상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는 ‘이 합병은 액세서블 럭셔리 핸드백 카테고리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핸드백 가격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을 우려해서 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서 합병을 차단하게 했다. 결국 타피스트리는 카프리와의 합병으로 사업의 규모를 키우려던 종전의 전략을 전격 수정해서 그룹을 좀 더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 지난 2월 타피스트리는 럭셔리 신발 브랜드인 스튜어트와이츠먼을 캘러러스(Caleres) 그룹에 1498억원에 매각했다.
코치와 케이트스페이드 양 브랜드 체제가 된 타피스트리는 코치를 장기적으로 이익성이 좋은 사업으로 유지하는 한편 현재 사업이 좋지 않은 케이트스페이드(2025년 2분기에 매출 하락 10%)를 코치처럼 리브랜딩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트스페이드가 과연 제2의 코치로 격상할 수 있을지 타피스트리의 전략과 행보가 주목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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