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컴퍼니 히스토리 21] 우진석의 아웃도어 도전… 골프웨어 명가 넘어설까?
크리스에프앤씨(대표 우진석)가 실적 악화의 고리를 끊어 내고 반등의 드라마를 써 내려갈까? 코로나19 엔데믹 후 골프산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며 크리스에프앤씨의 실적은 2년 연속 악화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9.7% 감소한 3313억원, 영업이익은 73.7% 줄어든 12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익은 2023년 232억원 흑자에서 작년 -24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2022년 정점 이후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실적 회복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크리스에프앤씨는 지난해 아웃도어 시장에 신규 브랜드 3개를 연속 론칭했다. 2022년 상표권을 인수한 이탈리아 액티브 아웃도어 ‘하이드로겐’을 시작으로 스위스 정통 프리미엄 아웃도어 ‘마무트’와 일본 하이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앤드원더’ 등을 연거푸 선보이며 아웃도어 시장에 본격 진입한 것.
크리스는 ‘세인트앤드류스’ ‘파리게이츠’ ‘마스터바니에디션’ ‘핑’ ‘팬텀’ 등 5개의 골프웨어 전문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쌓아온 골프 명가로서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아웃도어 시장에서도 3각 편대로 초반에 기선을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러 형태의 단독 브랜드 론칭에 이어 올해는 ‘아웃도어갤러리’라는 타이틀로 자사 3개 브랜드를 비롯 ‘고싸머기어’ ‘필드레코드’ ‘멀로’ 등 세계 각지의 핫한 브랜드를 모아 아웃도어 편집숍을 선보였다. 이를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에 위치한 ‘크리스도산’에서 대규모 팝업 매장을 한 달 넘게 운영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과연 크리스에프앤씨는 골프웨어 명가를 뛰어 넘어 아웃도어 영역까지 순탄하게 확장할 수 있을까?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시황이 결코 녹록하지만은 않다. 아웃도어 조닝은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노스페이스를 비롯해 골프웨어 브랜드에겐 꿈의 숫자인 단일 브랜드로 2000억원 넘는 브랜드들이 즐비하다.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가진 대량 생산에 따른 원가 경쟁력과 파상공세로 퍼붓는 막강한 마케팅 파워에 맞대응하려면 그동안 캐시카우 역할을 해 왔던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무엇보다 잘 버텨줘야 한다.
문제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골프웨어 마켓이 반등의 기미를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과잉에 소비침체까지 맞물리면서 지금까지 브랜드 중단 내지 축소 과정에 놓여 있는 골프웨어 브랜드가 20개에 달한다. 이들이 만들어 놓은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되고 경기에 크게 영향 받는 골프웨어 소비력이 회복되려면 최소 1년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에프앤씨는 골프웨어 전문 브랜드 5개를 하이엔드에서 볼륨존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운영하고 있는 만큼 공급과잉의 시장 여건만 개선된다면 턴어라운드는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년간의 개발을 거쳐 올해 9월 완공 예정인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 위치한 크리스밸리 골프장이 올해 시범 라운딩 등을 거쳐 내년부터 수익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에 불과하고 관건은 지난해 론칭한 3개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올해 어떤 성적표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크리스에프앤씨의 운명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최근 크리스에프앤씨는 우진석 회장 단독 대표 체제로 리더십 변화도 단행했다. 이번 대표이사 변경은 각자 대표로 활동했던 김한흠 사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것에 따른 조치다. 이번 대표이사 변경에 이어 2세 승계 구도나 조직에도 변화가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다. 우진석 회장의 장남인 우혁주 상무는 지난 2018년 합류해 전략기획실과 자사 온라인몰인 버킷스토어 대표, 봉제 수출기업 국동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장녀인 우윤주 이사는 마케팅 R&D 본부를 담당하고 있다.
2018년 코스닥에 상장한 크리스에프앤씨는 몇 차례 지분율 변화를 거쳐 현재 윤정화 전 대표가 21.79%로 최대주주이고, 관계사인 와이즈얼라이언스 11.94%, 우진석 대표 5.96% 순으로 뒤를 잇는다. 우 대표의 배우자인 윤정화 씨는 과거 크리스에프앤씨의 감사와 사내이사직에 있었으며, 두 사람은 와이즈얼라이언스의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자녀들이 확보한 크리스에프앤씨의 지분율은 우 상무만 0.22%로 아직 미비하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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