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비에르 루조 발렉스트라 CEO, '럭셔리 정수' K- 마켓 정조준
모든 제품들이 장인들의 수작업을 통해 완성하는 이탈리아 밀라노 럭셔리의 정수 ‘발렉스트라’가 한국에서 입지를 강화한다.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한국 시장을 택했던 발렉스트라는 올해 국내 파트너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유석진)과 함께 브랜드의 가치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한국 패션 시장은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늘 새로운 트렌드와 방향성을 제시해 왔고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부터 50대 이상까지 폭넓은 고객층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데, 발렉스트라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과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 모든 소비자를 아우를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을 제안하려 한다.”
자비에르 루조 발렉스트라 CEO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 본사에서 <패션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자비에르 루조 CEO는 럭셔리 업계에서 30년 이상 글로벌 리더십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로, 2021년 발렉스트라의 수장으로 합류해 이탈리아 밀라노 유산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 왔다.
컬렉션을 지속 확장하고 소재 혁신을 이뤄 내는가 하면, 최근 몇 년 동안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까지 공략하며 글로벌 입지를 키워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코오롱FnC와 손잡고 국내 비즈니스 전개
올해는 본격적으로 국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코오롱FnC와 더욱 긴밀한 협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발렉스트라는 2022년부터 코오롱FnC를 통해 국내 사업을 전개해 온 만큼 코오롱팀의 ‘현지 전문성’을 토대로 소비자와 적극 소통할 예정이다.
자비에르 루조 CEO는 “발렉스트라는 럭셔리를 표방하고 있기에 코오롱팀이 보유하고 있는 럭셔리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과 높은 패션 전문성이 발렉스트라를 대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브랜드의 일방적인 의견이 아닌 두 파트너의 진정한 협업을 통해 비즈니스를 지속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브랜드는 그동안 국내에서 여러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는 데 주력해 왔다. 지난해 4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이그조틱 백 컬렉션 및 아카이브 전시를 진행하고, 올 3월에는 같은 유통에서 ‘아트 오브 밸런스’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키웠다. 현재 현대백화점 판교점∙압구정 본점, 롯데백화점 본점 등 3개의 매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만큼 해당 공간에서 독창성과 장인정신에 중점을 둔 컬렉션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장인정신 보존할 것” 차세대 마스터 육성
발렉스트라는 ‘장인정신’ ‘품질’ ‘혁신’을 핵심 가치로 두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로 공방을 이전하는 등 80년이 훌쩍 넘는 긴 시간 동안 장인정신을 보존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많은 투자를 진행했다. 장인들이 브랜드의 아틀리에가 있는 밀라노에서 모든 제품을 디자인하는가 하면, ‘발렉스트라 아카데미’를 앞세워 고급 인력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발렉스트라 아카데미는 인사팀과 밀라노의 주요 디자인 및 패션 학교들의 협력으로 만든 프로젝트로, 학생 인턴십으로 시작해 정규 채용까지 진행하며 인재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차세대 장인으로 성장시켜 장인정신과 품질을 보존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전 세계 장인들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중국의 대나무 장인과 밀라노에 있는 발렉스트라 아틀리에의 장인들이 협업해 ‘이지데 백’을 디자인한 것이다. 더불어 이탈리아 사르데냐 지역 카펫 장인 가문과 협업해 카펫에서 영감받은 새로운 핸드백을 제작한 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선보였다.
‘속삭이는 럭셔리’ 블랙 유광 피니시 완성도↑
컬렉션은 매 시즌 ‘속삭이는 럭셔리’를 지향한다. 드러내지 않아도 느껴지는 절제된 우아함을 기반으로 섬세한 디테일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는 창립자인 지오반니 폰타나의 완벽주의 성격과 연결되는데, 브랜드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코스타 에지(블랙 유광 피니시)’가 대표적인 예다.
코스타 에지는 총 다섯 단계의 정교한 수작업으로 완성된 유니크한 잉크 포뮬라의 블랙 유광 피니시로, 블랙 가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에서 가죽 색상과 대비를 이루는 디테일이다. 이 디테일은 발렉스트라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상징적 요소인 만큼, 베이스로 5~6겹을 덧칠해 에지의 반짝임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유광 피니시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정교함'을 드러내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유광 표면에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가죽의 결함이나 불완전한 부분이 바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은 제품은 곧바로 폐기한다는 의미로 하나의 제품을 만들더라도 최고의 완성도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뒀다. 자비에르 루조 CEO는 창립자의 완벽에 가까운 집착이 여전히 제품 제작 공정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표 제품으로는 ‘이지데(ISIDE)’ ‘브레라(BRERA)’ ‘호보 위켄드(HOBO WEEKEND)’ ‘비비 호보(VV HOBO)’ ‘밀라노(MILANO)’ 등이 있다. 해당 제품들은 모두 전문 엔지니어링 및 기술을 통해 기하학적 윤곽이나 비대칭 프레임, 날카로운 각도로 절단된다. 또한 각 상품을 제작한 장인의 고유 코드가 각인된 것이 특징이며, 이지데 락 커스터마이징 등 발렉스트라만의 차별화된 디테일도 포인트 중 하나다.
자비에르 루조 CEO는 “남성과 여성 고객을 막론하고 모든 고객의 24시간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매 순간 설레고 특별한 경험을 계속해서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드러내지 않아도 느껴지는 진정한 의미의 절제된 우아함을 지향하는 발렉스트라의 이념을 비즈니스 방식에도 연결해 그 가치를 계속해서 보존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interview with 자비에르 루조 l 발렉스트라 CEO
Q.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한국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항상 방향을 제시하고 주요 트렌드를 꾸준히 선보여 온 마켓이다. 한국은 아시아를 향한 강력한 창구이자 일종의 관문이 되는 국가라고 생각한다. 럭셔리 업계에서 30년이 넘게 일을 하면서도 한국 마켓은 10~20년 전보다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젊은 세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매우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이 존재하기에 한국 마켓은 모두에게 소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발렉스트라 역시 폭 넓은 연령대의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가치이기에 이들의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강력한 제품과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제안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일례로 제품에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참’과 같은 소품으로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고객을 유입하고,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가방 혹은 크로스보디처럼 특별한 아이템을 함께 전개하는 등 다양한 고객을 아우를 수 있는 다채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지속 선보일 계획이다.
Q. 한국 파트너로 코오롱FnC를 선택한 계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러 방면에서 발렉스트라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기반 인사이트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것을 모두 갖추고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발렉스트라를 대표할 수 있는 자질, 즉 브랜드의 앰배서더가 돼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조건이었다. 코오롱팀은 이에 걸맞은 패션 감각과 전문성을 비롯해 럭셔리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까지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기에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Q. 발렉스트라 CEO로서 이루고 싶은 성과는.
현재 가장 중요한 미션은 9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발렉스트라가 더욱 오래 존속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유행에 맞춰 한 시즌만 반짝하는 아이템을 선보이기보다 제품과 브랜드의 품질, 아름다움, 고유성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제품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끊임없는 혁신에 기반한 제품 개발에 몰두한다. 장인정신과 품질이 브랜드의 핵심 기반인 것은 분명하지만 앞서 더해지는 혁신이야말로 발렉스트라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새롭고, 흥미롭고, 예기치 못한 놀라움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브랜드로 남고 싶다.
Q. 발렉스트라만의 차별화된 마케팅 방식이 있다면.
발렉스트라의 장인정신과 관련해 명확히 전달돼야 하는 메시지가 있다. 바로 디자인과 깊이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장인정신 이면에 높은 수준의 창의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에 있어서도 우리는 언제나 ‘발렉스트라다움’을 유지하며 독창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진행한 ‘안경케이스’ 캠페인이 좋은 사례다. 다양한 컬러와 변주를 가진 이 제품을 작년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선보이기 시작했다. 감성적으로 소구하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풀어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흑백의 강한 시각적 긴장감을 주제로 한 아트 오브 밸런스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해당 팝업은 여러 국가와 시장을 순회하는 순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에서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소규모로 선보였고, 같은 콘셉트의 행사를 대만에서도 함께 전개했다. 더불어 일본 교토에서 전개한 ‘까사발렉스트라’ 프로젝트도 의미가 깊다. 현지에서 오랜 기간 브랜드를 선보여 왔기에 일반적인 매장을 오픈하는 대신 300년 역사를 가진 다실을 인수해 복원하고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방식을 택했다. 여러 아티스트와 이탈리아 디자인 가구를 배치해 집처럼 따뜻하고 사적인 분위기로 공간을 연출했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Q. 글로벌 시장 현황은 어떤지.
지난 4년간 꾸준히 해외 시장에서 성장해 온 발렉스트라는 고객 수요가 있는 신규 시장에 일부 진출했고, 작년 9월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두바이몰에 매장을 오픈했다. 그 결과 현재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 제품을 배송할 수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 시스템도 갖춘 상태다.
올해는 많은 대중과 소통함과 동시에 독창적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 같은 브랜드로 남았으면 한다. 현재 수준의 글로벌 진출 정도가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향후 몇 년간은 신규 시장 개척보다 기존 네트워크 내에서 성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업계에서는 종종 ‘조용한 럭셔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개인적으로 발렉스트라는 ‘속삭이는 럭셔리’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드러내지 않아도 느껴지는 진정한 의미의 절제된 우아함을 지향하는 발렉스트라의 태도가 비즈니스 방식에도 일관되게 반영됐으면 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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