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리포트] 헐리우드 최신 트렌드, 트래시코어는?
정해순 객원기자 (haesoon@styleintelligence.com)|25.04.30 ∙ 조회수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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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없는 미스매치, 구겨지고 구멍난 옷, 극도의 오버사이즈 스타일링, 부시시한 헤어, 번진 눈화장, 매니큐어가 일부 벗겨진 손톱 등의 트래시코어(trashcore: 헝클어지고 혼란스럽고 허접한 분위기)가 지금 주목 받고 있다. 티모시샬라메, 애디슨 레이, 저스틴 비버 등은 이러한 트래시코어를 주도하고 있으며 그들의 아웃핏과 스타일은 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로 있다.
트래시코어는 1990년대의 그런지(grunge)와 Y2K(2000년대)의 키치(kitsch)스타일을 흡수해서 이를 더욱 예상치 못한 분위기로 만든 것으로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카오스한 스타일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유행한 조용한 럭셔리와 미니멀리즘 트렌드에 대한 반발로서 일종의 망가진 분위기의 맥시멀리즘을 보여준다.
헐리우드 스타들이 트래시코어를 주도하게 된 건 그동안 영화 프리미어나 레드카펫 이벤트 등에서 완벽하고 세련된 모습이 요구되는 압력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스트리트패션)에서 자신만의 자유로운 스타일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부터다.
대표적으로 티모시 샬라메가 NYC 스트리트에서 보여준 핑크패딩룩은 트래시코어를 대표하면서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다. 텔파(Telfar) 재킷, 샤넬 핸드백과 머플러, 아크테릭스의 비니, 트루릴리전 데님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이템들을 함께 스타일링해서 ‘아무것에도 신경쓰지 않는’ 스타일을 보여줬다.
뮤지션인 아디슨 레이는 조개모양의 브라에 하의 없이 블루 망사스타킹만 신고 인조모피를 믹스함으로써 키치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또한 카오스스타일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저스틴 비버는 마치 거리의 노숙자를 연상케할만큼 오버사이즈의 옷으로 ‘어수선하지만 진정성 있는’ 스타일을 보여준다.
Z세대는 이러한 혼돈과 무질서의 미학인 트래시코어를 쿨하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에는 애디슨 레이의 팬이 그의 아웃핏만을 모은 계정을 운영하는가 하면 저스틴 비버는 Y2K분위기의 대담한 오버사이즈룩을 바탕으로 자신의 새로운 브랜드(SKYLRK)를 론칭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일부 브랜드(Enfants Riches Deprimes, Willy Chavarria 등)에서 낡고 닳고 더러워 진 것처럼 보이는 아이템 등 트래시코어 분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트래시코어의 중심요소는 빈티지와 DIY다. 젊은 세대는 리세일 사이트와 매장에서 중고의류 구매를 즐기며 이를 믹스앤매치하고 업사이클링하기도 한다. 또한 커스터마이제션은 이들이 좋 아하는 방식이다. 최근 버킨핸드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드는 것(#birkinifying, #janebirkinbag) 같은 개인화(personalization)가 틱톡에서 유행한 것 역시 트래시코어의 확장된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급 핸드백에 봉제인형이나 싸구려 체인과 참 등을 믹스함으로써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트래시코어는 그저 패션이 아니라 ‘시위’라고 한다. 디지털로 인한 완벽주의, 아룸다움은 티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 심지어 누구나 입는 패스트패션에 대한 반발로서 쿨한 것은 실제(real)이며 나만의 표현이라는 아이디어가 깔려있다. 이제 젊은 세대는 거기서 거기인 세련된 올드머니 스타일보다는 얼토당토 않지만 자신을 표현하는 ‘개성’을 찾고 있다. 미스매치된 아웃핏, 가지런하지 않은 헤어, 구멍 난 스웨터, 올 나간 타이즈 등은 이제 결점이 아니라 의도된 트래시코어의 ‘디테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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