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축소 · 중단 살얼음판, 거품 빠진 골프 ‘시장 재편’ 가속화
골프웨어 마켓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골프웨어 마켓은 2023년 조정 국면을 거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고, 작년 경기불황까지 겹치며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3조8000억(2024년 기준) 골프웨어 시장 규모가 점점 더 위축된 지금, 진성 골퍼를 잡지 못한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다. 침체된 골프 마켓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코로나19 특수로 정점을 찍었던 골프웨어 마켓의 거품이 빠지면서 점차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사례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신규 브랜드부터 오랜 역사를 가진 골프 브랜드까지 경기 불황과 닫힌 소비심리로 인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골프 신(Scene)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다.
삼성물산패션부문(부문장 이준서)의 ‘메종키츠네골프’와 LF(대표 오규식 · 김상균)의 ‘랜덤골프클럽’은 론칭 1년 만에 브랜드 운영을 중단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골프웨어 마켓에서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교적 운영 기간이 길었던 브랜드들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 선보인 에스앤에이(대표 백관근)의 ‘톨비스트’도 작년 사업 중단을 결정하고 온라인 사이트도 닫았다. 오프라인 매장도 순차적으로 폐점하고 있으며, 선수 후원도 중단했다.
비슷한 시기에 브랜드 전개를 시작한 한세엠케이(각자대표 김지원 · 임동환)의 ‘LPGA’와 ‘PGA TOUR’도 사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정기 시즌 기획을 중단하고 오프라인 비효율 점포 정리에 나섰다. 여기에 유지해 온 선수 후원도 작년을 마지막으로 중단했다.
론칭 1년도 못 채우고 접는 사례 속출
10~30년 이상 업력을 지닌 골프 브랜드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독립문(대표 김형건)의 ‘엘르골프’는 2008년 론칭해 17년 이상 브랜드를 전개해 왔지만 올해 S/S 시즌부터는 스타일과 물량 일부를 줄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유석진)의 ‘잭니클라우스’는 서브 라이선스 사업으로 비즈니스 구조를 변경했고, 토털 골프 브랜드 ‘엘로드’도 골프 클럽 전문 브랜드로 전환했다. 이 외에도 ‘트래비스매튜’ ‘바이스골프’ 등도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스마트스코어(대표 정성훈)의 ‘맥케이슨’은 최근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작년부터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오던 스마트스코어가 골프업계 불황 장기화로 인수 5년 만에 시장에 브랜드를 다시 내놓았으나 맥케이슨의 재무 상태가 자본잠식 수준으로 현재 기업 존속이 불확실한 상태다.
최근 중저가 토종 골프웨어 ‘JDX’를 전개하고 있는 신한코리아(대표 김한철)와 독일 프리미엄 골프 및 스포츠 브랜드 ‘보그너’를 전개하고 있는 보그인터내셔날(대표 박찬하 · 최대경)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수익성 및 경영 악화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골프웨어 업체들의 법정관리 신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JDX’ 경영 악화에 기업회생절차 신청
골프업계의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로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지속경영을 택한 브랜드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한성에프아이(대표 김영철)의 ‘테일러메이드어패럴’은 올해 골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프리미엄 퍼포먼스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신규 라인 ‘엑셀러(XCELER)’를 론칭했다.
최상급 골퍼를 위해 소재와 디테일을 향상하고 스윙 매커니즘을 고려한 기능적 디자인도 도입했다. 기존 라인보다 20~30% 높은 가격대로 아이템을 전개하며 엑셀러 라인을 브랜드의 시그니처 라인으로 꾸준히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비효율 대리점을 축소하고 백화점 유통 확대에 집중한다. 윤이나 프로 등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프로 골프 선수들에 집중 투자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도 이어간다.
데상트코리아(대표 시미즈 모토나리) 산하 3개 골프 브랜드도 작년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거치며 올해 본격적인 브랜드 운영에 드라이브를 건다. 데상트골프는 ‘아크먼트’ 라인을 통해 하이 퍼포먼스 정체성 강화에 나섰다. ‘르꼬끄골프’는 패션성을 강화한 골프웨어로 젊은 골퍼를 정조준하고 먼싱웨어는 신규 라인 ‘펭귄 바이 먼싱웨어’를 통해 3040 젊은 남성 골퍼를 공략해 브랜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챌린저 등 프로 선수 영입 통해 분위기 쇄신
씨디씨골프앤스포츠(대표 강호진 · 권윤태)의 ‘크랙앤칼골프’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롯데백화점 서면점, 더현대서울 등 주요 매장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 하반기 서울 강남권 주요 백화점에 매장 오픈을 추진하고 올해 2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티스트 기반 브랜드 정체성을 갖고 있는 만큼 액세서리류를 다른 골프 브랜드에 비해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용품의 비중을 확대해 특색 있는 브랜드로 차별화할 생각이다.
챌린저코리아(대표 지소영)의 ‘챌린저’는 올해 신규 웨어 및 골프화 론칭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에 나서며 매출 2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의류는 ‘유틸리티’와 ‘테크’ 라인으로 이원화해 전개하며, 특히 남성 팬츠는 총 5가지 핏(부츠컷, 스탠더드, 테이피드, 조니, 와이드핏)으로 구성해 차별화했다. 여기에 선수 후원과 오프라인 유통도 대폭 늘렸다. 1부 투어 선수와 G투어 프로를 각각 7명과 12명으로 늘렸으며, 미디어 프로와 스포츠 스타 등 후원 인원만 40명에 달한다. 현재 31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며, 하반기 40개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말본골프, 에코골프어패럴, 레노마골프, 볼빅어패럴 등도 새로운 프로 선수 영입을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다. 최근 사명을 형지글로벌(부회장 최준호)로 바꾼 ‘까스텔바작’은 선수 후원을 넘어 매니지먼트 분야로까지 진출해 후원 선수인 이정민과 DB손해보험의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골프 브랜드의 새로운 사업 활로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시장 재편 속 변화와 혁신을 내건 골프 브랜드들의 고군분투가 상황을 어떻게 반전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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