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상장·비상장 98개사 2024 실적 분석, 적자기업 24개 속출 '적신호'

경기침체에 소비심리 위축, 이상기후까지 맞물리면서 작년 한해 패션 기업들의 경영 성적표는 그야말로 초라했다. 패션 상장 49개사와 비상장 49개사의 2024년 실적(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을 분석해 본 결과 이들 98개사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2.1% 증가로 제자리걸음이었으며, 영업이익은 17.7%나 감소해 패션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분석 대상 기업 중 24곳이 적자전환하거나 적자지속 상태에 빠지면서 업계 전반의 어려움을 방증했다. 적자기업을 제외한 패션 74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7%를 기록하며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상장 기업 49개사 기준 매출은 전년대비 2% 증가에 그쳤다. 2023년 말 코웰패션과의 인적분할을 통해 신규 설립된 폰드그룹의 매출이 작년에는 제대로 반영된 수치임에도 매출 성장률은 극히 부진했다. 더 큰 문제는 영업이익이 20.5% 감소하며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비상장 기업들도 별반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매출은 2.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0.2% 감소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매출액(연결기준) 기준 최상단을 장식한 패션 상장사는 영원무역홀딩스(4조3036억원)와 최근 휠라홀딩스에서 사명을 변경한 미스토홀딩스(4조2687억원)로, 두 기업은 지난해와 동일한 순위를 유지했다. 다만 1등과 2등 기업 간 매출 격차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어 올해 경영 실적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크다.

비상장 기업 중에서는 5조 규모의 이랜드월드(5조4519억원)에 이어 나이키코리아(2조49억원) 그리고 마침내 ‘1조 클럽’에 입성한 무신사(1조2427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신사는 빼어난 영업이익과 순이익 성장률을 보이며 1년 만에 흑자전환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다수 패션 기업들이 실적부진으로 작년 한 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턴어라운드를 일궈낸 기업들도 있다. 상장 기업 중 매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던 곳은 형지엘리트(40.5%)로서 패션그룹형지 소속 계열사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기록했다. 에이피알(38%)과 감성코퍼레이션(23.9%)이 뒤를 이었다. 에이피알은 K-뷰티 열풍의 중심에 있던 ‘메디큐브’ 등의 브랜드가 선전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젝시믹스(16.8%) 등 스포츠·애슬레저 브랜드 운영사들의 성장세도 돋보였다.

비상장사 중에서는 ‘3마’ 전개사들이 새롭게 1000억원대 매출을 돌파하며 시장 내 영향력을 증명했다. 레이어(75%), 마뗑킴(65.3%), 피스피스스튜디오(57.7%) 순으로 자리했다. 레거시 기업 중에서는 위비스(18%)가 눈에 띄는 성장률을 나타냈다.

영업이익 증가폭이 가장 컸던 곳은 비상장사 무신사로, 무려 1293.5%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단연 돋보였다. 뒤이어 탠디(611.2%), 푸마코리아(168.1%)가 차례로 비상장사 가운데 상승세를 기록했다. 상장사 가운데 형지엘리트(181.9%)가 가장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였고, LF(119.8%)와 젝시믹스(36.9%)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무신사와 푸마코리아는 이번 결산자료에서 유일하게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한 기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작년 한 해 알토란 같은 경영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이 두드러졌던 곳은 마뗑킴(30%)과 올해 4월 상장한 에이유브랜즈(27.9%)다. 이 외에도 케이투세이프티(27.3%), 피스피스스튜디오(24.7%), 레이어(22.2%), F&F홀딩스(21.9%), 알레르망(20.5%) 등이 20%대의 견조한 수익성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영업활동 결과를 보여줬다.

손익계산서 주요 지표인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성장한 회사는 상장사 8곳(미스토홀딩스, 에이피알, 젝시믹스, 폰드그룹, 그리티, 형지엘리트, LF, TP)과 비상장사 6곳(무신사, 레이어, 마뗑킴, 안다르, 케이투세이프티, 푸마코리아) 등 모두 14곳에 불과했다. 전체 98개 분석 대상 기업 중 단 7%만이 전 부문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거둔 것이다.

매출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곳은 상장사 중 메디앙스(25.8% ↓)이고, 비상장사 중에서는 한국캘러웨이골프(26.2% ↓)로 나타났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5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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