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X 이어 보그너까지, 거품 꺼진 골프 시장 법정관리 속출
코로나19 시절 급격하게 성장하며 MZ 스포츠로 인기를 누리던 골프웨어 시장이 위기에 빠졌다. 가파른 성장 곡선 만큼 급격한 하락세로, 브랜드 중단은 물론 중소 전문 업체의 법정관리(기업회생)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 'JDX' 전개사 신한코리아(대표 김한철)에 이어 4월 2일에는 '보그너' 전개사 보그인터내셔날(대표 박찬하 최애경)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신한코리아는 4월 1일자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공고됐고, 7월 9일까지 회생 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절차를 남겨 놓고 있다. 한 달 시차를 두고서 보그인터내셔날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보그인터내셔날은 2002년 독일 프리미엄 골프 및 스포츠 브랜드 '보그너'를 론칭해 라이선스와 직수입 사업을 병행해 왔다. 골프웨어 시장이 호황기를 누리던 2000~2010년대 고급스러운 컬러와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고, 지난 2022년에는 코로나19 특수로 매출 5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보그너' 전개사 보그인터내셔날이 4월 2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보그너' 전개사 보그인터내셔날, 4월초 기업회생 신청
엔데믹 이후 브랜드 리빌딩 작업을 진행하면서 재고 관리와 유통 효율화를 통해 꾸준한 성장을 준비했다. 올초부터는 추가 성장 동력으로 2016년을 끝으로 선보이지 않던 보그너의 '스키' 라인을 다시 전개하겠다며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적극적인 영업을 펼쳤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돼 관련 업계에서도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사실 골프웨어 시장의 위기는 빠르게 성장하던 코로나19 시절부터 예견돼 왔다. 야외 활동을 갈망하는 2030세대 소비자들의 급격한 유입과 함께 새로운 스타일의 골프웨어 브랜드가 선방하면서, 큰 투자가 무분별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로운 소비자 유입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유통과 소비자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중견 브랜드들이 입는 타격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골프웨어 시장은 2010년대 골프 호황기 이후 1조원 중반에서 2조원 초반 규모를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만큼 지속적으로 골프를 즐기는 유저 수는 한정적이었고, 골프 인프라 자체도 대중적으로 즐기기엔 상당히 고가라 접근성이 떨어졌다. 코로나19 시기 유입된 20대 소비자가 진성 유저로 남기에는 대중적인 매력이 떨어지는 시장이었다는 것이다"라며 골프웨어 시장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코로나19 당시 무분별한 투자에 따른 공급과잉 초래
그는 "말본골프와 지포어 같은 스타가 등장하면서 온라인 캐주얼이나 애슬레저 시장에 도전하듯이 골프웨어를 론칭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당시에 괜찮은 캐릭터만 있으면 캐주얼웨어 생산 공장에서 생산해서 몇 배수나 올려 골프웨어로 판매한다는 말이 얼마나 많았나. 그러다보니 참신하지 않은 기존 고가 골프웨어에 대한 매력도와 함께 소비자가 느끼는 골프웨어 시장 전반의 전문성도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2024년 골프장 방문객은 4742만명으로 골프 시장이 크게 성장했던 2022년 5053만명 대비 311만명이 줄었다. 거기에 고물가, 소비심리 위축 등 사회·경제 문제에 변덕스러운 날씨 같은 기후 문제까지 악재가 이어지면서 골프웨어 '성수기'마저 사라지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엔데믹이 시작된 최근 1~2년 사이 중단하거나 운영을 대폭 축소한 골프웨어 브랜드도 많다. '톨비스트' 'LPGA & PGA' '메종키츠네골프' '랜덤골프클럽' 등 주목 받던 브랜드가 작년 하반기 사업 중단을 알렸고 그 전에는 '미즈노골프' '캘빈플라인골프' 'V12' 등 비교적 사업 운영 기간이 짧은 브랜드들이 빠르게 발을 뺐다.
2년만에 골퍼 311만명 축소, 고물가·이상기후 '성수기' 실종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거나 골프웨어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진행해 오던 프로선수 후원을 중단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생존하기 위해 가장 먼저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부분부터 쳐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브랜드와 골프웨어 브랜드를 모두 전개하고 있는 패션 기업의 한 임원은 "아웃도어도 골프웨어도 급격한 성수기와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술력은 물론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인프라나 비용 등 시장 접근성 면에서 차이가 큰 것 같다"며 코로나19 시기 흥행한 두 복종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웃도어의 경우, 어디든 산이 있어 누구나 사계절 즐길 수 있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의류와 신발 모두 전문성에 대한 니즈가 커서 시장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 다만 '고요웨어'나 '산산기어' 같은 젊은 브랜드는 '고프코어'라는 메가 패션 트렌드를 타고 소비자들의 일상에 하나의 룩(look)으로 안착한 아주 럭키한 사례"라는 것.
등산·러닝 등 맨몸 운동 인기, 골프·테니스 '인프라' 부족
반면 골프나 테니스는 인프라가 부족하고 시즌도 한정적이다 보니 소비자가 즐기기에는 비용과 시간 로스가 많은 편이지만, 브랜드 측에서는 진입하기 어렵지 않은 복종이라 수요 대비 공급이 과했던 면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러닝 트렌드만 봐도 비용 투자 대비 즐길 수 있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확실해 보인다.
경기 불황과 변덕스러운 기후 변화는 앞으로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런 불리한 상황 속에서 중견 골프웨어 전문 기업들은 어떤 변화와 전략으로 생존해야 할지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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